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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특근 거부 투쟁에서 제기된 쟁점:
물량 축소 압박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일단락될 조짐을 보이는 현대차 노동자들의 특근 거부 투쟁은 지난 3개월 가까이 이 나라 지배자들을 노심초사하게 만들어 왔다.

이 투쟁은 대공장 조직 노동자들이 가진 막강한 힘과 잠재력을 보여 줬다. 지도부의 잘못된 합의 이후에는 기층에서 투쟁이 확대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남는다.

한편, 이번 투쟁 과정에선 사측의 ‘물량 축소’ 협박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하는 정치적 쟁점도 제기됐다.

특근 거부가 확대되자, 회장 정몽구는 “해외 공장별 생산 증대”를 지시하며 엄포를 놨다. 사장 윤갑한도 “특근 거부는 스스로 국내 물량을 포기하는 행동이고, 직원들의 고용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일부 노동자들은 이런 사측의 협박에 혼란을 느꼈을 것이다. 사측은 이를 이용해 특근 거부 투쟁을 분열‍·‍약화시키려 했다. 특근 재개를 주장한 노조 지도자나 활동가들은 분명 이런 압력에 흔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생산 물량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 조철도 최근 “현재 3교대 풀가동 중인 해외 생산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근 거부로 미국 수출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일각에선 ‘미국 공장 증설’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정몽구는 “[그런]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공장‍·‍설비 이전은 쉽게 빨리 되는 게 아니고, 자동차 시장의 불안정성 속에서 해외 신규투자를 무한정 늘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폭스바겐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기업들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대비해, 신규 투자를 늘리기보다 공장 가동시간을 늘리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물론, 현대차는 지난 수년간 유럽, 북미, 아시아 등에 공장을 짓고 해외 생산을 늘렸다. 이 때문에 국내 노동자들의 고용도 위험하다는 불안감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세계화’ 기업들도 자산‍·‍판매‍·‍고용 면에서 보면 ‘세계적’이기보다는 ‘국민적’이다.

“GM은 자산과 종업원의 거의 3분의 2가 미국에 있고, 도요타도 종업원의 3분의 2와 자산의 절반이 일본에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경우 해외 자산과 고용도 압도적으로 선진국 내에 있[다].”(빌 던, ‘세계화와 신경제라는 신화’, 《세계화와 노동계급》, 책갈피)

유턴

게다가 해외 생산이 늘었다고 해서 국내 생산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경제 위기 때문에 미국‍·‍일본 등의 대형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본국 유턴 현상’도 생겨나고 있다.

현대차에서도 사측이 해외 생산을 가파르게 늘리던 기간 동안 오히려 국내 생산과 고용도 같이 증가했다. 세계경제 위기로 국내 자동차 업계도 타격을 입은 2008~09년을 제하면 말이다.

해외에 공장이 있어도 국내 생산이 매우 중요하다 ⓒ인포그래픽 김기선, 김인수, 차승일

특히 2010년 이후 현대차가 특수를 누리며 호황을 구가하는 동안 국내 생산량이 빠르게 증가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국내 설비 가동률이 1백퍼센트를 넘기기도 했다.

즉, 해외 생산이 늘어나는 동안 국내 노동자들도 더 장시간‍·‍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며 일해 온 것이다.

그런데도 세계 자동차 “빅5” 지위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는 현대차 사측은 주간2교대 도입의 전제로 생산량 보전을 끝까지 고집했고 일부 줄어든 노동시간을 벌충하려고 안달이 났다.

게다가 사측은 불법 파견을 외면한 채 비정규직 고용을 통한 유연화도 유지할 심산이다. 현대차 부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독일 자동차 산업의 강점은 탄력적인 고용 조정뿐 아니라 독일식 노동 유연성”이라고 치켜세웠다.

주간연속2교대제가 시행됐어도 현대차 노동자들은 OECD 연간 평균 노동시간보다 4백40여 시간을 더 일한다. 밤샘노동은 사라졌지만 임금에서 잔업과 특근 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60퍼센트가 넘어서는 바람에 여전히 장시간 노동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점에서 이번 특근 거부 투쟁은 중요하고 정당하다. 하지만 물량 논리에 휘둘리면 사측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맞서며 투쟁을 발전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생산 물량 이전 협박에도 쉽게 휘둘릴 수 있다. 물량 확보를 둘러싸고 각 공장 노동자들 사이에 갈등이 생겨나는 것도 효과적인 대응이 아니다.

따라서 물량에 얽매이지 말고,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기본급을 대폭 인상한 월급제를 요구하며 싸울 필요가 있다. 그래야 만약 자동차 시장의 위기가 심화해 실제 물량이 줄어도 임금을 유지할 수 있다. 올해 임단투에서도 이런 요구들이 중요한 의제로 제기될 필요가 있다.

추천하는 책

세계화와 노동계급

빌 던, 크리스 하먼 지음

최용찬, 차승일, 김영재 옮김

128쪽 4,900원 문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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