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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벌점제가 체벌의 대안인가

우리 학교는 체벌 금지 이후에 생활평점(상벌점)제가 시행되고 있다. 며칠 전에 생활지도부 소속 한 선생님이 우리 반에서 실내화를 신지 않은 아이를 꾸중하며 벌점을 주고 있었다. 그리곤 나에게 왜 벌점을 주지 않는 거냐고 말했다. 교무실에선 ‘벌점을 1점도 주지 않은 교사가 있다’는 말을 하며 흉을 봤다고 한다. 교사도 경찰들이 실적을 쌓기 위해 함정 단속을 하듯이 학생 벌점 주기 실적 경쟁을 해야 할까?

학생들이 지켜야 할 규칙은 자기 자신을 위한 규칙이어야 한다. 그래서 규칙을 위반하면, 스스로에게 가장 부끄럽고, 주변 친구들에게 부끄러운 것이어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 생활지도를 한다는 것은 민주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규칙을 내면화하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사가 감시자 구실을 하게 되면 교사는 학생들에게 공동의 적이 되고 규칙 위반은 용기 있는 행동처럼 변질되며, 처벌을 받는 학생은 단지 재수가 없었을 뿐이라고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상벌점제도는 교사와 학생의 교육적 관계를 점수로 환산함으로써 교육 내용을 은폐하는 경향이 있다. 실내화를 신지 않았다면 어쩌다 그런 것인지(잊었는지, 분실했는지, 세탁했는지, 거부하는 것인지)를 확인하고 토론할 일임에도, 벌점 1점으로 정리되면 생활지도의 본질은 희미해진다. 더구나 친구에게 욕설하고 괴롭히기(벌점 3점)가 방과 후 청소(상점 1점) 3회로 거래되기 시작하면 상벌점제도는 왜곡된 도덕관념 형성이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상벌점제도는 체벌의 대안이 아니다. 인권을 생각하는 상호 존중, 민주적 토론과 실천이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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