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탄핵 반대 운동을 지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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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은 애초 한민당의 탄핵 발의를 비판했었다. 그러나 정작 한민당이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12일에는 탄핵 반대가 아니라 노무현과 한민당을 공평 무사하게 비판했다.
바로 그 날, 2만 명이 국회 앞에 모여 탄핵 반대와 한민당 해체를 외쳤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탄핵 반대 여론은 대체로 70퍼센트가 넘었다.
그러자 이튿날 민주노동당은 수정 성명서를 냈다. “민주노동당은 탄핵을 거론할 자격조차 없는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이 야합한 탄핵에 분명히 반대합니다.”
그러나 실천은 교정하지 않았다. 광화문에서 10만 명이 탄핵 반대 시위를 벌인 그 날, 민주노동당은 서울역에서 1백50여 명이 모여 독자 집회를 개최했다.
16일에도 그 비슷한 광경이 연출됐다. 민주노동당은 6시에 민중연대가 주관한 광화문 집회에 참가했지만, 7시 범국민행동 집회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은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 탄핵 반대 운동의 열매를 독식할까 봐 우려한다. 이런 우려 때문에 그 운동을 반대하지도, 그렇다고 흠뻑 지지하지도 않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금 대중은 한민당의 준동에 가슴이 철렁했고, 그 반작용으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그러나 한민당의 지지율이 매우 가파르게 추락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그렇더라도 우리는 한민당의 도발이 분명 미래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우파 야당의 기습적 준동의 예봉을 무디게 한 것은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대중의 행동이었다. 따라서 우파에 반대해 거리에 나선 사람들의 선거적 대안이 오돗이 열린우리당을 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한 예로, 지금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은 그다지 흔들리지 않았거나 오히려 상승중이다.
외연
물론, 선거가 임박할수록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은 ‘한민당을 찌그러뜨리기 위해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압력을 크게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파가 도발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제공한 것은 본질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우경화와 보수적 타협이었다. 따라서 일관되게 우파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민주노동당의 선거 도전을 지지해야 옳다.
그럼에도 민주노동당이 ‘한민당이나 노무현이나 똑같다’는 식으로 대처한다면 스스로 기반을 협소하게 만들 것이다.
지금 열린우리당은 일찌감치 대중 행동과 거리를 두는 한편, 재벌 같은 우리 사회의 지배 엘리트를 안심시키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바로 이 간극에 개입해야 한다. 열린우리당과 거리의 운동 사이에 놓인 간극, 우파를 반대하는 대중이 바라는 것과 열린우리당이 바라는 것 사이의 간극을 파고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거리의 운동 속에서 ‘한민당의 반동을 실질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세력이 누구인가’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탄핵 반대 정서와 그 운동을 지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중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외면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