이 글은 8월 24일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열린 ‘불법파견 납치테러 정몽구 구속,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울산연대의 날’에서 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내가 연설한 편지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가족대책위 화**입니다. 저희 가족은 2010년 CTS 투쟁(비정규직 점거파업) 이후 해고자 가족이 되었습니다. 해고된 지 이제 1년 6개월째입니다.
그 1년 6개월 동안 저희 가정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2010년 12월 돌잔치를 앞두고 있던 아들은 이제 네 살이 되었고, 남편의 해고로 인해 금전적으로 가정 생활이 어려워지자 부부 싸움도 잦아지며 이혼을 결심한 적도 있었습니다. 정말 정규직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런 일은 제 가정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고자의 아내·가족으로서 아이들 챙기랴, 낮에는 일하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스스로를 되돌아 볼 겨를도 없이 힘들게 보내는 가족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해고자 가족들에게는 하루하루가 고비이며, 한 달 한 달이 살얼음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 싸움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막함입니다. 우리 남편들이 무엇 때문에 투쟁을 시작했는지 너무 잘 알기에 싫은 내색 한 번 못 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은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는 절망감에 빠지게 만들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근근히 버티는 우리에게 현대차 사측은 다시 한번 돌을 던졌습니다. 2015년까지 신규채용 3천 명?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들고 우리를 회유하고 협박합니다.
누구를 위한 신규채용이며, 누구를 위한 3천 명입니까? 그동안 힘들게 싸워 온 우리 남편들은 무엇 때문에 싸웠습니까?
어느 분이 말한 “질긴 놈이 이긴다” 하는 말을 가슴에 새깁니다. 세상에 어느 질긴 쇠심줄보다 더 질기게 버틸 것이라고 다짐합니다.
우리는 지지 않을 것입니다. 포기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아이에게는 씩씩한 엄마로, 남편에겐 든든한 아내로 가정을 지킬 것입니다. “소송은 멀고 해고는 가깝다” 하고 말하는 현대 자본을 비웃으며, 우리는 이 투쟁이 끝날 때까지 이 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비정규직 여러분, 해고자 여러분, 해고자 가족 여러분! 우리,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조금만 더 버팁시다. 세상에는 우리가 희망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전국에서 연대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 드리며, 앞으로도 저희와 끝까지 함께해 주시리라고 믿습니다. 끝으로 한마디 외치고 싶습니다.
사랑한다, 남편! 힘내라, 비정규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