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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이 보여 준 것:
오마바와 박근혜가 평화 위협의 ‘린치핀’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이 평화를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동맹이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번 회담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의 심정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평양이 자신의 약속과 의무를 지키고 특히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조치를 취하면 대화를 할 것”이지만 ‘도발’을 택한다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게 핵심 메시지다.

‘대화’와 ‘압박’을 모두 언급하고 있지만 무게는 ‘압박’에 더 실려 있었다. 게다가 ‘대화’는 북한의 ‘선 변화’가 있어야지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미 정상은 “대북 억지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확장 억지와 재래식 및 핵전력을 포함하는 모든 범주의 군사적 사용 능력을 포함한 [미국의] 확고한 대한(對韓) 방위 공약을 재확인”했다.

북한에는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남한에는 핵전력을 들여놓겠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딱 맞다. 이것이 오바마식의 ‘미국만 빼고 핵무기 없는 세상’ 비전이다.

이명박에 이어서 박근혜와도 죽이 잘 맞는 오바마 어떤 나쁜 것들을 더 주고 받았을지 걱정된다. ⓒ사진 출처 청와대

박근혜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성격도 분명히 드러났다. 오바마가 지지해 줬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박근혜는 “북한의 핵을 용납할 수 없고 북한이 저렇게 도발을 하고 위협하는 것에 대해서는 보상은 앞으로 있을 수 없으며, 도발을 하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오바마는 “몇 년간 내가 해 왔던 것과 유사하다”고 호응했다. 이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즉 악의적 무시 전략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별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미 양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끝내지 않겠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 주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4월 말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이 끝나기 무섭게 또 다른 한미 연합 훈련에 돌입했다.

서해에서는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참가하는 한미 연합 대잠수함 훈련이 진행됐고, 동해와 남해에서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니미츠호’가 참가한 ‘항모타격훈련’도 시작될 예정이다.

연합 공군훈련인 ‘맥스 선더’도 실시되고 있다. 8월 ‘을지 프리덤 가디언 훈련’도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고 알려졌다. 거의 1년 내내 전쟁 연습인 셈이다.

북한이 동해안에 배치한 무수단 미사일을 철수한 것이 확인됐는데도, 미국은 이달 중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실시도 예고했다.

이러면서 북한더러 “올바른 선택”을 하라고 한다. 사실상 거의 핵·미사일 실험을 또 하라고 등 떠미는 격이다.(물론 사회주의자들은 북한 지배계급의 호전적 맞대응을 지지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이다.

지금 미국은 지난 두 달 동안 한반도 위기 상황을 통해 얻은 ‘성과’를 확실히 굳히려는 듯하다. 미국은 이번 위기를 기회 삼아 일본에 첨단 전략 무기를 추가 배치하기로 합의했고, 한국을 미사일 방어(MD) 체제에 한 발 더 끌어들였다.

그러나 한국을 MD에 확실히 끌어들이고, 한일 군사협정을 체결하도록 해서 한미일 합동 군사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할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 미국은 이런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한반도 위기를 활용하려는 것이다.

미 합참의장 마틴 뎀프시도 “지금이야말로 한미일 3국의 협력적인 미사일 방어체제를 만들어갈 적기”라며 서둘렀다. 한미일 간에는 여전히 균열과 모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사일 방어 체제

양국이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재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9년 이명박과 오바마가 명문화한 “포괄적 전략 동맹”은 기존의 동맹 범위를 “안보”에서 “정치·경제·문화·인적교류 분야”로 확대하고, 동맹의 무대도 동아시아와 더 나아가 세계적 차원으로 넓히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핵심적으로 ‘중국 견제’를 위한 것이다. 이명박은 이에 따라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한일 군사협정도 추진했다.

이번에도 한미 정상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의 대응 노력과 함께, 정보·감시·정찰 체계 연동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상호 운용 가능한 연합방위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누가 봐도 중국 포위를 위한 미국 MD 체제를 뜻한다.

물론 중국의 눈치도 봐야 하는 한국 지배자들의 처지 때문인지 MD 참가를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박근혜는 중국까지 포함한 동북아 다자간 평화 협력 구상(일명 ‘서울 프로세스’)이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보완적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엉뚱한 말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뒤를 따라 중국을 포위하면서, 중국과 협력하겠다는 것은 잘 될 수가 없는 일이다.

박근혜의 ‘시너지’ 발언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 낀 모순 속에서 한미동맹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한국 지배자들의 처지를 보여 준다.

이미 지난달 말에 한국 해군은 MD 구축에 필수적인 SM-3 요격미사일을 미국에게서 구입하기로 했다. 공개적인 말과 문구가 무엇이든 한국은 이미 실천에서 미국 MD에 발을 깊숙이 들여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을 빌미로 한 미국과 한국 정부의 중국 포위는 이 지역의 긴장을 더한층 고조시킬 것이다. 지난 몇 달간 미국이 동원한 첨단 무기들은 그야말로 ‘올스타전’을 방불케 한다. 얼마 전 중국도 항공모함을 동원한 훈련을 시작했다. 갈수록 동아시아 지역은 화약고가 돼 가고 있다.

이뿐 아니다. 방위비 분담금, 미국산 무기 구입, 한미FTA 등에서 박근혜가 오바마에게 무엇을 얼마나 더 약속했는지는 차차 더 드러날 것이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이 이 지역 ‘불안정과 평화 위협의 핵심축(린치핀)’임을 보여 줬다. 한반도 민중의 관점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유일한 성과는 윤창중 경질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