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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피를 못잡고 있는 민주당

대선이 끝난 지 2주가 넘었지만 민주통합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출구전략’을 두고 당내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내 계파들은 ‘‘친노’ 중심의 당내 주류가 중도층을 껴안지 못했다’, ‘‘친노’만 문제 삼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식으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데에 여념이 없다. “후보 3자 TV토론에서 분탕질”이 패인 중 하나라는 박지원 등 대선 패배 책임의 화살을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후보에게 돌리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법륜 스님이 “안철수로 단일화하는 카드를 썼으면 이기고도 남는 선거였다”고 하면서 책임 공방은 민주당 밖으로까지 번지며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듯하다.

대선 전 꾸렸던 ‘국민연대’에 참여한 세력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민정당’ 건설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아마도 이런 구상의 밑바탕에는 앞으로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선거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을 것이다.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어느 쪽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없었던 민주당은 이미 총선, 대선을 모두 패배하고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사실상 NGO 출신인 박원순에게 후보 자리를 내줘야 했다.

그러나 대체로는 ‘애국가도 안 부르는 종북좌파와는 선을 긋고 우클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박지원은 “민주당은 중도개혁으로 우클릭해야 한다. 합리적 개혁이나 합리적 보수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민 막말을 탓하며 우클릭했던 4.11 총선 이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박기춘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박기춘은 김진표와 더불어 대표적인 민주당 내 ‘엑스맨’이다. “남양주시의 시대정신은 토건”이라고 뻔뻔하게 말하는 ‘토건족’으로 각종 토건개발사업을 벌이고 건설업계에 유리한 정책과 법안을 입안해 온 인물이다. 신한국당에서 도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엑스맨

박기춘은 “뼛속까지 바꾸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의 오락가락 행보는 변하지 않고 있다. 국회가 열리자마자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밀실에서 합의해 예산안을 통과시키며 한계를 드러냈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이번 예산안이 민생예산이라며 포장하고 있지만 정작 민중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됐다. 학교비정규직 호봉제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강정 주민들이 온몸으로 공사를 막아서며 제주 해군기지 예산 전액 삭감을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크게 실효성 없는 부대의견을 추가한 채로 건설 예산안을 전액 통과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한겨레〉는 “급조된 ‘임시 가옥’”을 넘어서 “항구적인 틀 짜기가 필요”하다며 진보진영이 선거에서의 일시적 야권연대를 넘어 사실상 민주당과 함께 하나의 정당을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대선 전 많은 진보진영 인사들과 민주노총 간부들이 문재인, 안철수 캠프로 합류하면서 ‘민주당 왼쪽방’ 주장이 심심치 않게 나온 바 있다. 최근 전 노동부장관 남재희도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에서 ‘노동계가 민주당에 흡수되는 미국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움직임과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민주당은 포퓰리즘적 성격도 가지고 있지만, 돈, 인력, 계급적 기반에서 부르주아 정당으로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도 민주당의 일부가 제주 해군기지 예산안 전액 삭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지만 결국 조건부로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불가피한 특정 상황에서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태도를 결코 잃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의 왼쪽에서 진보정당을 재건하고 성장시키는 과제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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