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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혁명의 진로와 사회주의자들의 과제:
무슬림형제단의 위기와 다가올 폭풍

 최근 몇 달 동안 수많은 이집트인들이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와 그가 밀어붙인 헌법에 반대해 시위를 벌였다. 이집트의 지도적인 혁명적 사회주의자 사메 나기브는 자유주의 세력과 무슬림형제단이 거리와 작업장에서 벌어지는 운동에서 영향력을 잃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상황을 분석하려면 우리는 무슬림형제단과 이른바 “세속적” 자유주의 야당 세력들이 처한 위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부분적으로, 이 위기는 이집트 혁명의 성격에 대한 양 진영의 오판에서 비롯한다. 예를 들어, 자유주의 성향의 저술가들은 1974년 스페인 민주화 운동, [1990년대 초] 동구권의 ‘민주주의 이행’, [2000년대] “색깔 혁명”들을 거론한다.

하지만 1930~39년 스페인 혁명이 [이집트 혁명에는] 더 적절한 유비일 것이다. 대중의 참여 측면에서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이나 1789년 프랑스 혁명보다 이집트 혁명의 규모가 더 크다.

프랑스 혁명 때는 프랑스 인구의 3~4퍼센트가 시위와 대중 집회에 직접 참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 혁명 때는 약 7퍼센트로 추산된다. 이집트 혁명에는 인구의 18퍼센트 이상이 참가했다.

이런 규모의 혁명이 제한적이고 피상적인 민주적 전환에서 멈출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소수에게 집중된 부와 권력을 다수에게 나눠 주라는 요구를 피할 수 없다.

위기의 뿌리

무슬림형제단*이 겪고 있는 위기의 뿌리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연말 수십만 명이 참가한] 헌법을 둘러싼 시위들은 단지 민주주의 수호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그 투쟁들은 무슬림형제단이 부추긴 기대가 꺾이자 대중의 분노가 터져나온 것이다. 대중은 삶이 더 나아지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무슬림형제단의 문제는 그들이 대기업과 국가 기구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군부·경찰과 대놓고 동맹을 맺고 있다. 새 헌법의 군 관련 조항은 군의 권한을 모두 존속시켰을 뿐 아니라 강화·확대한다.

진정한 변화를 이루려면 기존의 이집트 국가를 존속시켜서는 안 된다. 국가는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집트에서 국가의 이런 구실은 장교 훈육 과정의 성격과, 군 장성과 기업주 들 사이의 얽히고설킨 유대 관계 때문에 더 강하다. 따라서 군 장성들의 이익을 건드리지 않은 채 대기업 이익에 손을 대기는 불가능하다.

이집트 혁명의 목표들 가운데 하나는 부패 청산이다. 그러나 지금껏 어느 누구도 군대의 권력과 특권에 손을 대지 못했다. 군부의 경제 제국은 바뀌지 않았다. 군부가 경제의 15~20퍼센트를 통제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추정치다.

군부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민간 자본과 긴밀히 얽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자유주의 성향의 기업가 나기브 사위리스가 소유한 거대 경제 제국의 일부인 오라스콤 건설은 오랫동안 군부와 광범하게 협력해 왔다.

[새 헌법에 따르면] 국방 예산은 토론을 거치지 않게 돼 있고, 예산 배정의 책임은 장성들 본인이 다수를 차지한 위원회에 있다. 장성들은 민간인을 군사 법정에 세울 권한을 여전히 갖고 있다. 우리는 군부가 여전히 이집트에서 헤게모니적 구실을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무슬림형제단과 군부 사이의 합의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장성들은 무슬림형제단의 인기를 이용해 혁명을 누그러뜨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무슬림형제단은 군부의 기존 구실을 보장하는 대신 권력을 나눠 갖기를 원했다.

그러나 2012년 12월이 되자 거리 운동에서 무슬림형제단의 영향력이 그전까지의 예상보다 훨씬 약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무슬림형제단은 투쟁의 여파 속에서 위기에 빠졌고, 그들이 발표한 반쯤 정신 나간 성명서들, 지지자들을 동원하려고 종파주의에 의존하는 모습, 스스로 살라피주의자들의 품에 안기는 모습에서 그 위기가 표현됐다.

군 장성들은 이런 상황 전개를 두려움 속에서 지켜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 운명은 이 자들에게 달려 있어! 만약 이 자들이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면, 그때는 어떡하지?”

무슬림형제단과 자유주의자들은, 군부·대기업과 맺은 합의를 파기하지 않는 한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제한적 개혁을 시작조차 하기 힘들다는 사실에 곤란함을 느낀다. 세계경제가 성장하던 1950~60년대에는 개혁주의적·포퓰리즘적 정책들을 도입할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렇지 않다. 진정으로 진보적인 조세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한 병원, 학교, 주택에 돈을 쓰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 무슬림형제단과 자유주의자들은 심지어 무바라크와 직접 결탁했던 부패한 독과점 기업들을 재국유화하는 데도 반대한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묻는다. “대체 어디서 돈을 마련할 것인가?” 이집트에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집트에는 1천 개의 억만장자 가문이 있다. 이 자들이 돈을 내게 만들지 않는 한 아주 작은 사회 정의조차 획득할 수 없다.

우리는 좌절할 이유가 없다. 이집트 혁명이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자신감을 가질 매우 중요한 근거들이 있다. 그중 첫째는 무슬림형제단이 정치적 신뢰와 사회적 기반을 잃어버린 속도가 빨랐다는 점인데, 이는 그들이 개혁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슬림형제단에 권력을 주면 상황이 나아지리라 봤던 사람들은 깊은 좌절과 실망을 느끼고 대안을 찾고 있다.

다가올 폭풍

둘째 이유는 다가올 전투가 사회적 전투라는 점이다. 혁명은 대중 사이에서 엄청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경제 위기와 계속되는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에 사람들의 요구가 충족되지 못했고, 오히려 긴축 조처가 시행됐다.

혁명적 투혼이 식지 않고 있는 이집트에서 점차 전선이 뚜렷해지고 있다 (위) “무르시는 빈 깡통이다” - 올해 혁명 2주년 반정부 시위. ⓒ기기 에브라힘 / (아래) 지난해 12월 4일 대통령궁을 에워싼 시위대.

지난 12월과 1월 알루미늄·담배·제약 노동자 들이 벌인 대규모 파업은 다가올 폭풍의 첫 조짐들이다. 다른 한편, 경찰은 파업을 파괴할 새로운 권한들을 부여받았다. 명백하게도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좌파는 파업들을 서로 이어줄 방법을 찾고, 파업들을 정치화하고, 경제적 요구와 정치적 요구를 연결해야 한다.

우리가 수행해야 할 다른 전투들도 있다. 무슬림형제단이 단지 노동자들만 공격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달 동안 기독교도를 겨냥한 비열한 중상모략이 펼쳐졌다. 이에 대응해 기독교도 청년들이 대규모로 조직되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가난한 지역 출신들이다. 사회주의자들은 기독교도들 편에 서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말고는 사실상 아무도 그러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들 역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운동에 참가하고 있고, 차별과 억압에 대한 광범한 반대가 존재한다.

우리가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요소는 혁명에서 농촌 지역이 차지하는 구실이다. 헌법안 국민투표 결과는 도시와 농촌 사이의 심각한 양극화를 보여 줬다. 대체로 농촌 지역인 알파이움 선거구에서는 90퍼센트가 찬성표를 던진 반면, 카이로에서는 56.8퍼센트가 반대표를 던졌다.

농촌과 반(半)농촌 지역 주민들은 무슬림형제단 정부가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여겨 이슬람주의 헌법을 지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부가 종교적 메시지를 유포하고, 헌법안이 부결되면 치안이 위태로워지고 나라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공포심을 조장한 결과다.

이런 협박과 공포는 모든 혁명에서 나타나는 일이고, 무슬림형제단 이외의 정치세력을 접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좌파가 농민들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농민들을 사회적 투쟁으로 이끌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혁명 과정에서 처음 권력을 잡는 세력은 혁명의 목표를 실현할 세력이 아니다. 오히려 무슬림형제단처럼 혁명 이전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진 세력들이 권력을 잡는다. 우리는 헌법안 국민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사람들을 “무지렁이”나 “문맹”으로 낙인 찍으려는 자유주의자들 내 엘리트주의적 경향에 완전히 반대해야 한다.

우리는 찬성표를 던진 사람들을 설득해서 다음에는 그들이 반대표를 던지기를 바란다. 우리는 무슬림형제단의 기반을 우리편으로 만들기를 바란다. 그 기반이 하층 중간계급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좌파의 죄악과 실수들 때문에 무슬림형제단으로 향하게 된 사람들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좌파는 거듭 다른 조직과 경향들의 꽁무니를 쫓았다. 1940년대에는 자유주의 성향의 민족주의 정당인 와프드당을, 1950년대에는 나세르를, 1990년대에는 심지어 무바라크를 추수했다.

오늘날에도 일부 좌파 정당들은 과거의 실수를 답습하며, 옛 정권 출신 인사들과 동맹을 맺은 자유주의자들의 꽁무니를 쫓는다. 우리는 공개적으로 “구국전선*은 재앙이다” 하고 말해야 한다. 이른바 세속주의 야당 세력이 [무바라크의 관료였던] 아무르 무사 같은 옛 정권 잔당들과 동맹을 맺은 사실은, 국민투표에서 무슬림형제단이 찬성표를 이끌어내는 데 가장 큰 구실을 했다.

우리는 현재 상황을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 사이의 전투”라고 보는 관점을 거부한다. 현재의 전투는 사회적 전투이고, 권력도 재산도 없는 사람들과 모든 것을 가진 자들 사이의 전투다. 자유주의자들은 “세속주의”에 집착하고, 사회적 문제들이 제기되는 것을 전혀 원치 않는다. 오히려 자유주의자들은 사회적 권리들을 공격하는 내용이 새 헌법에 포함되는 데 동의했다.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자유주의자들, 즉 군부와의 대결을 바라지 않으며 국가를 지금 그대로 존속시킬 생각인 자유주의자들은 무슬림형제단과 [정부에 참여한] 살라피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적이다. 우리는 균열이 계급 분단선을 따라 더욱 선명해지길 바란다.

혁명을 전진시켜 완수하기를 바라는 모든 청년을 포함해 가장 광범한 의미에서 좌파 세력들은 단결해야 한다. 좌파 세력은 옛 정권과 군부, 무슬림형제단, 옛 정권과 그 잔당들을 옹호하는 일부 살라피주의자들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 좌파는 노동계급 사이에서, 농민들 사이에서, 기독교도 청년과 여성, [소수인종인] 누비아인 사이에서, 그리고 혁명에 건 자신들의 기대가 충족되지 못한 모든 사회 계층 사이에서 전례없이 뿌리내릴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대중을 우리편으로 만드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선거나 국민투표에 기권할 수 없다. 대중이 여전히 선거와 투표를 통해 뭔가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여기는 한, 우리는 선거와 투표에서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

투쟁을 이끄는 데서 인정받은 좌파의 구실이 의회 선거에서의 지지로 연결된다면, 이것은 우리가 전진하고 있음을 뜻한다. 또한 의회를 살라피주의자들과 무슬림형제단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 우리는 순결한 척하며 개입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의회 선거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곧 우리가 의회를 목표를 달성할 수단으로 여긴다거나 이 허울뿐인 민주주의에 만족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선거는 여러 전선들 중 하나이고 우리는 그곳에 있어야 한다.

중동 전체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점들도 있다. 사회주의자들은 항상 혁명은 세계 혁명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최근의 연이은 혁명들 속에서 그런 과정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게는 시리아에서 승리가 필요하다. 튀니지 혁명이 계속돼야 하고, 페르시아 만 인근 나라들에서도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페르시아 만 인근 나라들은 지역 내 반혁명의 중심이다. 사우디 왕가는 이집트 혁명을 직접 공격하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에서 운동들은 강화하고 성장해야 한다.

다가오는 사회적 분출은 좌파에 역사적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좌파 세력은 단결해야 하고, 행동해야 하며,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집트 국민의 5분의 1이 무바라크 타도를 위해 거리로 나왔고, 첫 대선 이후 겨우 6개월 만에 수십만 명이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 참가했다. 이 사람들은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그 어떤 법률과 헌법도 이들을 속박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다가올 혁명은 대중의 요구를 진정으로 대변하는 새로운 헌법을 탄생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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