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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고공 농성:
철탑 위에서 온 편지들

“모든 것을 걸고 철탑에 올랐습니다. 꼭 이기고 싶습니다”

다음은 10월 17일 최병승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이 송전철탑 고공 농성에 돌입한 직후 철탑에서 보낸 편지다.

저는 2010년 7월 22일 대법원 판결로 승소했습니다. ‘제조업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므로 정규직’이라는 판결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회사는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지리한 소송 끝에 2012년 2월 23일 대법원 최종 판결을 받았습니다.

중노위도 ‘사내하청 업체 해고는 무효이고 부당해고이므로 이미 정규직이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현대자동차 회사는 아직까지 저를 정규직으로 고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와 똑같은 조건인 1만여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해서도 ‘단 한 사람도 정규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오히려 3천여 명 신규채용을 들먹이며 세상을 속이려 들고 있습니다. 오른쪽은 정규직, 왼쪽은 비정규직이 작업하는 공정을 재배치해서 합법도급으로 바꾸겠다고 수작 부리고 있습니다.

2004년 노동부의 9,234개 공정 불법파견 판정 이후 온갖 편법, 불법, 탈법을 저지른 정몽구 회장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2005년 9월 4일 류기혁 열사가 비정규직의 울분을 안고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그때 철탑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두 번째입니다.

모든 것을 걸고 철탑에 올랐습니다. 꼭 이기고 싶습니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비정규직 동지 여러분. 사랑합니다.


“비정규직 철폐투쟁 10년, 이제는 끝내야 할 때입니다”

다음은 10월 17일 천의봉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이 송전철탑 고공 농성에 돌입한 직후 철탑에서 보낸 편지다.

한걸음에 달려와 주신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 투쟁하는 동지들을 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솟아오릅니다. 2003년 노동조합 결성 이후 ‘불법파견 철폐,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이 우리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비정규직노동자를 먼지처럼, 벌레처럼 취급해 왔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동지들이 죽고 다치고 구속되고 징계, 해고되었습니까? 고소고발, 손해배상, 가압류로 고통받아 왔습니까? 노동조합 10년, 비정규직 철폐 투쟁 10년입니다. 이제는 끝내야 할 때입니다. 회사도 끝내겠다고 하고 우리도 끝내려 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3천여 명 신규채용 사탕발림으로 회사에 줄 세우기하고 있습니다. 5천여 비정규직 동료를 진성도급으로 바꾸겠다고 작정하고 있습니다. 올해 1천여 명을 신규채용 하겠다고 떠벌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노동부에 불법파견 개선계획서를 내고 파견법 위반 처벌을 피해보겠다 하고 있습니다.

지회는 올해 5월 15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파업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비정규직 동지 여러분.

정규직 지부 대의원 선거로 잠시 중단되었던 불법파견 특별교섭이 곧 재개될 것입니다. 여기에 발맞추어 파업투쟁의 파고를 높이고 힘을 모읍시다.

존경하는 정규직 동지 여러분.

동지들이 든든히 연대해 주었기에 지회가 설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굳은 연대를 호소합니다.

다부진 각오로 철탑에 올랐습니다. 기필코 승리합시다.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꼭 쟁취합시다.


“노모는 저에게 밥 잘 먹고 잘 싸우라고 하십니다”

다음은 천의봉 사무장이 고공 농성에 들어간 지 일주일이 되는 날 송전철탑에서 보낸 편지다. 현대차 사측은 용역깡패를 동원해 폭력적으로 철탑 침탈을 시도하는가 하면,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장의 가족을 찾아가 회유를 하기도 했다.

송전탑 고공 농성에 들어간 지 일주일이 되는 날!

천의봉,

동지들에게 뜨거운 동지애를 보내며 인사드립니다.

어제는 비가 와서 많은 동지들이 걱정해 주셨습니다.

저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조합원 동지들이 여기 두 명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

걱정뿐만 아니라 그만큼 현대차에 대한 분노가 더욱 더 커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투쟁이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현실이 정말 싫고 눈물이 납니다.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러나 8년 동안 불법파견 철폐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싸워왔지만

현실은 아직 8년 전 제자리입니다.

2010년 대법판결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규직으로 복구하지 못한 동지가 바로 밑에서 같이 농성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투쟁의 과정에서 많은 동지들이 해고되고 징계받고, 자기 몸에 불을 붙이고, 또 목숨을 버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보고 누군가는 말할지 모릅니다.

두 명의 고공 농성이 무엇을 해결해 줄 수 있느냐고.

맞습니다.

현대차의 뻔뻔함과 부당함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여기 올라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농성이 당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두 명의 힘이 아니라 여기 모인 동지들,

그리고 현장에 있는 동지들이 함께할 때 같은 목소리를 낼 때,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비조합원들께도 당부하고 싶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서러운 지금의 처지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회사가 무섭고, 싸우는 게 힘들다고, 당장의 피해를 원치 않는다고, 침묵하지 말아 주십시오.

목숨을 걸고 철탑에 올랐습니다.

결코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목숨을 걸었습니다.

이 어처구니없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조합원 동지들과 함께 바꿔 주십시오.

현대차는 저의 노모에게까지 찾아가서 조합원들을 배신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노모는 저에게 밥 잘 먹고 잘 싸우라고 하십니다.

저의 어머니와 같은 수많은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이 투쟁을 승리해야 합니다.

오늘 한 번 눈 감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한 번 더 투쟁합시다.

나와 가족,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지금 싸워서 바꿔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눈치 보지 말고 나서서 같이해 주십시오.

정당한 것을 요구할 줄 알고, 부당한 것을 바꿔낼 줄 아는,

누구에게나 당당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로 함께 해 주십시오.

동지 여러분,

8년 동안 하나의 목표로 지금까지 싸우고 있습니다.

한 명 한 명의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힘을 보태고,

또 같이 일하는 비조합원 동지의 관심과 참여가

거대한 공룡자본 같은 현대차를 굴복시킬 수 있습니다.

이 바람 차고 위험한 곳을 내려가 현장에서 같이 당당한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습니다.

같이 고민하고 같이 소주 한 잔 하고 싶습니다.

올해 반드시 끝장 보는 싸움 하겠습니다.

거기에 힘 보태주십시오.

2012년 10월 23일

철탑에서 동지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천의봉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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