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한국에 사는 이집트인 7명이 서울 한남동 이집트대사관 앞에 모였다. 영하 8도의 한파에도 이들은 이집트 ‘파라오’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헌법 국민투표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모였다.
최근 이집트 대통령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은 군부가 정치에 개입할 수 있고, 부자들의 재산을 보호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헌법을 ‘날치기’한 뒤, 12월 15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발표했다.
가난하게 살고 있는 노동자와 농민의 권리는 새 헌법에서 사실상 보장되지 않는다. 또 이슬람주의 율법을 내세워서 여성·콥트인·언론의 자유도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집트대사관 앞에 모인 한국 거주 이집트인들은 “무슬림형제단이 혁명을 도둑질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한국에 있는 이집트인들은 무슬림형제단 독재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구호를 적은 팻말과 이집트 국기를 들고 항의의 뜻을 표현했다.
한 참가자는 이집트 국기에 치즈 상자를 붙인 뒤 “신이여, 치즈를 용서하소서”라는 익살스런 구호를 적어왔다. 이집트에서 무슬림형제단이 깡패를 동원해 시위대의 천막을 철거한 후, 그 안에서 외국산 치즈가 한 상자 나오자 이를 두고 ‘반정부 시위가 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비난한 것을 풍자한 것이다.
현재까지 이집트에서는 시위 과정에서 15세 소년을 포함해 7명이 사망했다. 한국 거주 이집트인들은 이집트 경찰과 군대가 저지르는 폭력이 매우 우려된다며, 이집트에서 더 큰 문제가 생긴다면 대사관 앞에서 추가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