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된 근로계약서를 위해 싸워서 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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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3월9일 타워크레인 가용 3개월짜리 현장에 취업을 했다.
취업 후 2주간 근로계약서를 체결할 것을 요구하다가 타워크레인 임대사 관리자에게 표준근로계약서 2부를 서명해서 들려 보냈고, 그러자 1주일 후 임대사 측은 “2009년도 계약서로 수정해서 보내겠다”고 해 왔다.
그래서 나는 이날 오후부터 건설사원청과 임대사에 대해 “내 손에 11년도 표준근로계약서가 쥐어질 때까지 근로기준법에 따라 모든 연장 노동을 중단하고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일체의 안전규정준수작업을 할 것임”을 통보했다. 그러자 1시간여 후 임대사는 “2011년도 표준근로계약서를 보내겠다”고 약속했고, 나는 개인 쟁의를 해제했다.
그런데 한 주 후 도착한 2011년도 표준근로계약서에는 단서 조항이 삽입돼 있었다. 나는 다음날 대체 근무를 주고 임대사를 방문해 사장과 교섭을 했으나 사장은 다른 지부 조합원들은 다 수긍했다며 계약서를 거부하는 내게 해고 선언을 했다.
나는 현장 사수 투쟁을 선언하고 다음날 출근해서 원청과 임대사에 재통보하고 쟁의에 돌입했다.
현장에서 위험성이 조금만 보이면 작업을 중단하고 원청을 방문해 단호한 항의를 했다. 한달 가까이 이런 행동을 수차례 하면서 투쟁한 끝에 마침내 4월 30일 단서 조항이 없는 표준근로계약서를 받았다.
표준근로계약서는 단체협약을 압축시킨 개별적 약속이다. 내가 여기서 제기한 문제는 실수령액에서는 작은 차이이지만 왜곡된 근로계약서를 체결함으로써 사장으로 하여금 단체협정을 부정할 빌미를 안겨주게 된다는 점이다. 임대사 준경타워 사장은 2011년 단체협정 투쟁 당시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거부하고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온갖 술책을 부린 자다.
당시 해당 지부 동지들이 투쟁을 승리로 이끌지 못하고 질질 끌려 다녔기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이 생겨났지만 나는 노동조합 속의 사회주의자로서 본능적으로 싸웠고 이겼다. 내가 처음 노동자로서 눈을 뜨던 1980년대에 왕십리 성당 김승훈 신부가 한 “싸우면 이기는데 싸우다가 포기하니까 지는거다”라는 말을 곱씹으며 싸운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