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 1천 개 월마트 매장에서 노동자들이 일어서다
〈노동자 연대〉 구독
미국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 연휴는 소매 매출이 1년 중 가장 많은 날이다. 바로 이 ‘블랙 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 금요일]에 미국 전역 1천 개 이상의 월마트 매장에서, 월마트 노동자 수천 명과 지지자들이 참가한 대규모 투쟁이 벌어졌다.
월마트는 2011년 매출액이 4조 달러를 넘겨, 매출액 순위에서 세계 1위를 한 기업이다.
동시에 월마트는 세계적 노동자 탄압 기업이기도 하다. 월마트 노동자들은 규정대로 주 34시간을 일하면 연봉 1만 6천 달러(약 1천7백만 원) 정도를 받는다. 그러나 주 32시간 이상 일하면 연금을 줘야 한다는 법을 피하려고, 월마트는 흔히 노동자들을 22시간 정도만 일 시킨다.
저임금 때문에 집세를 감당할 수 없는 노동자들은 폐가나 노숙자 쉼터에서 살거나, 심지어 숲 속에 텐트를 치고 살기도 한다.
2011년에 월마트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준비하려고 추수감사절 당일에 노동자들을 12시간 특근을 시켰다. 저임금과 강제 특근,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분노해 온 노동자들은 이를 계기로 ‘우리 월마트’라는 현장노동자 조직을 결성했다.
월마트는 노조를 결성하면 지점을 통째로 없애 버리는 식으로 노동자들을 가혹하게 탄압해 왔기 때문에, 처음 결성될 때는 1백여 명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투쟁과 함께 조직도 급성장했다. ‘우리 월마트’와 ‘창고노동자연합’이 주도해 지난 10월 전국 곳곳에서 벌인 파업과 창고 점거는 직장 내 차별 완화, 해고자 복직 등에서 일부 성과를 얻었다. 자신감을 얻은 노동자들은 이후 텍사스,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등 여러 주의 매장과 창고에서 캠페인을 계속 벌여 왔다.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항의 행동은 이런 투쟁의 연장선에 있었다. 계속되는 투쟁으로 자신감을 얻은 노동자들은 “황당한 것은? 불공평한 임금! 역겨운 것은? 노조 파괴!”를 연호하며 매장 앞에서 팻말 시위를 했다. 쇼핑하러 온 시민들은 경적을 울려 연대를 표했다.
로스앤젤레스 남쪽 파라마운트에서는 월마트 노동자, 다른 노동조합, ‘점거하라’ 운동 활동가, 성직자 등 1천여 명이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시카고에서는 불과 몇 달 전 승리를 거둔 교원노조 노동자를 비롯해 보건의료 노동자, 트럭노동조합 노동자 등이 새벽부터 함께 모여 시내를 돌며 월마트에 항의했다.
연대
‘블랙 프라이데이’ 투쟁이 월마트에 줄 타격을 두려워한 사측은 노동자들의 행동이 있기 몇 주 전부터 ‘우리 월마트’ 소속 노동자들을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했다. 미국의 많은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은 이 제소가 오바마 2기의 노동 정책의 본질을 드러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고무적이게도, 노동자들은 위축되지 않고 다음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국내뿐 아니라 일본,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터키, 잠비아, 방글라데시 등 세계 도처에서 월마트 노동조합과 활동가 들이 12월 14일, 15일 양일에 걸친 국제 연대 집회를 준비 중이다.
이 투쟁은 우리에게 두 가지 희망을 보여 준다.
첫째, 경제 위기에서 오는 분노가 노동자들을 투쟁에 나서게 만들고 있다. ‘1퍼센트’와 ‘99퍼센트’의 뚜렷한 격차에서 나오는 분노가 야수의 심장인 미국에서 노동계급을 깨우고 있다.
둘째, 부문을 넘어서 투쟁의 영감이 퍼져 나가고 있다. 위스콘신 공공 노동자들의 주의회 점거가 시카고 교사들에게 영감을 준 것처럼, 시카고 교사들의 단호한 파업과 광범한 연대 건설이 희망을 준 것처럼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반(反)노조 기업에서 울려 퍼진 저항의 목소리는 미국의 노동계급 투쟁이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