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매서운 겨울, 한 송이 눈처럼 흩어지는 노동자들의 죽음 앞에서
〈노동자 연대〉 구독
지난 5년간 무참히 짓밟힌 노동자들의 권리, 노조 탄압,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차별. 이에 맞서 목숨을 걸고 철탑과 크레인으로 오를 수밖에 없었지만 노동자들이 삶의 동아줄을 놓지 않았던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차별 없는 세상, 정리해고 없는 세상, 즉 인간의 자의식의 외화라는 아름다운 노동의 권리를 주체적으로 가질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박근혜 당선이라는 비극적인 현실 앞에 힘겹게 잡고 있던 삶의 동아줄을 내려 놓아야만 했다.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남은 것은 감당하기 힘든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뿐이었다.
연이은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보며 자괴감에 빠져 있다, 문득 회광반조가 떠올랐다. 어쩌면 이들은 사그라지는 빛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바쳐 마지막 불꽃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엥겔스는
뜨거워진 온도계의 끝에는 자본가들과 부르주아 권력이 무너지고 노동자들과 민중의 새로운 세상이 도래해 있을 것이다. 돌아가신 다섯 분의 노동자도 꺼져 가는 불 앞에서 마지막 불꽃을 일으켜 온도를 높이고 있다. 회광반조다. 그 어느 것보다도 절박하고 눈물겨운 회광반조다.
다섯 분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수 없다. 결코 좌절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연대하고 투쟁해야 한다. 그리고 승리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그 이유는 단순히 자본주의에서 이윤율이 경향적으로 저하해서라거나, 피지배계급이 지배계급보다 다수여서라기보다도, 바로 자본주의가 아닌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간절함, 인간이 노동의 주체가 되길 바라는 간절함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