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민영화 신호탄:
진주의료원 폐쇄 철회하라
〈노동자 연대〉 구독
한국은 결핵 사망률 OECD 1위다. 결핵 후진국인 셈이다.
결핵연구원은 결핵 환자들의 치료 성공률을 높이려면 공공의료기관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민간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의 치료 성공률이 병원급은 63.3퍼센트, 의원급은 38.5퍼센트밖에 안 되지만, 공공의료기관에서 치료 성공률은 91.6퍼센트나 되기 때문이다.
민간의료기관은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는 것으로 진료가 끝나지만, 공공의료기관은 보건교육과 상담을 하고 환자가 약을 잘 먹는지까지 관리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신종플루가 크게 번진 몇 해 전, 민간의료기관들은 전염성이 강한 신종플루 환자를 진료하지 않겠다고 했다. 초기에는 병에 대한 정보도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정부는 보건소를 비롯한 공공의료기관 34곳에서 의무적으로 신종플루 환자를 진료하라고 지시했다. 격리병동조차 없던 의료원들은 갑자기 몰리는 신종플루 환자들을 위해 건물 한 층을 모두 비우고 진료를 했다.
전염을 걱정한 일부 다른 환자들이 발길을 돌렸지만 국가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임무를 수행했다. 이런 환자 ‘호황’은 신종플루가 ‘돈이 되는 질병’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끝났다. 민간병원들이 너도나도 더 좋은 시설과 의료진을 내세우며 환자들을 진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바로 다음 날, 경남도지사 홍준표는 이런 공공의료기관 중 하나인 진주의료원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날 진주의료원에는 2백여 명이 입원해 있었다.
홍준표는 재정적자를 이유로 댔다. 그러나 전국 지방의료원 34곳 중 흑자를 내는 곳은 단 1곳뿐이다.
이런 사실은 모두 알려져 있고, 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민간의료기관들은 대놓고 돈벌이를 하지만 공공의료기관은 수익을 목표로 삼지 않기 때문이다.
돈벌이
서민과 저소득층이 많이 이용하는 지방의료원은 민간병원에 견줘 입원비는 평균 67퍼센트, 외래 진료비는 약 79퍼센트만 받는다. 또 지방의료원은 진료비를 받지 않는 의료급여 환자를 더 많이 진료한다. 게다가 비급여진료를 거의 하지 않는다. 환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결국 제대로 된 진료를 하기 때문에 돈을 못 버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다. 그동안 지방의료원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날이 갈수록 줄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지방의료원 예산이 절반으로 삭감되기도 했다. 수익을 남기지 않으면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며 “선택과 집중에 의한 국고 지원 실시” 방침을 정했다.
결국 무늬만 공공병원이지 정부가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는 말이다.
사실 의료로 수익을 남기겠다는 발상이 말이 안 된다. 예를 들어, 어느 날 우리 동네 구청장이 내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나 중학교가 적자라고 문을 닫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 나라의 의료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지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건강보험 보장률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이다.
우리 나라의 공공의료기관 비율은 OECD 34개국 중 최하위 수준인 27위다. OECD 평균이 70퍼센트지만 우리 나라는 7퍼센트도 채 안 된다.
공공의료기관이 거의 없는 왜곡된 구조 때문에 의료비도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 의료비 증가 속도는 최근까지 OECD 1위였다.
진주의료원 폐쇄는 명목으로나마 유지되던 공공의료기관을 아예 없애려는 박근혜 정부의 첫 민영화 조처다. 역대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지 않아 지방의료원을 고사시켰다면, 박근혜 정부는 전면적 의료 민영화를 위해 아예 공공병원의 문을 닫아 버리는 방식으로 나서고 있다.
진주의료원이 이대로 폐쇄된다면 나머지 지방의료원들도 문을 닫거나 민간병원처럼 돈벌이 진료를 하라는 압력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 폐쇄에 맞서 함께 연대하고 싸워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