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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수능 강의 - 사교육비 경감 대책?

EBS 수능 강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

고등학교마다 ‘EBS 수능 강의’ 열풍이다. 인터넷 서비스에는 열흘도 채 안 돼 50만 명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서점에서는 EBS 교재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교육부는 EBS 강의로 사교육비를 경감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EBS 강의는 오히려 사교육비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교육부가 EBS 강의에서 수능 문제를 출제하겠다고 하자, “EBS 교재가 교과서처럼 여겨지다 보니 하나라도 안 사면 괜히 불안”하게 됐다. 고교 전체 EBS 교재 종류는 144종에 달하는데, 한 학년치를 모두 구입하려면 28만 원이나 든다.

강의 시청에는 여러 기자재들도 필요하다. TV, 셋톱박스, DVD레코더, TV수신용카드, 미디어센터PC, TV겸용모니터 중 몇 가지를 구입하는 데에 최소 수십만 원이 든다.

그렇다고 기존 사교육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일시적 기대감 때문에 학원에 다니는 학생은 줄었지만,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심야과외”나 “EBS 확인 과외” 등이 등장하고 있다. 경쟁적인 입시제도 자체는 전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시는 어차피 ‘줄세우기’이기 때문에 남들 다 보는 방송만 봐서는 안 되고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정서가 벌써부터 팽배해 있다. EBS 자체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사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의 85퍼센트가 사교육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자녀들은 “학원도 다녀야 하고, 서점에 가서 책을 잔뜩 사오더니 EBS 접속이 안 된다며 컴퓨터까지 새로 사자고 한다.”

그 결과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생겨나고 있다. 그 동안 연간 고교 사교육비는 2조 4천여억 원 정도였다. 한편 올해 EBS 방송 시청 기자재 예상 매출액이 9천5백억∼1조 2천억 원에 이른다. 기존 사교육비의 절반 정도가 EBS 방송으로 인해 새로 늘어난 셈이다.

그리고 새로 창출된 사교육 시장에서 대기업들만 배를 채우게 됐다. EBS 인터넷 방송은 매킨토시 컴퓨터나 리눅스 환경에서는 이용할 수 없고, 오직 마이크로소프트사(MS사)의 윈도우 환경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MS사는 늘 그랬듯이 독점을 이용해 윈도우에 윈도우미디어 플레이어를 끼워넣어 인터넷 방송 시청 프로그램 시장을 석권할 전망이다.

IT 시장이 불황인데도 1/4 분기에 삼성은 63퍼센트 매출 신장을 기록했고, LG는 70퍼센트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새로 창출되는 시장은 대기업들에게 막대한 이윤을 가져다 줄 것이다. 기존 TV 시장 규모의 절반 또는 에어컨 시장 전체 규모의 시장이 새로 만들어질 것이다.

경쟁적인 입시제도를 근본적으로 폐지하지 않고, EBS 과외가 사교육비 경감과 입시 개혁을 낳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잡겠다는 격이다.

정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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