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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마르크스주의

21세기 마르크스주의

제국주의란 무엇인가?

콜린 바커

반전 운동은 수많은 사람들의 세계관을 바꿔 놓았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라크 점령을 “제국주의”라고 불렀다면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심지어 웃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똑같은 말이 거의 상식이 됐다. 하지만 “제국주의”의 진짜 뜻은 과연 무엇인가?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정의가 하나 있다. 이에 따르면 제국주의란 군사력으로 다른 인민들을 정복하는 황제 또는 지배자가 통치하는 국가를 뜻한다. 그런 의미의 제국주의는 고대 중국·페르시아·로마 등에 적용됐다. 보통 옛 제국의 지배자들은 (본디오 빌라도 같은) 총독을 임명해 식민지를 지배했고 종주국으로 유입될 조공을 쥐어짰다. 즉, 제국주의는 폭력에 의한 강탈을 뜻했다.

라틴 아메리카를 지배했던 옛 스페인·포르투갈이나 영국 제국들은 이와 닮은 점이 많았다. 물론 오늘날의 이라크 점령도 그러하며, 사회주의자가 아닌 사람들도 이에 공감한다. 많은 반전 가판에 영국 병사들의 어머니들과 배우자들이 서명하러 오곤 한다. 그들은 다름아닌 병사 자신들이 이렇게 얘기한다고 전한다. “우리는 이라크 사람들을 도와 주러 온 것이 아니라 석유를 차지하러 온 것이다.”

현재 이라크는 워싱턴이 직접 통치하는 미국의 식민지나 다름없다. 미국은 그 곳에 기지들을 짓고 있으며 자기 입맛에 맞는 새 정부를 만들려 한다. 그러나 미국의 직접 통치가 끝난다 해도 제국주의적 지배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직접적인 군사·식민지적 측면보다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제국주의는 그 이상의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 초에 강대국들은 자기들끼리 세계를 분할하는 작업을 대체로 마무리한 상태였다. 당시의 위대한 마르크스주의 사상가들인 레닌, 부하린, 룩셈부르크는 20세기의 새로운 자본주의 형태를 설명하기 위해 “제국주의”라는 용어를 썼다. 자본주의에 고유한 특징인 경쟁에서 비롯한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 질서가 우세해지고 있었다. 기업들은 대기업들에 잡아먹혔다. 몇몇 나라에서는 대형 은행들이 산업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독점 자본”, “금융 자본” 등으로 불린 것이 이제 현대 자본주의의 중심이 됐다.

하지만 이처럼 엄청난 자본 집중에도 불구하고 경쟁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경쟁은 점차 국민 국가들을 개입시키는 새로운 형태로 발전했다. 그러한 경쟁은 제1·2차세계대전에서 가장 끔찍한 모습으로 드러났다. 가장 강력한 공업국들이 현대 과학과 산업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무시무시한 살상수단을 모두 동원해 세계를 분할하고 재분할하려 싸우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었다. 다시 말해, 제국주의는 단지 후진국을 지배하는 강대국을 뜻하는 것만이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의 경쟁 형태를 뜻하는 것이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옛 소련이 양대 초강대국으로 부상했다. 그들은 세계를 양대 “블록”으로 분할했고 두 진영은 그 뒤 거의 50년 동안 서로 상대방을 핵으로 멸망시키겠다며 으르렁거렸다. 우리 대부분은 냉전이라는 현대 제국주의의 형태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리라. “공산주의가 붕괴”하자 미국 자본주의는 자국 대기업들의 이익에 맞는 새로운 세계 질서 구축에 착수했다.

군비 지출과 대규모 무력 사용은 미국 자본주의의 한 양상이지만 유일한 양상은 아니다. 모두 미국이 주도하는 기구들인 WTO, IMF, 세계은행 등은 또 다른 양상이다. 저술가이자 활동가인 수전 조지가 한 번은 이런 질문을 받았다. “WTO를 무엇으로 대체하면 좋은가?” 그는 이렇게 반문했다. “암을 무슨 질병으로 대체해야 하는가?”

WTO의 정책은 간단하다. 기업들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이윤을 얻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은 모두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자들이 돈벌이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모든 것은 “사유화”돼야 한다. 물, 의료 서비스, 철도, 학교 따위도 예외일 수 없다.

착취와 불평등에 대한 제한을 모두 철폐하는 것이야말로 “세계화”의 진정한 본질이다. 기업의 “특허권”을 보호하기 위해 에이즈, 말라리아, 그 밖의 질병들을 치료할 값싼 의약품 생산도 금지돼야 한다. WTO, IMF, 세계은행, 기타 기업 지배를 위한 기관들은 세계 전체에 자신들의 규칙을 강요한다. 19세기에 영국과 미국은 자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중국이나 일본의 무역 시장을 개방시키기 위해 군함을 파견했다. 오늘날 그들은 똑같은 목적을 위해 다른 나라 정부를 매수하거나 협박한다.

그 결과는 인류 대다수에게 재앙이다. 극소수의 억만장자들이 늘어나는 것과 함께 빈곤과 질병과 사망률도 증대한다.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에서도 노동자들은 더 오래 일하지만 더 불안정한 삶을 산다. 국내외에서 빈부격차는 커지고 있고 세계는 더 위험해지고 있다. 매 시간 2백 명의 아이들이 죽어야만 하는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생산하는 진정한 대량살상무기들 ─ 전투기, 잠수함, 로켓, 핵무기 ─ 에 수십억 달러가 낭비돼야만 하는가? 음식, 물, 주거, 교육, 그밖에 모든 생산 활동이 다국적기업들에 좌지우지돼야만 하는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숨쉬는 공기, 우리의 기후가 이윤욕 때문에 파괴돼야만 하는가? 불행히도 단기적인 대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거대 기업과 거대 국가 간의 긴밀한 상호의존을 특징으로 하는 자본주의적 제국주의는 이러한 재앙들을 현실로 만들 것이다.

자본의 지배와 전쟁 사이의 연관이 지금처럼 선명했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우리의 임무는 이러한 연관을 이해하고 그것을 영원히 끊어버릴 수 있는 진정한 운동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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