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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위기 ― 부패, 분열 그리고 경기 후퇴

찰리 호어는 중국의 경제 기적이 수명을 다한 오늘날, 중국 지배계급은 새로운 사회적 격변이 터져 나올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한다. 찰리 호어는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당원이며, 국내에 번역된 저서로 《천안문으로 가는 길》(책갈피),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인가?》(다함께)가 있다.

올 초 유력 정치인 보시라이의 몰락은 중국 지배계급 내 부패의 심각성을 보여 줬다. 현지 언론은 보시라이의 부인 구카이라이를 주목하고 있는데, 그녀는 영국 사업가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유예 선고를 받았다.

중국 내 부패는 보시라이와 구카이라이를 둘러싼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다. 그러나 이들이 받고 있는 혐의는 오늘날 중국 지배계급의 모습이 어떠한지, 또 중국에서 계급 권력이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 만천하에 드러냈다.

보시라이의 극적인 몰락은 1990년대 이래 중국의 고위 정치인이 겪은 불명예 중 가장 치욕스런 것이었다. 보시라이는 중국 남서부 충칭시의 공산당 고위 관리였다.

8월 25일 파업에 나선 광둥성 전자제품 공장 노동자들 ⓒ사진 출처 http://www.molihua.org/

올해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는 새로운 5개년 경제계획이 발표될 예정이다. 또 새 지도부[정치국 상무위원회]도 구성될 것이다. 이 위원회 성원들은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력한 자들 중 하나일 것이다.

올해 현 위원 9명 중 7명이 물러날 것이기 때문에 공석이 된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보시라이는 이 중 한 자리를 차지할 예정이었다.

보시라이는 포퓰리스트로 유명해서 그가 부패를 뿌리뽑고 문화혁명기의 ‘호시절’로 돌아가게 해 줄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보시라이가 사설 감옥을 운영하고 현지 사업가들을 협박해 자기 소유 펀드에 기부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보시라이는 국가 내 국가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충칭시 공안국장이 주변 성의 미국 총영사관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면서부터였다. 그는 보시라이가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이때, 보시라이의 많은 정적들이 기회를 포착해 그를 제거해 버렸다. 보시라이는 모든 공직에서 해임돼 자취를 감췄다.

보시라이는 “태자당”, 즉 아버지의 후광으로 권력을 쥐게 된 정치인들 중 하나다. 중국 지배계급 내에는 이 태자당과 자수성가한 정치인들 사이에 분열이 존재하는데, 그 내용을 채우고 있는 것은 정책적 차이가 아니라 개인적 경쟁 의식이다.

분열

태자당 내에도 심각한 분열이 존재한다. 중국 정치를 보면 수십 년 동안 지속돼 온 가문 간 다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태자당의 일원인 시진핑은 올해 국가 주석직을 승계할 예정이다.

시진핑은 겉으로는 깨끗해 보이지만 그의 공산당 내 지위가 올라가면서 가족 대부분이 엄청난 이득을 취했다.

이런 모습들이 오늘날 중국의 최상층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그보다 조금 아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 점에서 상하이 주변 도시 출신 사업가 린춘핑을 다룬 최근 보도는 아주 시사적이다.

중국 국영 언론 보도를 보면, 린춘핑은 지난 1월 델라웨어에 근거지를 둔 애틀랜틱 뱅크를 인수했다. 린춘핑은 정부의 임명직을 수락했고, 국영 언론은 마침내 그의 사업 경험을 “전설”이라 칭했다.

그러나 린춘핑이 그 밖의 다른 거래 때문에 조사를 받게 되자, 누군가 델라웨어에 지속적으로 전화 연락을 했다. 이후 밝혀진 사실은 애틀랜틱 뱅크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은 기업이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부패가 어디서 비롯한 것인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1990년대 러시아와 동유럽에서 벌어진 일이 중국에서는 1980년대에 벌어졌다고 말한다.

러시아와 동유럽에서는 국가 소유 산업들이 민영화하면서 그 산업을 운영하던 자들이 게걸음해 사적 자본가들로 변신했다. 그러나 중국은 좀더 복잡하다.

경제성장의 대부분이 국가 소유 산업 또는 국가와 민간 자본(외국계인 경우가 많다)의 합작을 통해 이뤄졌다.

그러나 경제 권력은 국가 내부에서 이동했다. 중앙의 지배계급은 경제 전 부문에 대한 강력한 통제권을 지역의 관리자와 공무원들에게 맡겼다.

지역의 관리자와 공무원 들은 자기 지역에서 생겨나는 이윤을 유지하고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그 이윤을 소비할 수 있게 됐다. 이 조처는 지역 자본가를 육성하려는 것이었고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부패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누가 구속됐는가 하는 것뿐이다. 부패가 중국 경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 주는 지표는 없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한 추정치를 보면 지난 20년 동안 약 1만 6천 명이 부패사범이 되면서 중국에서 도피했다.

이들이 갖고 달아난 돈은 1천2백50억 달러에 이르는데, 이는 중국이 1년 동안 미국에서 수입하는 총액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것은 중국의 최상층부에서 벌어지는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부패다. 그리고 그 중심에 공산당이 있다.

중국 공산당은 여전히 국가가 소유한 산업을 운영하고, 중국의 민영 기업 임원 중 약 40퍼센트가 공산당원이다.

부패가 어떻게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일까? 일반 경제에서 부패는 이윤에 대한 세금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중국의 공무원들은 자기 몫을 챙기려면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는 필요에 따라 움직인다. 그리고 그들이 챙긴 돈 중 일부가 다시 생산적인 사업에 투입된다.

지방에서는 그 양상이 좀 다르다. 국가 기구는 팽창한 반면 세금을 직접 걷을 수 있는 기반은 축소했다. 이 때문에 1980년대에는 농촌의 산업이 팽창했고 1990년대에는 불법 세금이 일련의 저항을 촉발했다.

중앙의 지배계급은 신뢰할 수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도 없는 지방의 공무원들에게 의존한다. 중국에서는 약 5천만 명이 국가에 고용돼 일한다. 그중 약 1백만 명만이 베이징의 직접 명령을 받는다. 나머지는 성(省), 도시, 농촌 등에 소속돼 있다.

이런 고질적인 부패는 사람들을 분노케 한다. 동시에 사람들을 단결시킬 잠재력도 갖고 있다. 누구나 부패한 관리자 또는 공무원을 알고 있다.

2008년 경제 위기 때문에 중국 인민들의 박탈감 또한 커졌다. 이 때문에 지배계급은 특별히 긴장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파업, 집회, 시위, 폭동의 숫자가 급격히 증대했다. 중국 지배자들은 이를 두고 “집단 돌발 사건”이라고 한다.

2004년에 약 8천 건이었던 “집단 돌발 사건”이 2007년에는 약 8만 건으로 늘어났다. 중국 정부는 그 뒤로 이 건수를 발표하지 않지만 2010년에는 18만 건에 이르렀다는 추정치가 있다. 예컨대, 지난 6월에 광둥성 남부에서 폭동이 두 차례 번졌다.

더 최근에는 서로 멀리 떨어진 도시에서 공장의 공해에 반대하는 대중 운동이 두 건 발생했다. 이 대중 운동은 모두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벌어졌고, 학생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

목격자들은 학생들이 공안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이 중 한 건은 승리해 공장이 문을 닫았고, 나머지 한 건은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런 소요가 계속 벌어지는 이유다. 대부분 인민들이 승리하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파업도 계속 벌어진다. 심지어 국가 소유의 산업에서도 지방 관리자들이 임금을 인상할 권한을 가진다.

지난해 국방비보다 국내 치안에 더 많은 돈을 쏟았다는 사실에서 중국 지배자들이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을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공해

이것이 “중국의 봄”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 소요들은 개별 공무원이나 관리자에 맞선 전투이지 체제를 바꾸려는 시도는 아니다. 이 두 가지가 필연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파업은 일반화할 가능성이 가장 큰 행위다. 2010년 여름에 자동차 산업에서 파업이 잇따랐다. 당시 파업의 조직 수준은 상당히 높았고, 노동자들은 공개적으로 대표자를 선출했다.

파업의 공세적인 요구 조건도 인상적이었다. 노동자들은 더 많은 임금과 더 적은 노동시간을 요구했다. 또 아주 구체적인 요구 조건도 있었다. 예컨대, 2백 마일 떨어진 같은 회사의 노동자들과 동일한 임금을 받게 해 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연결돼 있어서 임금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한 파업이 또 다른 파업을 촉발하는 경향도 있다. 새로운 세대의 농촌 출신 이주노동자들[농민공]의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

그들이 늘 명확히 표현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알고 있는 사실은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 부모 세대가 갖지 못했던 힘을 그들은 갖고 있다는 것이다.

보시라이는 이런 불만의 물결을 타고 넘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공산당의 다른 이들은 이런 불만을 흡수하려 하지만 이것은 위험 요소가 큰 전략이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전, 러시아 관리들은 합법 노조를 만들어 볼셰비키의 영향력을 차단하려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아 혁명을 심화시켰다.

중국 지배계급에게 손쉬운 해결책은 없다. 경기가 심각하게 후퇴한다면, 아래로부터 분노가 더 크게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지배자들은 모든 요소가 갖춰져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빠진 건 기폭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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