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7일까지 진행된 전교조 위원장과 지부장 선거에서, 전교조 내 좌파인 ‘교찾사’(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찾는 사람들) 경향의 김정훈·이영주 후보가 당선했다. 또 ‘참실련’(참교육실천연대) 경향과 교찾사 경향이 경선한 6개 지부를 포함해 모두 9개 지부에 교찾사 경향의 지부장 후보가 당선했다. 이로써 교찾사 경향이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의 다수가 됐다.
이처럼 교찾사 경향이 선거에서 완승을 거둔 것은 전교조 역사상 최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먼저 득표를 분석해 보면, 지난 15대 위원장 선거와 비교할 때 참실련의 표가 대량으로 줄어든 것이 교찾사 경향이 승리한 이유였다. 참실련 지도부가 지난 6년간 전교조 지도부를 운영하면서 조합원들의 기대를 채우지 못하자, 그 실망이 상대적인 좌파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났다.
지난 수년간 지속된 경제 위기는 사람들의 고통을 키워 왔고, 그 속에서 교사들의 고통도 지속·증가했다. 일제고사와 성과급 등 경쟁과 통제 위주의 정부 정책은 계속됐고, 교사들은 심각한 업무량으로 고통받았다. 같은 시기 전교조 등에서 실시한 여러 조사들에서 교직 만족도는 수직 하락했다.
그러나 참실련 경향의 현 장석웅 지도부는 투쟁 건설보다는 민주당과의 정책 공조 등을 통한 위로부터의 개혁을 전략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조합원들의 불만이 매우 높은 성과급 문제를 학교 분회 차원의 균등분배로 맡겨 버리는 등 투쟁 건설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면서 학교 현장의 어려움은 점점 커졌고, 이명박 정부의 탄압까지 이어지면서 조합원 수는 6만 명 이하로 감소했다.
또한 지난 6년간 참실련 경향이 전교조를 비민주적으로 운영해 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 왔다.
진보교육감과의 관계 설정도 문제였다. 전남에서는 진보교육감의 부정이 드러났는데도 이를 무비판적으로 지지했던 참실련 경향의 득표가 대폭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온건한 실천을 해 온 황호영·남궁경 후보를 상대해 투쟁을 강조한 김정훈·이영주 후보가 더 큰 지지를 얻은 것이다. 일제고사, 교원평가, 성과급, 특목고 등 경쟁교육 폐지와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교원 확충과 교원 잡무 폐지, 수업 일수 시수 감축을 거론하며 열의 있게 투쟁을 건설해 온 김정훈·이영주 후보는 팍팍한 교육 현장을 바꾸고자 하는 조합원들의 바람에 부합할 만했다.
여기에 최근 조직을 확대하고 파업 등 투쟁을 건설하며 성과를 거둔 학교비정규직의 투쟁은, 전교조 조합원들에게 ‘우리에게도 투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켜 상대적 좌파 후보의 당선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 듯하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 위기 시기에 교육에서 경쟁과 통제를 강화하고, 교사와 학교비정규직을 구조조정하며 공격을 시도할 것이다. 따라서 새로 당선한 전교조 지도부는 이에 맞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정치적인 관점으로 투쟁과 연대를 건설하며 정부의 탄압과 지도부의 투쟁 방기 속에 약화된 분회와 지회 등을 튼튼히 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정훈·이영주 후보를 지지했던 활동가들은 이제 상대적 좌파 지도부의 당선을 이용해 현장에서 교사 노동자들이 스스로 행동을 건설하는 진정으로 중요한 과제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