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 가산점 폐지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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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헌법재판소는 중등교사 임용시험에서 사범대학 졸업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04년 11월경에 실시되는 2005학년도 교사 임용시험부터 사범대 출신자에 대한 가산점 제도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4월 3일 전국 사범대 학생 5천여 명이 서울에 모여 ‘예비교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것은 사범대 학생들이 갖고 있던 불만이 표현된 것이다. 그 동안 사범대 학생들은 사범대 교육과정의 내용과 질, 그리고 이와 연계된 임용고시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 사범대 교육과정은 교사가 되기 위해 입학하는 학생들 대부분의 요구를 전혀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일반 대학들과 다를 바 없는 전공과목에, 교육학 ‘이론’이 중심인 몇 개 교직과목 그리고 턱없이 부족한 4주 간의 교육 실습을 거치면 교사 자격증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임용고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사지선다형인 교육학 과목과 단답형 중심의 전공과목으로 이뤄진 임용고시는 교사에게 필요한 소양을 다루기보다 누가 더 잘 암기하고 있는지를 묻는 시험이었다.
따라서 많은 학생들은 임용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학교 교육과정과 별도로 학원에 의지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범대의 정체성을 보여 주는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했던 ‘사범대 가산점’이 폐지되자 학생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이 없어졌다고 느끼게 됐다.
그래서 사범대 학생들은 ‘목적형 사범대 쟁취’라는 요구를 내걸고 투쟁을 시작했다.
이 요구는 교직과목의 양적·질적 확대, 현장 실습 강화 등 교사 양성 과정을 좀더 충실하게 만들라는 요구와 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국가가 책임지고 모두 임용할 것을 요구하는 올바른 주장이 포함돼 있다.
배제
그러나 사범계 출신 학생들에게만 교사 자격증을 발급할 것도 요구하고 있어, 비사범계 학생들은 자신들이 배제된다고 느낄 것이다.
사범대 학생들은 비사범계 학생들의 교직 이수 제도를 없애는 대신 자유로운 편입학을 통해 해결하면 되므로 비사범계 학생들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범대 가산점을 유지할 것도 함께 요구하고 있어 진정으로 비사범계 학생들과 함께하려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핵심은 사범대학으로 입학하지 않은 학생들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사범대 학생이든 비사범대 학생이든 교사를 지망한다면 좀더 충실한 교사 양성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범대 가산점 유지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비사범계 학생들과 함께 더 많은 교사 임용을 요구하는 것이 올바른 입장일 것이다.
현재 비사범계 출신으로 교사 자격증을 얻기 위해 교직과정을 이수하는 학생이 7만 9천여 명에 이른다. 또, 매년 2만 7천여 명의 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생기는데, 3분의 2 이상이 비사범계 출신이다.
그러나 정부는 매년 5천 명 정도만 신규 중등교사를 임용하고 있고 이에 따라 임용고시 경쟁률이 11대 1에 이른다.
반면에, 학교에서는 교사가 부족해 많은 교사들이 고통받고 있다. 교육부는 법정 교원수조차 확보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어서 전교조는 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교원 법정 정원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2003년 교원 법정 정원 확보율은 90.6퍼센트에 그쳤다. 게다가 2001년 기준으로 한국의 교원 1인당 학생수는 중학교의 경우 21명이고 고등학교의 경우 19.3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인 14.5명과 13.8명보다 많다. 이런 수치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서도 중등교원 8만 명 정도가 더 필요하다.
교사 양성 과정 내실화를 요구하면서도 교사 자격증 소지자 임용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비사범계 학생들과 함께 투쟁할 수 있는 요구를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비롯한 문제를 비사범계 학생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잘못을 범하게 될 것이다.
강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