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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자유무역협정 왜 문제인가?

한·일 자유무역협정 왜 문제인가?

6월 13∼15일 서울에서 열릴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가 다룰 의제 가운데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다. 14일에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양자간 자유무역협정 어느 것이 아시아에 더 이로운가’라는 주제가 잡혀 있다.

자유무역협정은 시장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지배자들의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다. 그건 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시아의 지배자들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FTA를 체결해 지역 경제권을 확보한 뒤에 중국을 견제할 태세다. 일본의 자본가 단체 경단련(게이단렌)은 한·일 FTA가 체결되면 한국과 일본이 세계 GDP의 17.8퍼센트(5조 달러)를 차지할 거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일본은 싱가포르와도 FTA를 체결했다. 더 나아가, 아세안+3, 호주와 뉴질랜드, 중국까지를 포괄하는 서태평양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한편, 중국은 아세안과 10년 내에 자유무역지대를 구성할 것을 골자로 하는 기본 협정을 체결했다. 나아가 한·중 FTA나 한·중·일 FTA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도 한·칠레 FTA를 체결한 이후로 일련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태세다. 4월 26일부터 서울에서 한·일 FTA 3차 협상이 열린다.

일자리

한·일 FTA 체결을 두고 한국 자본가들은 분열돼 있다. 한국 경제가 수출 위주이기 때문에, 일반으로 한국 자본가들은 자유무역협정을 지지한다. 그러나 특정 부문의 자본가들, 예컨대 제조업 자본가들은 체결을 선뜻 주장하지 않는다. 일본과 그 동안 경쟁해 온 자동차, 철강, 전기 및 전자 분야에서는 자본가들이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혼다 자동차 가격이 내려가 자동차 내수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자본가들은 손해볼 것이다. 반대로, 농업 부문에서는 이득을 볼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각각의 자유무역협정에서 자본가들의 분열은 계속될 것이다. 한·중 FTA가 체결되면 한·일 FTA의 반대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점은 일련의 자유무역협정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은 세계 곳곳에서 신자유주의 정부들이 추진하는 무역 정책 가운데 하나다. 자유무역협정은 WTO 체제를 보완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특히 칸쿤 WTO 각료회의가 실패한 후 미국 등 강대국들은 WTO 체제를 밀고 나가면서도 양자간 FTA를 중시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 세계화의 주요 기구인 WTO에 반대해 온 사람들은 일련의 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도 반대해야 한다.

한·칠레 FTA에서 민주노총은 사실상 기권했다. 적지 않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당장 노동자들이 크게 손해볼 것이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한·일 FTA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만약 자동차 산업의 자본가들이 한·일 FTA에서 피해를 본다면 그들은 그 대가를 자동차 노동자들이 치르도록 할 것이다. 한·일 FTA는 금속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직결돼 있다. 이미 자동차 노조 내에서 한·일 FTA에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들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

한·일 FTA를 반대해야 하는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 협정을 위한 보고서의 부록으로 첨부된 ‘비관세장벽 철폐위원회’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한국이 노동쟁의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 무노동 무임금 원칙 준수, 휴가 수당에 대한 사용자 의무 철폐, 퇴직금 산출 유연화,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엄격하고 신속한 대응.”

노동자 권리 후퇴만이 문제가 아니다. 거의 모든 자유무역협정에는 교육과 의료 등 공공부문에서 시장 경쟁과 사기업화를 더 촉진해야 한다는 주문이 포함돼 있다.기업의 이윤을 무한정 보장하는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내용도 항상 따라다닌다.

협상 내용을 전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조항도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지배자들이 우리의 삶을 놓고 거래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일본과 한국의 노동자와 민중이 한·일 FTA에 반대해 연대해 싸운다면 아주 좋은 일이다.

일본에서도 한·일 FTA가 양국 민중을 공격한다는 점을 주장하는 ‘이의 있음 일·한 자유무역협정’ 같은 네트워크가 생겨났다. 이들은 6월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에 올 채비를 하고 있다.

오는 4월, 6월, 8월에 일련의 한·일 FTA 협상이 예정돼 있다. 투쟁을 준비해야 할 때다.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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