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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를 남긴 제65차 전교조 대의원대회:
총력 투쟁 속에서 규약시정명령 거부 입장을 확산시키자

박근혜 정부는 신자유주의 경쟁 교육에 반대해 온 전교조를 눈엣가시로 여긴다. 그래서 최근에 ‘해고자를 노동조합에서 배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겠다는 말도 안 되는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전교조는 “조합원과 해고자를 분리해 노동조합 내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려는 간교한 술책”을 규탄하며 “총력투쟁으로 전교조 탄압을 분쇄”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것을 지지하면서 최근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벌어진 논쟁과 남은 과제에 관한 전교조 활동가의 글을 싣는다.

2월 23일 전교조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은 일제히 해고자를 노조에서 배제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규약시정’ 압박과 전교조 법외노조화 가능성을 보도했다. 때마침 검찰은 전교조 교사들의 모임인 ‘새시대 교육운동’을 이적단체로 기소했다.

이는 명백하게 대의원과 조합원 들을 위축시키려는 시도였다.

그래서 이번 대의원대회는 어느 때보다 참석률이 높았다. 대의원들의 관심은 온통 ‘규약시정명령’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지도부가 제출한 ‘총력투쟁안’은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할지 말지를 피하는 바람에 모호함이 있었다.

많은 언론들이 ‘전교조가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하고 총력 투쟁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지만, 이것은 정확치 않은 보도다.

설사 해고자들이 노동조합 전체를 위해 희생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더라도 이는 진정으로 노동조합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없다. 투쟁력이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진

진실을 말하자면, 지도부의 ‘총력투쟁안’은 규약시정명령 거부 입장과, 정부에 타협하자는 규약 변경 입장을 절충해 놓은 것이다. 지도부는 이 쟁점을 두고 조합 내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자 고심 끝에 일단 정부 압박에 맞서 싸우되 규약 문제는 다음 대의원대회로 미루는 타협안을 내놓은 것 같다.

그러면서 우려스럽게도, 규약 변경의 여지도 열어 놓았다. ‘정부가 시정 명령을 내리는 시점에 다시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규약을 유지할지, 변경할지를 결정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수정안

이것은 모호하고 어정쩡하게 핵심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 공격에 맞서 효과적으로 투쟁을 벌이기가 어려웠다. 이런 문제 의식에 공감한 대의원 18명이 수정동의안을 제출했다(대의원이 아닌 조합원 82명도 함께 서명했다).

나는 대표 발의자로서 수정안을 설명했다. 수정안의 핵심은 “해고자를 배제하라는 노동부의 규약시정명령은 단지 해고자만의 문제로 협소하게 바라볼 수 없다. 이는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이자, 무엇보다 전교조의 투쟁력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해고 조합원 배제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하고 총력투쟁을 하자”는 것이었다.(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해야 하는 이유는 〈벌떡교사들〉 1호에 실린 ‘투쟁을 위축시키기 위한 노조 흔들기에 맞서 정부의 규정시정명령을 단호하게 거부하자’(기사 보기)를 참조하시오.)

대의원대회 현장에서는 〈벌떡교사들〉과 ‘경기교사현장모임’이 각각 규약시정명령을 분명하게 거부하는 입장이 담긴 신문과 리플릿을 판매·배포했다.

그런데, 위원장은 지도부의 원안과 우리의 수정안이 ‘기조가 다르다’며 수정안을 별도 안건으로 분리시켰다. 나는 이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도부는 수정안 발의자의 의견을 제한하는 비민주적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위원장은 규약 변경 여부를 둘러싸고 존재하는 전교조 내의 의견 대립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했던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지도부가 내놓은 총력 투쟁안의 모순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투쟁을 강조해 온 전교조 내 좌파 의견그룹인 ‘교찾사’도 규약시정명령 문제를 놓고 이를 수용하자는 쪽과 거부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대다수 교찾사 성원들은 존재하는 이견을 일단 덮는 입장으로 수렴했다. 이를 통해 교찾사의 ‘단결’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것은 민감한 정치 문제를 회피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안타깝게도, 이 중요한 문제에서 교찾사가 좌파답고 당당하게 정부의 방침을 거부하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무기력해진 것이다.

국가 탄압에 맞서 운동의 대의를 지키는 정치적 원칙보다 노동조합 조직 보전을 앞세우는 노동조합주의의 약점이 이런 안타까운 결과를 빚어냈다.

그러나 신임 지도부가 계속 이런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 지지자들이 실망하게 될 것이다.

수정동의안을 발의한 대의원들은 원안의 모호함을 지적하며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하자고 주장했다. 수정안 발의에 서명한 조수진 대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원칙을 분명히 정하고 행동 통일해서 정부의 탄압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가 입장을 정하지 않고 분회·지회로 돌아가서 무엇을 주장할 수 있습니까? 두 입장을 모두 말하며 조합원들에게 선택하라고 하는 것은 지도부도, 대의원대회도 무책임한 것입니다.”

치열한 토론이 종료되고 표결에 들어갔다. 재석 대의원 2백33명 중 1백87명이 원안을 찬성했다. 뒤이어 별도 안건으로 분리된 수정안을 다룰 차례였다.

수정안을 제출한 대의원들은 이미 규약 개정 찬반 토론이 충분하게 됐으므로 “바로 표결에 부쳐 줄 것”을 요청했다. 여차하면 정족수 미달로 대의원대회가 유회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표결에 부담을 느낀 대의원들이 ‘심의보류동의안’을 내놨다. 이 안건을 반대할 수도, 그렇다고 찬성할 수도 없는 곤혹스러운 심정이었던 듯하다.

재석 대의원 2백31명 중 1백88명이 찬성해 수정안은 최종 심의 보류됐다.

과제

이렇게 대의원대회는 마무리됐지만, 일부 대의원들은 원안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총력 투쟁을 하자면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결정하자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대의원 80퍼센트가 ‘총력투쟁안’을 찬성했지만, 그 안에는 규약 변경에서부터 규약 유지까지 다양한 입장이 뒤섞여 있다.

그래서 ‘총력투쟁안’은 우리 내부의 이견과 분열이 말끔히 정리된 사화산(死火山)이 아니라 휴화산 같은 것이고, 이것은 머잖아 격론의 활화산이 될 공산이 크다.

지금도 현장조합원들 중에 만만치 않은 수가 거부 입장일 것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더라도,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거부 입장으로 돌아설 조합원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수정안 발의자들은 그 안건이 심의 보류됐다고 실망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지금부터 총력 투쟁에 참여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하는 조합원들을 규합해야 한다.

신경전이 대단했던 대의원대회장에서 규약시정명령 거부 입장을 선동하는 〈벌떡교사들〉이 1백50부나 판매됐다. 한 대의원은 “수정안 덕분에 거부 입장의 근거들을 명확히 알 수 있었어요. 현장에서 그 주장을 전할게요” 하고 말했다.

이제 수정안 발의자들은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하는 조합원들(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총력투쟁안을 지지한 대의원들 중에도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하는 대의원들이 많았다)과 함께 더 넓은 조합원들 속에서 규약시정명령 거부 입장이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조만간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하고 총력 투쟁하자는 명확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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