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탑에 오른 재능교육 해고자들:
"재능 투쟁에 연대를 호소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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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여민희, 오수영 조합원이 2월 6일 오전 9시, 재능교육 본사 맞은편 [서울 대학로] 혜화동 성당의 약 30미터 높이 종탑에 올랐다. 이들은 "단체협약 원상회복, 해고자 전원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일 서울행정법원이 "학습지 교사를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한다"고 판결하고, "재능교육이 학습지 교사들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로 무효"라고 판결했으나 아직 이들은 작업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6년 째 투쟁 중인 재능교육지부는 2월 26일이면 비정규직 투쟁 작업장 중 최장기 투쟁 일수를 기록하게 된다. '최장기 투쟁 작업장이 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눈 덮인 종탑에 오른 해고자들이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는 글을 발표했다. 전문을 싣는다.
재능교육지부 투쟁에 연대와 지지를 호소 드립니다.
참 좋았습니다.
살갑게 교재내용을 가르쳐주던 선배도, 노조가입은 당연한 거라고 둘러 앉아 삶은 계란에 지부간부들이 사온 음료수를 먹으며 조합가입원서를 쓰던 날도, 불안에 떨며 입사한지 3개월만에 파업에 나간날도, 파업 후 회원복귀를 많이 했다며 시상금을 주던 교사노조를 지지하던 사업국장님도...
학습지교사도, 레미콘기사도, 트럭기사도, 보험모집인도, 골프장경기보조원도 노동자임을 선언하고 노동조합을 만들고 파업을 하고 정말 설레고 멋졌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 최초의 노동조합을 특수고용노동자 최초의 단체협약을 오로지 단결의 힘으로 쟁취한 자랑스러운 노동조합이었습니다. 전체교사 7천5백 명 중 3천8백 명이 노동조합으로 조직화되었습니다. 서울 경기지역은 98퍼센트를 넘는 조직율을 보였습니다.
그로부터 13년.
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는 12명의 조합원이 있습니다. 10년 가까이 진행된 재능교육의 악랄한 노동조합탄압으로 수많은 조합원들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12명의 조합원들조차 노동조합활동을 이유로 회사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쫓겨나 1천8백75일이라는 고통의 시간을 거리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고 이지현 조합원은 해고당한 후 얻은 암으로 작년 1월 세상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너무나 단순합니다.
투쟁했기 때문에 잃어버렸던 단체협약의 원상회복과 노동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해고된 조합원들의 전원원직복직입니다.
재능교육은 11명의 해고자들이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현장에 복귀한 후에 단체협약을 논의해보겠다고 합니다. 우리의 요구는 12명 해고자의 전원원직복직입니다. 우리의 요구는 지금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해고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때 노동조합 깃발을 들고 다시 즐거웠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가야합니다.
3800명의 조합원 중 이제 11명이 남았습니다.
10년 가까이 한사무실에서 선배로 동료로 일했던 정사원들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거리로 내팽겨쳐도, 회사가 고용한 용역깡패에게 성희롱당하고 폭행당해도, 70이 넘은 노모 혼자 있는집에 쳐들어와 10년 넘은 살림살이에 빨간 압류딱지를 붙여도, 타이어에 미세한 구멍을 내고 자동차 엔진에 모래를 집어넣어 주행 중 갑자기 차가 서 죽음 같은 공포를 느껴도...
우리 11명이 여전히 여기에 남아 투쟁하고 있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 최초의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지키기 위해, 현장에서 부당영업과 부정업무에 고통받고 있는 학습지교사들의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사랑하는 아이들과 동료교사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여기 남아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3천8백명의 단결로 쟁취한 노동조합을 저 높은 곳에 펄럭이는 깃발이 되어 되찾으려 합니다.
우리가 반드시 단체협약을 손에 쥐고 환하게 걸어 내려올 수 있도록 우리의 투쟁을 지지해 주고 함께 해주시길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 드립니다.
우리는 비록 깃발이 되어 하늘사람이 되었지만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겠습니다. 우리와 함께 지금 이곳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과 전국에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과 함께 승리하는 투쟁 반드시 만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