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에 대한 역겨운 공격을 누가 부채질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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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이 또다시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올해 초 각각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민주통합당 김한길, 최원식이 법안을 철회했다. 차별금지법이 “동성애 허용법”이고 “주체사상 찬양법”이라고 길길이 날뛰는 우파의 황당한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만이 “종북 게이 의원”이라는 우파의 비난 포화 속에서도 “차별금지법 통과를 위해 흔들림 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우파의 반발과 민주통합당의 우유부단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비슷했다. 당시 제출된 차별금지법안은 출신 국가, 언어, 가족 형태, 가족 상황, 성적 지향, 학력 등의 차별 금지 사유가 삭제되며 “누더기”가 돼 버렸다. 이 법안은 논란 속에서 진통을 겪다 결국 폐기됐다.
이것은 단지 “이성적으로 토론이 어려운”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의 횡포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2007년에 차별금지법에 가장 강력히 반대한 세력은 바로 경총과 재계였다.
경총은 학력과 병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이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막는다’며 반대했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기업이 망하고 경제가 어려워진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따라서 다양한 억압과 차별이 자본주의 체제라는 토양 속에 뿌리를 깊게 내렸고, 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작동한다는 점을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논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우파는 차별금지법이 ‘국가 기강’을 해치고 ‘가족 가치’를 훼손한다고 얘기한다.
무엇보다 차별은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고 단결을 저해한다. 그래서 지금처럼 경제 위기가 심화하고 노동계급의 불만이 커지는 시기에 지배자들은 보수적 이데올로기를 강화한다.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이주노동자 때문이라든지, ‘종북좌파’와 동성애자가 사회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주장은 박근혜 정부가 일찌감치 얘기한 “법과 질서”와 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민의 호민관
이렇듯 차별이 피억압계급을 분열시킨다는 점 때문에, 경제 위기 고통 전가와 착취와 궁핍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억압과 차별(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 등)에도 맞서 싸워야 한다.
노동자 단결은 남성과 여성, 한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등 다양한 집단들을 분열시키는 모든 차별에 맞설 때만 이룰 수 있다.
차별금지법이 조금이라도 후퇴하는 것에 적극 반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재작년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됐을 때에도 민주당은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임신·출산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부분에서 후퇴하려 했다.
이에 맞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지켜 낸 것은 “물러섬 없이 원칙을 지켜” 낸 성소수자 운동, 그리고 노동자와 진보 활동가 들의 광범한 연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