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미 대사 피습] 제국주의 범죄와 모독의 인과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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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 보복 시도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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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노동자연대다함께가 9월 13일 발표한 성명이다.
지난 11일, 리비아 벵가지에서 무장한 시위대가 미국 영사관을 공격해 미국 대사관을 포함한 외교관 4명이 죽었다.
이스라엘계 미국인이 제작했다고 알려진 무슬림 혐오 내용의 유튜브 동영상이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 이집트에서도 성난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에 진격해서 성조기를 불태우며 거세게 항의했고 미국은 직원들을 대피 시킬 수밖에 없었다.
동영상은 이슬람의 선지자 무함마드를 돈에 미친 성도착자이고, 아동을 노예로 팔았으며, 이슬람 경전인 쿠란은 기독교 신약성서와 유대교의 토라를 섞어서 만든 것이라고 비하한다. 동영상 제작자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이슬람을 암덩어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예수를 이렇게 묘사했다면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해 보라.
이런 쓰레기 영화가 나온 배경에는 그동안 서방 지배자들이 부추겨 온 이슬람 혐오증이 있다. 중동 민중을 멸시하고 제국주의적 간섭을 정당화하기 위해 서방 지배자들은 수십 년 동안 이슬람을 피에 굶주리고 여성차별적인 종교로 묘사해 왔다. 특히 미국은 자신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정당화하려고 이슬람 혐오를 부추겨 왔다.
덴마크의 한 일간지가 무함마드를 모욕적으로 그린 만평을 싣고, 프랑스에서 여성 무슬림들의 베일 착용이 금지되고,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미치광이 파시스트 브레이비크가 ‘유럽의 무슬림화’를 막겠다며 청년 68명을 살해한 것도 모두 서방 지배자들이 유포한 이슬람 혐오의 결과였다.
따라서 이번 리비아 영사관 공격의 모든 책임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 정부들에게 있다. 사과를 받아야 할 대상은 미국 정부가 아니라 이슬람 혐오 때문에 상처와 고통을 받아온 무슬림들이다. 이미 이집트 정부는 미국 정부에게 영화 제작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도둑질
그러나 미국은 사과는커녕 이 사건을 빌미로 중동에 대한 제국주의적 개입을 늘리려 할 수 있다. 이미 오바마는 해병대 50명과 군함 2척을 리비아로 급파했다.
이런 대응은 미국이 9·11에 대한 대응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과거를 떠올리게 만든다. 제국주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미국이 일으킨 그 전쟁과 뒤이은 점령 때문에 이라크에서만 1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
특히 리비아는 아랍에 번지고 있는 혁명의 기운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이 발판으로 삼으려고 하는 나라다. 지난해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민중 혁명으로 미국이 지원한 독재 정권들이 무너지면서, 중동에서 미국의 지배력은 위협 받게 됐다. 미국은 혁명의 기운이 아랍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고 카다피 정권의 학살을 구실 삼아 지난해 나토를 앞세워 리비아 혁명에 개입했다.
이 과정에서 전투기 폭격으로 수많은 리비아 국민들이 죽었지만, 카다피 시절의 부역자들과 서방의 꼭두각시들이 리비아 혁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리비아 혁명을 시작한 저항군은 나토가 혁명을 “도둑질”해 갔다고 비난했다. 이번 영사관 공격이 벌어진 벵가지가 리비아 혁명 당시 카다피에 맞선 저항의 중심지였다는 점도 시사적이다.
수십 년 동안 중동 민중을 괴롭혀 온 독재와 억압, 그리고 전쟁과 가난은 미국이 주도한 서방 제국주의가 강요한 결과였고, 이를 끝장낼 진정한 힘은 이집트와 시리아에서 계속되고 있는 아랍 민중의 아래로부터 혁명뿐이다.
제국주의의 군사적 개입과 공격은 혁명을 파괴하고, 아랍 민중을 학살하면서 오로지 석유와 제국주의 패권을 위한 범죄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 제국주의와 서방 국가들이 이번 사건을 빌미로 중동에서 정치적 군사적 개입을 늘리려는 일체의 시도에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