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이화의료원 파업:
“우리가 얼마나 더 참아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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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이화의료원지부가 9월 5일 파업에 돌입했다. 보건의료노조 산별교섭에 주요 대학병원 사측이 불참해 난항을 겪자, 지부별 쟁의에 돌입한 것이다. 그중 노동조건이 가장 열악해 불만이 높은 이화의료원 노동자들이 용기 있게 투쟁의 선두에 나섰다.
2008년에 이화의료원 동대문병원과 목동병원이 통폐합되면서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모든 고통을 전가했다. 병원 통폐합 직후 “동대문병원 출신들은 임금이 22퍼센트나 깎였다.”
물가가 올라 임금을 인상해도 모자랄 판에 임금을 삭감해 이화의료원 노동자 임금은 서울지역 사립대 병원 중 최하위다. 따라서 8.7퍼센트 임금 인상은 최소한의 요구다.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인력 충원 없이 간호사들에게 인턴 업무까지 떠넘겨 노동 강도가 높아졌고, 상시업무를 하는 의료기사들도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다.
최소한의 복지도 박탈당했다. 노동자들은 말한다. “‘여성 중심 병원’이라면서 정작 다른 대학병원에는 있는 직장 보육시설과 보육수당조차 없습니다.”
“병원 식당 질 개선도 필요합니다. 오죽하면 밥 먹으러 갔다가 컵라면 사 먹겠어요?”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동안 병원은 많은 수익을 거뒀고, 마곡에 새 병원까지 건립하려 한다. 그러나 이화의료원 원장 서현숙은 노동자들에게는 계속 고통을 전가하려 한다.
서현숙은 노동자들의 등골을 뽑아 ‘공격적 경영’을 한 대가로 지난해 7월 연임됐다. 지금도 에스제이엠과 영남대의료원 노조 파괴에 개입한 노조 파괴 전문 노무사 심종두를 고용해 관리자들을 교육하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높은 불만에 비해 파업 참가율이 높지 않고, 특히 병원의 핵심 인력인 간호사들의 참가가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다. 병원 노동자 상당수의 파업을 불법화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 때문에 일부 노동자들의 파업 참가에 제약이 크다.
고통전가
또, 오랫동안 사측의 가혹한 고통전가에 맞서 제대로 투쟁을 조직하지 않다 보니 투쟁의 근육이 약해진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이런 약점 때문에 사측을 압박할 수 있는 업무 마비 효과가 아직 충분치 못하다.
뿐만 아니라, 이화의료원이 사실상 보건의료노조를 대표해 파업에 돌입했다는 점 때문에 사측이 쉽사리 양보하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보건의료노조 지도부는 산별 차원의 투쟁을 확대해 이화의료원 노동자들의 파업이 고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은 보건의료 노동자 전체의 염원이며 산별교섭의 핵심 요구이기도 하다.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 노동자들은 밤샘을 밥 먹듯 하는 3교대 노동과 턱없이 부족한 휴식 시간과 인력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이 때문에 간호사의 유산율이 특히 높고, 평균 근속연수는 2년이 채 안 된다. 이것은 간호사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떨어지는 데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별교섭에 주요 대학병원이 모두 불참하며 노동자들의 요구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는 지금, 보건의료노조 지도부는 산별 공동투쟁을 건설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간호사들이 실질적으로 파업에 동참해야만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고 필수유지업무제도라는 악법도 무력화할 여지가 생긴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병원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필수유지업무제도의 부당성 등을 폭넓게 알리며 사회적 연대를 확대할 필요도 있다. 병원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개선돼야 의료 서비스 질도 높아질 수 있으므로 이 파업은 우리 모두를 위한 파업이기도 하다.
이런 투쟁을 통해서 병원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간호사 조직률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