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 철회하라:
‘다문화’ 겉치레조차 팽개치는 노골적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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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1월 28일 ‘제2차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 계획은 지난 1차 외국인 정책(2008~2012년 시행)보다 훨씬 우경화했고 노골적인 차별과 억압 강화를 담고 있다(반면 ‘부동산 투자 이민’ 등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 결혼 이주민, 중국 동포는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이라면서 규제를 대폭 강화하려 한다.
정부는 ‘1차 기본 계획이 인권·다문화 등의 가치를 강조해 문제를 야기했다’며 2차 기본계획에서는 ‘질서와 안전, 이민자의 책임과 기여를 강조하는 균형 잡힌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제한된 작업장 이동 권리마저 박탈했고, 10월에 경찰과 출입국이 합세해 10년이 넘도록 한국에 살며 학교를 다닌 몽골 청소년을 ‘불법체류자’라며 추방했다. 또 11월에는 한 베트남 여성이 이혼 후 양육권을 빼앗길 것이 두려워 두 아이를 데리고 동반 투신 자살했고, 인도네시아 노동자는 단속을 피하다 추락해 사망했다. 이 사례들에 ‘인권과 다문화 가치’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그러므로 ‘책임’, ‘기여’, ‘균형’이라는 건조한 단어들이 진정으로 뜻하는 것은 이민자들에 대한 끔찍한 억압과 차별이며, 이주자 속죄양 삼기를 제도화해 인종차별을 고무·조장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번 기본계획에는 영주권 전치제도(영주권을 얻어야만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단계를 둔 제도로, 이주노동자와 난민은 영주권 신청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도입, 국적 취득 심사 강화, 미등록 단속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또, 단속 강화를 위해 출입국 단속반에 집·공장 어디든 언제든 들어갈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할 계획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잠재적 범죄 집단’이라는 인식이 없다면 이런 정책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정부는 이런 노골적으로 반인권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제도들을 시행하는 데서, 그동안 내걸어 온 ‘다문화’ 슬로건이 방해가 된다고 본다. 그래서 알맹이 없던 ‘다문화’ 구호조차 뒷전으로 사라지고 ‘대한민국 공동가치 존중’이 전면에 등장했다.
반(反) 다문화
간단히 말해, 이런 말의 배후에 있는 본질은 ‘이주민이 문제’라는 관념이다. 귀화 심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의 공동가치 존중’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다.
정부는 ‘1차 기본계획’의 한계를 평가하면서, 이주노동자들 중 장기체류자가 늘면서 가족을 불러 오고 정주화하는 ‘문제’가 발생했고, 결혼 이민자와 그 자녀 들에게 편중된 지원이 ‘반(反) 다문화’ 현상을 불러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치 이런 생각이 ‘국민 감정’인 양 왜곡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조차 이주민을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배정하고 다문화 공약을 내놓은 것을 보면, 이것이 헛소리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주민의 권리와 인권을 옹호한다. 동아시아연구원과 고려대가 2010년 실시한 ‘한국인의 국민정체성 조사’ 결과만 봐도 82퍼센트가 ‘속지주의’를 지지했고, 이 추세는 계속 증가해 왔다.
근본적으로, 경제 위기 속에 고통받는 대다수 한국인들과, 경제 위기에도 최대 매출액을 올리며 빈부격차를 멀찌감치 벌려 놓는 ‘1 퍼센트’ 사이에 한국인의 ‘공동가치’가 과연 존재하는가?
정부는 이주민들이 한국으로 몰려들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데 혈안이 된 양 묘사하지만, 정작 이주민을 필요로 한 것은 바로 정부였다. 정부와 기업들은 인력이 부족한 3D 산업 — 제조업, 어업, 농축산업, 일부 서비스업 — 을 떠받치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이 필요하다.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까지 하며 국제결혼을 장려한 것도 바로 지방 정부들이었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이 이 ‘필요’에 ‘사용’되도록 철저하게 통제·관리해 왔다. 이주노동자는 사업주가 원하는 경우, 그리고 작업장 변경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경우에만 계약을 연장해 9년 8개월 동안 한국에 체류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장기간 동안 가족 초청은 불허된다. 일반적으로 5년 이상 체류자면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도 이주노동자는 신청하지 못한다.
결혼 이민자 지원도 결혼 이주 여성들이 가족제도 안에서 적응하도록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늘었다지만, 결혼 이주 여성들이 겪는 가정 폭력은 더 늘었다. 여성가족부의 ‘2010년 가정폭력 실태조사’는 결혼 이주 여성 10명 중 7명 꼴로 폭력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주민과 결혼하는 한국인들 다수가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몰려 있는데, 복지 부담 운운은 결국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다.
정부가 결코 말하지 않은 진실은, 대다수 이주민들은 한국 사회와 경제에 기여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주노동자든 결혼 이민자든 난민이든, 이주민들은 대부분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데,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해 이 사회의 부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온갖 종류의 일들을 누가 하고 있는가? 한국 사회는 이들의 노동력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어떤 비용도 지불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국가 재정 부담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파렴치하다.
정부의 정책은 인종차별적 편견과 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정책은 이주민들에게 가혹한 고통을 안겨 주고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분열을 촉진할 것이다. 결국 이것의 수혜는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소수 기득권층에 돌아간다.
우리는 정부의 이런 인종차별적 반(反)이민 정책에 반대하며 분열이 아닌 단결과 연대를 강화해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