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지배자들한테 경제 위기를 벗어날 묘책이 없다는 사실은 최근 저들이 그리스를 두고 얼마나 머뭇거렸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유럽 지배자들은 11월 12~13일, 그리고 다시 19~20일에 모여서 그리스 문제를 논의했지만 선뜻 ‘구제금융’ 지급을 결론 내리지 못했다.
결국 한 달 사이에 세 번째 모인 26~ 27일, 10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야 마지못해 ‘구제금융’ 지급을 결정했다.
물론 유럽 지배자들은 ‘구제금융’의 대가로 그리스 노동자들의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회 긴축안 통과로 해고 위기에 놓인 그리스 지방공무원들은 유럽 공동총파업 이후에도 전국 2백50여 곳에서 지방정부 건물을 점거했다. 긴축이 낳은 양극화의 재앙적 결과인 파시즘에 반대하는 투쟁도 전진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정부가 긴축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면서 청년 실업률이 35퍼센트를 넘었다. 턱없이 낮은 예산 때문에 엉망인 교육 환경과,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는 현실에 항의하며 11월 초부터 학생들이 중고등학교와 대학 2백여 곳에서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점거 중인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농성 위원회를 구성해 물자를 조달하고 있다.
11월 24일에는 이탈리아 전역의 도시들을 멈추며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마리오 몬티 정부의 긴축정책에 맞서 행진을 벌였다.
스페인 카탈루냐에서는 우파 집권정당이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조기 총선을 치렀지만, 긴축을 추진한 전력 때문에 오히려 의석을 크게 잃었다(12석). 중앙정부 차원에서 긴축을 강요한 사회당과 국민당도 의석을 잃었다.
반면에 긴축에 반대한 카탈루냐공화좌파당은 11석, 녹색당과 급진좌파의 연합은 3석이 늘었다. 반자본주의 좌파인 대중연합은 3석을 확보하며 처음으로 지방의회에 입성했다. 그 지도자는 사회운동을 위해 “국회의 트로이 목마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유럽의 긴축반대 투쟁은, 다가오는 새 정부의 공격에 맞선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 국내 노동자 운동에 갈 길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