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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중심성과 포퓰리즘 사이에서

노동자 중심성과 포퓰리즘 사이에서

이정구

민주노동당 제7차 중앙위원회 회의가 지난 5월 6일에 있었다. 이 날 회의의 주요 안건은 당직과 공직 겸직 허용 문제, 의결 기구 선거 규정에서 부문 할당 비율 문제였다.

당직과 공직 겸직 문제에서 먼저 울산 출신의 정창윤 중앙위원이 대표를 포함해 모든 직책의 겸직 반대를 주장했다. 반면에, 민주노총 소속 강승규 중앙위원은 모든 직책의 겸직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만, 이번만은 대표를 예외로 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랑갑지구당의 김혜련 중앙위원은 “이것은 대중 운동에 뿌리를 박느냐 그렇지 않으면 의회 활동에 뿌리박느냐의 문제다. 10명의 의원들이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대중적 압력이 필요하다. 겸직은 첫째, 당의 기본 정신인 풀뿌리 민주주의에 위배된다. 둘째, 당의 활동이 의정 활동에 종속될 수 있다. 셋째 대중 행동을 건설하기 위해서라도 겸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승규 중앙위원이 제안한 수정안(대표만 예외로 하자는 안)은 153명 참석, 70명 찬성으로 부결됐다.

두번째 의제는 의결기구(중앙위원과 중앙 대의원) 구성에서 부문 할당을 어떻게 배정할 것인지의 문제였다.

민주노동당 상무집행위원회에서 제출한 원안은 노동자 부문이 30퍼센트에서 20퍼센트로, 농민은 3퍼센트에서 10퍼센트로, 학생과 빈민은 3퍼센트에서 2퍼센트로, 기타 부문은 1퍼센트에서 0.5퍼센트로 조정된 것이었다.

당장 민주노총에서 불만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소속 이용식 중앙위원은 이 안에 대해 “노동이 30퍼센트에서 20퍼센트로 줄어들었는데, 노동이 민주노동당에 들어와 장애가 된 적이 있었느냐?”며 불만을 표명했다.

그런데 현재 당원 비율에서 노동자 당원은 20,160명(42.3퍼센트), 농민 당원은 1,207명(2.4퍼센트), 빈민은 299명(0.5퍼센트), 학생은 4,955명(11퍼센트)으로, 노동자와 농민의 당원 비율과 부문 배정 비율이 크게 불비례했다.

필자는 이렇게 주장했다. “노동이 과소 대표돼 있고, 농민은 과대 대표돼 있다. 노동은 그들의 역할로 봐서 30퍼센트를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전농이 당에 가입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농민에게 최고위원 1명을 배정했고, 당권에서도 배려했다. 노동 대 농민 비율을 30 대 4로 하자.”

이 발언에 이어 민주노총 소속의 여러 중앙위원이 나와서 노동 부문 배정 비율이 줄어든 것을 비판했다. 한 중앙위원은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에 기반을 둔 당이다. 이렇게 배정하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전농의 강병기 씨는 “민주노동당과 전농이 합의한 내용을 존중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합의는 당원들에게 공개된 바 없고, 노동 대 농민 2 : 1 비율로 당대회 등에서 결정된 바 없다.

민주노총 이수호 중앙위원은 에둘러 말하긴 했지만 노동이 30퍼센트가 되면 농민이 15퍼센트가 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수정안과 원안을 표결한 결과 모두 부결됐다. 회의장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의장인 권영길 대표는 회의를 정회한 뒤 50분이 지나도록 회의를 속개하지 못했다.

회의가 속개되자 의장의 회의 진행은 편파적이었다. 한 중앙위원이 발언 신청을 했음에도 발언 기회를 주지 않다가 ‘노동 : 농민 : 기타 = 6 : 3 : 1’인 번안동의안에 동의한다고 하자 발언 기회를 주었다.

또, 의장은 민주노동당이 전농과 합의한 내용의 핵심인 노동 대 농민 비율 2 대 1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중앙위원에게 압력을 가했다. 전농과의 합의가 공식적·공개적으로 결정된 바 없는데도 착각 때문인지 많은 중앙위원들이 그것에 도전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번안동의안이 표결에 붙여져 133명 참석, 111명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번 중앙위원회의 의결기구 부문할당 비율 결정은 당의 노동중심성을 훼손하고 민중주의적 경향을 한층 강화한 것이었다.

그러나, 전농과의 합의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중앙위원이 22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