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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고(故) 최강서 동지 사망:
1백58억 손배에 목 졸린 노동자의 죽음

한진중공업 고(故) 최강서 동지가 사측의 악랄한 손배 탄압에 내몰리다가 결국 35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고인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두 아이를 남겨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반노동자적 독재 정권의 후예이고 ‘1퍼센트’의 대변자인 박근혜의 당선도 그에겐 큰 압박이었을 것이다.

“가진 자들의 횡포에 … 심장이 터지는 것 같다. …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죽어라고 밀어내는 한진 악질 자본. 박근혜가 대통령 되고 5년을 또 … ”

그의 유서는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그래서 정리해고와 노조 탄압에 시달려 온 많은 노동자들, 박근혜 당선에 분통을 터뜨린 많은 이들이 비통한 심정으로 그를 애도하고 있다.

고(故) 최강서 동지의 유서

한진그룹 사측은 오래 전부터 노동자 탄압으로 악명 높았다. 역대 노조 위원장 가운데 두 명이 구속·해고됐고, 박창수·김주익·곽재규 열사가 사망한 곳이다. 고(故) 김주익 지회장은 ‘손배가압류 철회하라’며 35미터 높이 크레인에 올라 문을 걸어 잠그고 1백29일을 버티다가 결국 목숨을 끊은 바 있다.

피도 눈물도 없는 한진중공업 사측과 회장 조남호는 지난해에도 노동자들을 대량해고했다. 하지만 희망버스 운동 등 사회적 압력에 떠밀려 지난 9월에 92명을 복직시키며 한발 물러서야 했다. 그러나 기쁨은 잠깐이었다. 사측은 바로 이틀 뒤 무기한 휴업 발령을 냈고, 손배 가압류를 퍼붓고 노조 사무실 폐쇄를 협박하는 등 탄압을 지속했다.

그런데도 사측은 고(故) 최강서 동지에 대한 “정확한 사망 원인”은 따져 봐야 한다는 철면피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 동지를 살려내라”고 목놓아 울부짖으며 신관 건물 진입을 시도한 노동자들을 가로막고 건물 입구를 용접해 버렸다.

"노동자를 죽음 벼랑 끝으로 밀어내는 조남호를 구속시켜라" ⓒ박준희

뻔뻔스럽게 빈소를 찾은 새누리당 의원들은 “한진중공업[에] 수주가 안 되면서 일자리가 없어 벌어진 일”(〈민중의 소리〉)이라고 떠들어 노동자들의 가슴을 후벼 팠다.

위기 속에서도 배당을 늘리며 돈잔치를 벌여온 자들이 누구였던가. 군함·특수선 수주는 뭐고, 필리핀 수빅 공장이 따낸 수주는 또 뭐란 말인가. 도대체 왜 그동안 조남호 일가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 준 노동자들이 위기의 대가를 짊어지고 고통을 당해야 하는가.

고통과 탄압에 시달려 온 많은 노동자들이 박근혜 새 정부의 등장을 한 줄기 희망의 빛조차 차단하는 암흑으로 여기고 있다. 고(故) 최강서 동지가 사망한 다음날,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 고(故) 이운남 동지가 목숨을 끊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동지들의 죽음은 우리에게 좌절과 절망이 아니라, “가진 자들의 횡포”와 “악질 자본”과 “박근혜” 정부에 맞서 투쟁할 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우리에게 어렵고 힘든 상황을 안겨 주겠지만, 여전히 굳건한 조직과 의식을 갖고 있는 한국 민주노조 운동은 희망을 재건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확대되는 분노와 항의 시위

“최강서를 살려내라”

박연오

고(故) 최강서 열사의 죽음에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끼는 부산지역 노동자·시민 들이 사태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고 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매일 저녁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열사 추모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첫날, 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에 급하게 잡힌 집회였음에도 3백여 명이 참가했다.

그 다음날에도 3백여 명이 조선소 입구 도로를 가득 메웠다.

박성호 한진중공업지회 부지회장은 고(故) 최강서 동지를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최강서, 그는 진짜 멋진 노동자였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동지들의 연대를 염원하고 있다. 노노 갈등을 없애고 민주노조 깃발 아래 모여 한진자본에 맞서 싸우자.”

유서에서 드러났듯, 열사의 죽음은 박근혜 집권에 대한 불안과 분노이기도 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열사 추모대회 ⓒ박준희

김재하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진 사측뿐 아니라 박근혜, 새누리당도 책임져야 한다. 한진 재벌을 비호하고 경찰을 동원해 탄압했다.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기죽지 말자.”

집회에서 만난 한진중공업 지회 문영복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사측의 노조 탄압이 극심했다. 회사는 복직한 노동자들 중 어용노조에 가입한 사람들에게만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민주노조 조합원들은 거의 근무를 시키지 않는다.

“회사가 손배소 1백58억 3천만 원을 걸었다. 내년 1월 18일이 손배소 공판이 있는 날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가 당선돼 5년을 어떻게 또 버틸까하는 심리적 압박이 컸다.

“한진중공업 지회는 10년 주기로 자본에게 목숨을 빼앗기고 있다. 이번 기회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지역의 여러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리해고와 강제 무기한 휴업이 부른 사회적 살인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투쟁대책위원회’(가칭)를 구성해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투쟁대책위원회는 매일 저녁 집회를 이어가는 한편, 12월 26일(수)엔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가 주관해 부산지역 집중 집회(오후 7시30분, 영도조선소 앞)를, 27일(목)엔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가 주관해 영남권 확대간부 결의대회(오후 3시, 부산역 광장)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