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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정부의 규약시정명령을 단호하게 거부하자

최근 고용노동부가 전교조 신임 지도부에게 규약을 시정해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해고자가 선출직에 포함된 것도 문제 삼으면서 전교조 규약을 시정하지 않으면 법외노조로 만들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이것은 조합원들의 자주적 의사에 따라 결정한 규약을 ‘개악’하라는 압박이다.

대법원의 현대차 불법파견 판정을 무시한 현대차 경영진들을 사실상 묵인방조해 온 노동부가 노조의 자주적 권리인 규약을 ‘개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위선적 이중잣대다.

임기 말까지 비리사범들을 사면해 악착 같은 극악무도함을 보여 준 이명박 정부의 노동부답다. 노동부는 박근혜 정부 출범도 전에 전교조 신임 지도부를 협박해 박근혜의 환심을 사려는가?

지배계급은 경쟁교육과 특권교육에 반대하는 전교조를 눈엣가시로 여겨 왔다. 지난해 1월에 전교조가 낸 규약시정명령 취소 소송을 대법원이 기각한 것은 법이 과연 누구의 편인지 잘 보여 줬다.

이명박 정부에서 전교조가 많은 탄압을 받았듯이, 박근혜 정부도 물론 전교조를 탄압하려 들 것이다. 박근혜는 대선 토론회에서 전교조가 학교를 망치는 주범인 양 비방했고, 박근혜 당선 직후 일부 우익 언론들이 인수위에 전교조 척결을 주문했다.

듣기 좋은 복지 공약을 주섬주섬 끌어왔지만 박근혜도 기업가들과 부자들을 위한 특권교육, 경쟁교육을 신봉한다. 박근혜는 자율형 사립고, 입학 사정관제, 교원 성과급 등 문제 투성이던 이명박의 핵심 정책을 대부분 잇거나 확대하려 한다.

교과부의 교과서 통제 강화 기도에서 보듯, 경제 위기가 깊어지면서 박근혜 정부는 교육에 대한 통제도 강화하려 한다. 노동부의 노조 규약 ‘개악’ 압박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될 전교조 탄압을 암시한다.

후퇴 반대

탄압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전교조 일각에서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규약을 ‘개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는 옳지 않다. 일제고사 반대, 시국선언, 진보정당 후원 등 매우 정당한 조합 활동을 하다 해고된 조합원을 노조가 지켜주지 못하면, 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는 감소할 것이다.

규약 ‘개악’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사람들은 전교조가 많은 탄압을 받으면서 조합이 현저히 약화됐으므로 해고자를 무리하게 안고 가다가 법외노조가 되면 노조가 와해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조합원들의 자신감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탄압이 강화될 경우 전교조가 큰 시련에 처할 수 있다. 게다가 노동조합 운동과 진보정치 운동의 상태도 분열 때문에 썩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 탄압에 실용주의적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닐 뿐더러 도리어 위험하다.

조직 보전을 앞세워, 해야만 하는 투쟁을 회피하면 자주적 결사체로서 노조의 결속력은 약화될 것이다. 악마에게 손가락 하나를 내밀면, 악마는 몸뚱아리 전부를 삼키려 들 것이다.

2010년 전국공무원노조 지도부가 국가 탄압 위협 앞에서 해고자 조합원 자격 규약을 ‘개악’했지만 이조차 합법성 쟁취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해고 조합원의 실질적 활동을 문제 삼아 전국공무원노조 설립 신고서를 반려했다.

더욱이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조건이 꼭 같지도 않다. 이명박 정부에서 전교조가 많은 탄압을 받았지만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지는 못했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보다 더 강성 우파 정부이지만, 그렇다고 박근혜 정부의 힘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강성 우파 정부도 얼마든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인사 위기로 박근혜는 취임하기도 전에 지지율이 5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돌리려 한다면 박근혜는 큰 정치적 부담을 받을 것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의 정치 위기가 심화되면 노조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것이고, 이런 공격의 일부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돌리는 시도를 감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계급 세력 균형 전체를 오른쪽으로 기울이려는 공격이므로 단호하게 맞서서 방어 운동을 광범하게 건설해야 전교조는 물론 노동운동 전체를 지켜낼 수 있다.

제대로 싸워 보기도 전에 실용주의적 양보와 후퇴를 할 게 아니라 노조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싸워야 한다.

오히려 지금은 전교조 탄압에 맞서 조합원 전체, 나아가 전체 진보진영이 단결하는 정치투쟁을 건설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전교조는 공무원노조를 포함한 노조와 노동계급 정치조직 들과 광범하게 단결하는 정치투쟁을 건설해 탄압에 맞서야 한다.

전교조 지도부는 노동부의 규약 ‘개악’ 압박을 거부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전교조 활동가들은 규약 ‘개악’ 압박에 단호히 맞서고 전교조를 방어하는 광범한 운동을 건설할 채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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