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레미콘 노동자 파업: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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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부터 울산건설기계지부 레미콘총분회 노동자들이 한 달 넘게 파업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건설기계 임대차 표준 계약서”를 체결하자고 요구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도급 계약서는 “노비 문서”라고 불릴 정도로 노동자에게 해악적이기 때문이다.
도급 계약서는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과 파업을 금지한다. “사측에서 승인되지 않은 불법 단체 가입 시, 일방적인 운송 거부 시 계약 해지 및 손배압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장시간 노동도 문제다. 레미콘총분회 조창호 교선부장은 도급 계약서 때문에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고 한다.
“파업하기 전에는 회사가 새벽 1~2시에 부르면 나가야 했고, 퇴근도 마음대로 못했습니다. 새벽 1~2시가 돼도 일이 끝나야 퇴근했습니다. 그래서 하루 14~15시간 근무해야 했습니다. 개인 약속 잡기도 힘들었습니다. 만약 개인 일이 있어 하루라도 안 나가면, 회사가 은근히 징계를 내렸습니다.”
노동자들은 물가 인상률을 반영해서 운송비(임금)를 책정하라고도 요구한다.
이처럼 레미콘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렸다.
그러나 설움과 울분을 딛고 일어섰다. 지난해 10월 노조를 결성하고 이번에 첫 파업에 나선 것이다.
대체 차량 저지
레미콘 노동자들의 파업은 울산 건설 현장을 뒤흔들고 있다.
울산 지역 건설 현장의 70퍼센트 이상에서 차질이 생기고 있다. 파업 노동자들이 대체 차량을 저지해 시멘트 공급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파업 노동자들은 울산 메이데이 집회와 현대차 비정규직 철탑 농성 집회에도 참가하며 연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무적이게도 울산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직종을 넘어 연대 파업을 벌였다. 4월 22일부터 일주일 동안 울산의 건설기계 5대 기종(굴삭기, 덤프, 레미콘, 펌프카, 크레인) 노동자들이 1차 ‘불시’ 파업을 벌인 것이다. ‘불시’ 파업 기간 동안 거의 모든 공사 현장이 멈췄다.
울산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5월 13일부터 일주일간 또다시 2차 ‘불시’ 파업을 벌인다. (‘불시 파업’은 예고 없이 벌이는 파업이라는 뜻인데, 울산 건설 노동자들은 ‘예고한 기간 중 파업 시점을 알려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자들이 힘을 발휘하자 시멘트 업체들도 흔들리는 기색을 보인다. 레미콘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라며, 한사코 교섭을 거부하던 업체 가운데 하나가 비공식적으로나마 교섭 의사를 밝힌 것이다.
파업으로 자신들의 힘을 느낀 노동자들은 투지를 더욱 높이고 있다. 레미콘총분회 조창호 교선부장은 자신감에 찬 어조로 말했다.
“파업하면서 조합원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예전으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울산 지역 단체들도 파업을 지지하는 연대 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레미콘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