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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열세 살 초등학생도 모두 아는 이야기:
“돈보다 생명이 우선이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 평범한 교사다. 교과서 외 자료 활용을 즐겨 공부하는 우리 반은 얼마 전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한 기사를 국어과 텍스트로 활용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경험과 상식에 따라 스스럼없이 의견을 냈다.

“우리 할머니도 뼈가 부러져서 입원을 오래했는데 돈이 엄청 많이 나와서 가족들이 걱정했어요. 진주의료원 같이 좀더 싼 ‘나라병원’이 꼭 필요해요.”

“우리 반 규칙처럼 모든 사람에게는 인권이 있잖아요? 돈이 부족하다고 도청이 병원을 폐쇄하는 것은 도민들의 인권을 생각하지 않은 결정 같아요.”

“주민들이 세금을 내고 도지사를 믿고 뽑았을 텐데,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요? 민간병원에서 돈이 안 된다며 쫓겨난 환자들이 또다시 ‘나라병원’에서도 쫓겨나야 하다니요?”

“돈 없으면 다쳐도 안 돼요?” 진주의료원 폐업은 ‘돈 없으면 치료 받지 말고 그냥 죽어라’는 말과 다름없다. ⓒ박주연

한 학생은 돈벌이를 위해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을 가벼이 여긴다는 점에서 홍준표 도지사를 만화 《원피스》 80화 ‘의사가 없는 섬’에 나오는 최악의 왕 ‘와포루’와 닮았다고 꼬집었다. 와포루는 자신의 주치의 20명만 놔두고 국민을 치료할 의사를 모조리 추방시킨 후, 이렇게 말한다. “국민들의 병 따위가 나랑 뭔 상관인가?”

이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이윤 추구에 목매는 자본주의의 끔찍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민간병원 평균 입원비의 67퍼센트를 받고 저소득층 의료급여 환자를 더 많이 진료하는 공공의료기관이 적자인 것은 당연한데도, 이를 빌미 삼아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는 홍준표는 돈벌이에 혈안이 된 현 시대의 ‘와포루’였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당연히 제공해야 할 공공의료 서비스마저 이윤 추구의 기회로 삼으려 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쥐꼬리만큼 제공하던 사회안전망조차 없애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공공의료기관 비율이 6퍼센트도 채 안 되는 이 나라에서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는 것은 ‘돈 없으면 치료 받지 말고 그냥 죽어라’ 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줘야 할 교사로서 생명보다 돈이 우선인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망감을 차마 말할 수 없었다.

한편, 진주의료원의 재정 적자를 강성노조 탓으로 돌리고 병원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과 노동조건 악화를 수용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교사 노동자인 나에게도 고스란히 피부로 다가온다.

강성노조

“진주의료원은 강성노조 때문에 적자가 나고 폐업한다는데, 군산의료원은 토요 휴무에도 나와서 일하기 때문에 흑자랍니다. 그러니 우리 학교 선생님들도 밤이나 휴일에 나와서 일해야 하지 않겠어요? 뭔가를 노력해야 성과를 보여 줄 수 있는 것이니까요.”

며칠 전 전시 행사를 중단하라는 교사들의 요구에 학교 관리자가 반박하며 내뱉은 말이다.

도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세금을 쓰는 것이 당연한데도, 그것을 빌미로 노동자에게 양보를 강요하는 것은 이 사회의 지배계급이 앞으로 재정 적자와 경제 위기의 고통을 누구에게 전가하려 하는지를 예상케 한다.

이런 도지사와 정부가 있는 한 생명과 의료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노동조합은 더 ‘강성’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과 노동자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지속해야 한다.

생명과 의료 공공성을 지키려는 진주의료원 노동자들,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는 경남도민들, 질 좋고 싼 가격의 ‘나라병원’이 필요한 아픈 사람들, 진주의료원 폐업에 맞서는 모든 사람들과 연대하겠다는 6학년 학생들의 메시지를 전해 본다.

열세 살 학생들도 모두 아는 이야기.

“돈보다 생명이 우선이다.”

“도청은 도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