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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1년 새 달라지다

이라크 전쟁 1년 새 달라지다

크리스 하먼은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부시의 꿈이 어떻게 무산되고 있는지 설명한다.

꼭 1년 전인 2003년 4월 10일, 바그다드에서 사담 후세인의 동상이 무너졌다. 대중 매체들은 이 모습을 전 세계에 보도했다. 메시지는 간단했다. 미국이 이겼고 이라크는 평화와 자유를 향한 길로 갈 것이다.

전쟁 지지자들은 기뻐 날뛰었다. 그들은 반전 운동이 틀렸다고 큰소리쳤다. 그들은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는 것은 손쉬웠고, 이라크 국민은 미국의 침략을 점령이 아니라 해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에 반대한 많은 사람들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해방이라는 말을 수긍한 사람은 드물었다. 그들은 마을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든 폭격, 민간인 수천 명의 죽음, 폭탄 파편으로 무릎이 잘려 나가고 신체가 갈기갈기 찢긴 사람들을 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부시와 럼스펠드는 미국 제국주의의 압도적 군사력을 사용해 전 세계 어디서나 저항을 분쇄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처럼 보였다. 다른 ‘악의 축’ 나라들, 즉 시리아·이란·북한·쿠바와 아마도 베네수엘라 등을 치는 것은 오직 시간 문제인 듯했다.

2004년 4월 10일,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환영하는 군중과 기고만장한 미군의 모습은 더는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많은 경우 무장한 수천 명의 이라크 시위대들이 탱크 안에 숨어 있는 미군 병사들과 대결하고 있다. 미군은 [바그다드의] 빈민가들을 다시 한번 완전히 박살낼 태세지만, 그들은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고립된 혐오 대상일 뿐이다.

부시가 있는 백악관의 분위기도 완전히 변했다. 허장성세와 오만한 말은 여전하다. 그러나 미국 제국주의에 불리하게 상황이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숨길 수는 없다. 그리고 이것은 이라크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부시-럼스펠드 독트린은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압도적 군사력을 사용해 어떤 나라든 굴복시킬 수 있다는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 때문에 미국은 지리적으로 동떨어진 지역에서 동시에 두 개 이상의 전쟁을 벌일 수 있다고 그들은 큰소리쳤다.

미국은 이러한 논리에 따라 전 세계에 군사 기지를 확대했다. 각각의 기지는 말 안 듣는 이른바 ‘불량’ 국가들을 공격하기 위한 잠재적 발판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바로 이 전략이 지금 이라크에서 산산조각나고 있다. 바그다드를 점령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부시 정부는 지상군을 더 많이 투입하지 않으면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그러나 미국은 여유 병력이 없다. 동원 가능한 병력의 거의 절반이 이미 이라크에 투입돼 있고, 주말 군인들인 주방위군에게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때도 결코 파병할 필요가 없었던 병력이 바로 주방위군이었다.

미국은 자기를 위해 싸워 줄 사람들을 찾기 바쁘다. 국무부는 미국을 도와 달라고 다른 국가들에게 통사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식민지 모험을 지원하기 위해 자국 청년들을 파병함으로써 인기 하락을 자초할 정부는 거의 없다. 반전 운동의 영향력 때문이다. 그 때문에 1년 전만 해도 미국 권력의 과시였던 것이 이제는 미국의 약점의 노출이 됐다.

물론 이러한 약점이 있다고 해서 미국이 평화적으로 이라크를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주의 저항에 대한 대응에서 드러나듯이, 미국은 가장 야만적이고 잔인한 방법을 사용해 그 입지를 회복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부시와 럼스펠드가 무슨 짓을 하든 지금 미국의 기성 정치권을 사로잡고 있는 가장 큰 두려움을 씻어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29년 전에 닉슨과 키신저가 베트남에서 철수했던 것처럼 이라크에서 치욕적인 철수를 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그 때문에 미국 지배자들 사이의 분열이 계속 깊어지고 있다. 백악관에서는 서로 경쟁하는 부시 보좌관들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주요 의원들은 부시의 전술을 문제삼고 있다. 그리고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된 거짓말들이 더 많이 드러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득을 얻을 사람 중 하나는 바로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와 겨룰 민주당 후보 존 케리다. 그는 전쟁에 찬성표를 던졌고 지금 미군이 이라크에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케리는 반전 정서를 이용하고 싶어한다. 그는 부시가 주요 유럽 열강인 프랑스·독일과 타협해서 유엔의 외피를 쓰고 이라크 점령을 유지하기 위한 지지를 얻어 내라고 주문하고 있다. 미국 제국주의의 강력한 지지자들은 자기들이 이라크에서 완전히 실패하지 않으려면 이러한 후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반전 운동은 [케리 류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부시의 계획에 타격을 준 것은 존 케리나 공화당·민주당의 의회 지도자들이 아니다. 그것은 전 세계 반전 운동과 이라크 내 저항의 결합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말한다는 것 자체는 미국이 전능하기 때문에 시위를 해도 소용없다던 1년 전의 주장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증명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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