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0일, 나를 비롯해 3명의 노동자연대다함께 회원들은 한국외대에서 〈레프트21〉 공개 판매를 진행했다. 점심 시간이라 사람들도 꽤 많았다.
나는 〈레프트21〉89호의 1면 기사가 부착돼 있는 판넬을 들고 ‘입만 열면 막말 뱉는 1%의 수괴’ 박근혜의 역겨운 행태와 이에 맞서는 진보의 대안을 주장하는 스피치를 했다.
이 날은 안철수가 대선 후보 출마 선언을 한 날이라 “안철수는 반새누리당 비민주당 정서를 기반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문제에서는 여전히 1%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며, “안철수도 박근혜에 제대로 맞설 수 없”고 “독립적이고 노동중심적 진보 대안이 필요하다”는 스피치를 주로 했다.
많은 외대생이 스피치 내용에 관심을 가졌고, 공개 판매는 매우 활력 있게 진행됐다.
그런데 가판을 마치고 정리하고 있을 때 신문을 샀던 주민 2명이 다가오더니, “사실 우리는 동대문구 선거관리위원회”라며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그들의 주장은, “가판을 진행하며 특정 후보, 박근혜에 대한 비방을 계속했다. 유신 이야기를 하고 인혁당 사건을 얘기하며 특정 후보를 비방한 것은 선거법 위반이다. 특정 후보 사진이 박혀 있는 판넬을 들고 있는 것 또한 마찬가지”라고 했다. 박근혜를 비판하는 스피치를 하지 말고, 판넬도 들지 말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통상적인 판매 행위이고 합법적으로 등록돼 있는 신문이다. 길거리 가판대에서 판매되는 여타 신문들과 동일하게 등록된 간행물이다.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없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심지어 선거법에도 선거기간 동안 오후 11시까지 휴대용 확성기를 이용한 선거 운동을 허용하고 있고, 통상적 판매를 위한 광고물에 후보자 명의가 들어간 것을 허용한다.
게다가, 우리는 박근혜뿐 아니라 안철수와 문재인도 비판했는데 선관위원들은 박근혜 비판만 문제 삼았다. 대선을 앞두고 집권당 후보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고 박근혜에 반대하는 진보적인 대학생들을 입막음 하려는 것이다. 9월 20일 이후에도 선관위원들은 학내 곳곳을 누비며 버젓이 감시와 검열을 하고 있었다. 이는 명백히 유례없는 학생들의 자치권 탄압이기도 하다.
우리는 굽힘 없이 나흘 뒤에 예정돼 있는 공개 판매를 다시 진행했다. 선관위가 다시 올 것에 대비해 대학생사람연대, 중국어대 학생회 등의 학내 좌파 활동가들과 함께 대응을 준비하고 있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오지 않았는데 선거법 위반이 아님을 안 듯하다.
이번 사건은 대선을 앞두고 진보적인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의 일부다. 이런 시도에 맞서 단호히 저항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