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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국세청 파일》:
세금 ― 걷을 때도 쓸 때도 불평등

△《국세청 파일》

한상진 지음, 보아스, 328쪽, 14,000원

최근 한 언론사 기자가 국가 권력 기관 운영자들의 속 쓰린 행태를 책으로 펴냈다. 《국세청 파일》에서 그는 국가의 재원을 조달하는 국세청의 문제를 드러냈다.

저자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명박 정부 5년간 국세청에서 벌어진 일들을 취재하며 알게 된 사실들을 썼다. 차명계좌로 치밀하게 돈세탁을 하고, 세무조사 편의를 봐준 대가로 국세청장 딸이 백화점 커피숍을 특혜로 임차하는 등 수없는 사례를 통해 저자는 유기적으로 얽힌 정관계 인사들의 비리가 아주 일상적임을 보여 준다.

예를 들어, 2004년 ‘신성해운 국세청 로비 사건’이 있다. 신성해운은 비자금 수백억 원을 조성했다가 세무조사를 받게 되자 뇌물을 써서 정관계 인맥을 동원해 이를 무마했다.

신성해운이 쓴 로비 자금은 무려 1백20억~1백30억 원이다. 로비스트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을 지낸 정상문의 사위 이재철이었다. 이재철은 로비 활동의 대가로 30억 원과 회사 지분 20퍼센트를 받기로 했다.

일이 완료된 뒤 약속이 이행되지 않자 이재철은 신성해운을 고발했지만 오히려 자신이 구속되며 사건은 마무리됐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국세청 직원과 관련 정관계 인사들은 단 한 사람도 기소되지 않았다. 로비 혐의를 받은 이재철의 장인 정상문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2009년 신성해운을 포함한 해운업계가 구조조정을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노동자들의 피땀 어린 노동으로 만든 돈 수백억 원을 비자금으로 비축하고 로비 자금으로 기업이 인력 감축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그뿐 아니다.

2009년에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경영난에 빠진 신성해운을 포함한 해운업계에 8조 7천억 원을 지원하는 결정을 내렸다.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살린다는 명분이었다. 이 돈은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납세자연맹은 세입 중 간접세 비중이 2007년 48.3퍼센트에서 2010년 53.1퍼센트로 해마다 높아졌다고 밝혔다. 나라 살림의 절반이 넘는 돈을 소득재분배에 역행하는 간접세로 채운 것이다.

반면, 기업에는 세금을 더 많이 깎아 줬다. 기업경영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를 보면, 2012년 매출액 기준 국내 30대 기업의 법인세 차감 전 순수익은 7조 2천억 원가량 증가했지만 납부한 법인세는 전년보다 1백억 원 넘게 줄었다. 수입은 증가했는데 세금은 오히려 적게 납부한 셈이다.

이런 일들을 보면 세금이 얼마나 부조리하게 걷히고 쓰이는지 알 수 있다.

즉, 세입의 절반은 불평등한 간접세로 채워진다. 그 돈을 공공 서비스와 복지에 쓰는 비중은 갈수록 축소되고, 기업을 살리는 데는 아낌없이 쓰인다. 기업을 살린 대가로 기업주는 살아나지만 노동자들은 해고돼 거리로 내몰린다. 걷을 때도 불평등, 쓸 때도 불평등이다.

국세청을 감시하고 압박해 세무조사라는 칼날을 휘두르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은 정관계 인맥을 이용해 국세청장을 비롯해 수많은 간부급 공무원을 매수한다. ‘신성해운 국세청 로비 사건’의 중심에도 이명박이 임명한 국세청장 한상률이 있었다.

이 사회의 세금 문제만 보더라도 우리에게는 자본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일하는 사람들이 통제하는 사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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