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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용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장:
“지역대책위 확대·강화로 철도 민영화에 맞서려 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본격적인 철도 민영화(사영화) 추진을 앞두고, 철도노조가 투쟁 채비를 시작했다. 전국의 지역대책위들을 소집하며 연대 확대도 모색하고 있다.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도 진보 단체들과 함께 대책위를 만들고, 서울의 권역별 대책위도 결성·강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엄길용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장에게 사영화의 폐해와 정치적 연대의 의의에 대해 들었다.

정부의 민영화(사영화) 추진 목적과 그 폐해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역대 정부들은 새누리당, 민주당 할 것 없이 철도 민영화를 추진했습니다. 민영화는 신자유주의의 핵심 정책이죠. 그래서 우리도 계속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전면에 들고 나왔을 때는 ‘민영화가 긍정적인 것’이라는 인식이 많이 퍼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철도·발전·가스 노동자들이 공동 투쟁으로 이를 막았죠.

이명박 정부도 노골적으로 수서발 KTX를 팔아 먹으려 했습니다. 이때 우리는 시민·사회 진영과 연대해 막아 냈습니다. 박근혜 정부도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거죠.

지금 조합원들은 5월에 발표할 정부의 안이 무엇일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정확히 정부의 방안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방안이 무엇이든 분명히 철도 민영화의 한 방편일 것으로 보입니다.

민영화의 가장 큰 폐해는 안전 문제입니다. 정부가 말하는 경쟁체제는,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와 선로를 새로 깔고 기차를 새로 들여와 영업한다는 게 아닙니다. 기존 노선에서 수익이 나는 유리한 사업만 가져다 운영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관제 시스템이 이원화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안전이 위협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철도는 시스템 자체가 아주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게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엄길용 청도노조 서울지방본부장 ⓒ이미진

게다가 철도가 민영화되면 어떨지는 유럽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시설에 투자를 안 하는 거죠. 영국 등지에서도 이윤만 추구하는 민영 기업이 안전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면서 대형 사고와 인명 사고가 수도 없이 났습니다.

이것은 철도가 가진 공공성을 버린다는 것이고, 차량 운행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적자가 나는 많은 역을 폐쇄하거나 아예 운영을 안 하게 될 수 있는 거죠. 지금도 이미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비스 질 저하도 대폭 따를 것입니다.

철도노조의 대응 계획은 무엇입니까?

지난해에는 우리가 미처 준비를 못 한 상태에서 정부가 먼저 밀어붙이면서 급박하게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민영화 반대 여론이 형성됐고, 노조에서도 긴장도가 급격하게 올라갔습니다. 올해는 우리가 정부의 방향과 계획을 알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노조는 내부적으로는 조직을 강화하려 하고, 대외적으로는 연대를 확장해 나가자는 기조입니다. 만약 정부가 민영화를 강행한다면, 철도노조는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을 벌여 나갈 것입니다.

철도노조의 투쟁이 그동안 민영화나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막아 낸 성과는 있었지만, 실제 민영화 저지 투쟁은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이고 철도노조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민영화에 반대하는 많은 시민·사회 단체나 세력 들과 함께 투쟁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 나선 철도 노동자들 1월 26일 철도노동자 총력결의대회에서 철도 노동자들이 민영화 저지를 요구하고 있다. 요금 인상·대형사고·구조조정을 부를 철도 사영화 저지를 위한 투쟁이 확대돼야 한다 ⓒ김현옥

지역대책위를 만들고 진보진영과 함께 투쟁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지난해부터 KTX민영화저지범대위가 활동해 왔습니다. 전국의 여러 지역에도 지역대책위가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지역대책위가 구성돼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울 지역에서 더 작은 단위(권역별) 대책위도 함께 조직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대책위 활동 등 연대의 확대는 현장 노동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철도 노동자들은 그동안 투쟁의 경험 속에서 연대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은 십수 년간 민영화나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해 오면서, 투쟁의 정당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사회적 여론을 만드는 것이 가장 부족했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실제로 우리만 혼자 싸우면 어려움이 많습니다. 연대가 늘어나면 조합원들이 자신감을 많이 얻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공공부문의 정책은 노동자뿐 아니라 전체 국민에게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입니다. 그래서 지역 대책위 활동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활동이 점차 폭넓어지고, 전체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 대책위 결성이나 투쟁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철도뿐 아니라 가스·전기·물이 민영화될수록, 요금이 오르고 여러 문제가 생깁니다. 따라서 이런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범주에서 함께 투쟁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뷰·정리 이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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