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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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모순과 변화 조짐이 많은 사람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그동안 북한과 중국 간의 경제 관계가 깊어져, 어떤 사람들은 중국을 통한 북한의 시장 개혁을 전망했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중국의 ‘동북 4성’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한편 북한 3차 핵실험에 대응해 중국이 유엔 대북 제재에 동의하자 북한 당국은 크게 반발했다. 최근 중국의 국유은행들은 유엔 대북 제재를 이행한다면서 북한 조선무역은행과 거래를 끊었다. 이를 근거로 남한 우파들은 북중 관계가 예전과 다르다며 호들갑을 떤다.
미국 국무장관 존 케리가 중국 정부에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나서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북한 핵 문제의 열쇠를 쥔 중국이 사태 해결에 나섰다고 기대한다.
그러나 이런 시각들은 대부분 일면적이거나 근시안적이다. 역사를 돌아볼 때,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냉전 시기 북한과 중국은 군사동맹 관계를 유지했다. 미국·일본·남한에 맞서야 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 지배자들은 북한이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장악돼, 친미 국가와 국경을 마주하게 될까 봐 매우 우려한다.
그래서 중국 지배자들은 한국전쟁 때 패색이 짙은 북한을 지원하려 참전했다. 1960년 미·일 안전보장조약이 개정되고 1961년 남한에서 ‘반공’을 내세운 박정희가 군사 쿠데타로 집권하자, 중국은 북한과 상호원조조약을 체결해 북한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그러는 중에도 두 나라 지배자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은 아니었다. 북한 관료들은 독자적인 발전 전략으로 강력한 자립경제를 건설하고자 했다.
1950~60년대 중국과 소련이 격렬히 대립하자(중소 분쟁), 북한 관료들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줄타기하면서 자기 이익을 추구할 여지를 확보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지배자들과 북한 지배자들은 한때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럼에도 중국과 북한은 냉전기에 그럭저럭 동맹 관계를 유지했다.
북한과 중국 사이 마찰음이 커진 것은 냉전 해체 직후였다. 중국은 친서방 나라들과의 경제 관계를 중시해 북한이 반대하는데도 남한과 국교를 맺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방해와 압박으로 서방과 관계를 정상화하지 못하고 고립됐다. 게다가 중국은 그동안 북한에 주던 무역 특혜를 중단했다. 이는 가뜩이나 어렵던 북한 경제에 큰 타격이었다.
이때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악화해, 1991년 이후 2000년까지 9년 동안 양국 정상들의 상호 방문이 없을 정도였다.
2000년대 들어서야 경제 협력을 중심으로 양국 관계가 다시 가까워졌다. 미국이 1990년대 후반부터 동아시아에 미사일 방어 체제(MD)를 구축하기 시작하는 등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1998년 금창리 위기와 2002년 고농축우라늄 의혹 제기 등 대북 압박을 다시 강화한 것이 이런 변화의 주요한 배경이었다. 이른바 ‘입술(북한)이 없어지면 이(중국)가 시리다’는 논리가 제기된 것이다.
완충지
중국 지배자들은 북한 붕괴가 가져올 혼란과 난민 유입 등을 우려해 북한을 지원한다. 북한이 군사적 완충지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도 중국은 북한을 지탱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
미국의 제재와 압박 탓으로,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돼 경제를 재건하려 한 북한 지배자들의 시도는 거듭 좌절됐다. 그래서 북한 지배자들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으로 심각한 경제난을 완화하고 체제를 안정시키고 싶어 한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과 중국 간 교역량은 급격히 늘었다. 2011년 현재 북한의 전체 무역에서 대중국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9퍼센트에 이른다. 북한과 중국은 접경지대에 있는 경제특구 두 곳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북한 관료들은 ‘외화 벌이’를 목적으로 중국 동북 지방으로 북한 노동자들을 대거 파견하고 있다. 언론 보도를 보면, 2012년 현재 북한 노동자 2만 4백여 명이 랴오닝·지린성에서 일한다. 같은 해 7월 북한은 노동자 12만 명을 파견하기로 중국과 합의했다.
그러나 북중 동맹 관계 속에는 모순도 있다.
첫째,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는 북한과 중국 모두 반발하지만 대외 정책에서는 의견 차이가 드러날 수 있다.
중국 지배자들은 북한 핵을 골칫덩이로 본다. 중국 지배자들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한다. 중국도 제국주의 열강의 핵무기 독점에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이 ‘아시아로의 귀환’ 전략을 펼치는 주요 명분이어서 골치가 아프다.
오바마 정부는 2009년 중국에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계속 개발하면 미국은 아시아에서 동맹 구축을 강화하고, 군사력 배치를 증강하고, MD를 본격 추진하고, 한미일 군사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대놓고 협박했다.
중국은 세계 최강 미국이 북한을 핑계로 동아시아에서 동맹을 결집하고 군사력을 전진 배치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 그러나 단기간에 미국의 군사력·외교력을 따라잡기는 힘들고, 당장 미국과 정면충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중국 지배자들은 한편으로는 미국의 압박에 맞서 북한 체제가 붕괴하지 않도록 지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북한을 너무 강하게 몰아치면 북한이 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릴까 우려하기도 한다.
북한 지배자들은 핵과 미사일을 쉽사리 포기할 생각이 없고, 중국이 유엔 대북 제재에 동의할 때마다 거세게 반발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을 지렛대 삼아 북한을 압박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은 현실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위험하다. 오히려 중국의 압박은 북한의 더 큰 반발을 낳으며 불안정을 더 키울 것이다.
중국이 미국 제국주의를 견제하며 한반도 긴장을 해소하는 구실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비현실적이다. 중국은 경쟁하는 제국주의 열강 중 하나일 뿐이다.
북한은 중·미 갈등 속에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는 구상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반도 전문가 셀리그 해리슨은 “북한은 미국이 자신과 좀더 좋은 관계를 맺으면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봉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제 협력
둘째, 북한과 중국의 경제 협력이 북한 체제 안정에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북한과 중국의 경제 관계가 깊어질수록 북한 경제는 중국 경제 변화에 더욱 민감해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점에서 북한도 중국발 경제 위기의 파장에 휩싸일 수 있다.
그리고 경제 협력을 중심으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커질수록 북한 관료들 내 긴장이 생겨날 수 있다. 북한 관료들은 지금 핵 개발과 북미 관계 정상화라는 20년 묵은 난제를 풀어야 하는데, 중국의 압박은 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북한 관료들 간에 의견 불일치와 갈등을 낳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북한과 중국이 더 밀접해질수록 중국 민중이 벌이는 아래로부터 저항이 북한에 영향을 줄 개연성도 높아진다. 즉, 중국에서 노동자·민중의 저항이 성장하면 북한의 노동자·민중도 아래로부터 행동에 나설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사회주의자들은 바로 이것에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도 중국 지배자들은 ‘전략적 자산’인 북한이 붕괴하지 않도록 지원하겠지만, 북한과 중국 사이에서 불협화음과 갈등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과 중국의 경제 협력은 북한 체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순과 저항을 촉발할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