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전교조 강원지부는 강원도교육청과 ‘2012단체협약’(이하 단협)을 체결했다. 이번 단협 내용에는 민주적 학교 운영, 교원법정정원 확보와 기간제 처우 개선, 초중등교육과정 정상화 등 매우 혁신적인 안이 포함돼 현장 교사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특히 “초등학교 중간 및 기말고사 등 일제 형식 평가 폐지”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창의적 교육활동을 저해하는 내부형 일제고사(한 학교에서 한날 한시에 같은 문제로 보는 시험)를 철폐시킬 절호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원도교육청은 11월 16일 이 내용을 담은 공문을 학교에 보내 기말고사 준비를 중단시켰다.
그러나 교총 소속의 몇몇 교장들이 강원도교육청에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자 강원도교육청은 곧바로 입장을 바꿔 ‘2012년 평가는 학기 초에 수립된 계획대로 실시하라’는 수정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전교조 강원지부는 수정 공문을 철회하고, 단협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27일부터 교육청 앞에서 1차 농성에 돌입했다.
초등학교의 중간·기말고사 등 일제 형식의 평가는 본래 과정 중심의 수시평가를 지향하는 초등학교의 교육 기조에 어긋나는 행태다. 이러한 평가는 가르친 교사가 평가할 권리를 밀어내고, 경쟁교육을 강화시킴으로써 초등학교 교육까지 입시교육의 연장선으로 만들어 버렸다.
전교조 강원지부 한은수 사무처장의 말을 빌려 이번 진보교육감의 후퇴에 대한 두 가지 요구안을 제시해 보겠다.
첫째, ‘행복 더하기 학교’라는 혁신학교 성과를 내세우는 강원도교육청이 초중등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해 내부형 일제고사를 폐지하는 것은 당연한 조처다. 이를 거스르는 것은 그 성과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강원도교육청은 수정 공문을 철회해야 한다.
둘째, 단협은 교육청과 전교조의 약속이고,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이다. 불과 한 달도 안 돼 단협을 파기하는 행위는 앞으로 함께할 교육 개혁을 위해서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노조의 단협은 진보적 현장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힘이 되기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번 사태는 아무리 진보교육감이라 할지라도 노동조합을 비롯한 현장의 기층 세력이 조직화 해 압력을 넣지 않으면 교육 혁신을 온전히 이룰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줬다. 전교조 강원지부의 끈질긴 투쟁을 통해서만 단협을 실현시키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