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강제 방과 후 학습 반대:
조직된 행동으로 학교의 양보를 받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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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명박 정부가 일제고사를 실시하자 전국의 초·중·고등학교는 0교시, 방과 후 학습 등을 학생들에게 강요했다.
내가 다니는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는 예전부터 학력 미달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제 방과 후 학습을 실시했다. 올해 학기 초에는 석차 하위 50퍼센트로 강제 방과 후 학습 대상을 늘렸고 불참시 불이익도 더 커졌다.
그러자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그래서 나는 강제 방과 후 학습 대신 선택 교육 프로그램 등의 대안을 제시하는 글을 작성해 이동의하는 학생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그러나 서명을 받던 도중 학교 당국에 발각됐다. 학교 당국은 내게 부당하게 벌점을 부여하고 교장은 폭언을 했다. 그 후 나와 다른 학생들은 자신감이 떨어졌고, 강제 방과 후 학습에 반대하는 움직임은 움츠러들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힘을 더 키워야겠다고 생각하며 다른 학생들과 토론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5월, 학교 당국은 강제 방과 후 학습 대상을 일제고사 해당 학년 전체로 다시 늘렸다.
그러자 학생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많은 학생들이 강제 방과 후 학습을 불참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이런 행동은 강제 방과 후 학습에 참가한 학생 일부의 지지도 얻었다. 그러자 우리는 더 자신감을 갖고 끝까지 강제 방과 후 학습에 불참했다.
거부 투쟁
학교 당국은 방과 후 학습에 불참한 학생들은 “결과 처리하고, 벌점을 부과한다”며 협박했다.
그러나 한번 오른 학생들의 사기를 꺾을 수는 없었다. 나는 “학교가 벌점을 부과하거나 결과 처리하더라도 그것은 부당하기 때문에 항의하면 철회시킬 수 있다”며 학생들을 안심시켰다.
학교 당국의 협박에도 학생들이 거부 투쟁을 이어나가자 이번에 학교 당국은 설득을 시도했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궤변을 일삼았고, 설득은커녕 오히려 많은 학생들의 반감만 샀다.
이 과정에서 토론모임도 한몫했다. 토론모임에서 토론하면서 우리는 ‘강제 방과 후 학습은 불법이고 반인권적이다’, ‘학교의 비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에도 반대한다’ 등의 생각을 하게 됐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실제 학교 당국과의 논쟁에서 논리적 반박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투쟁을 이어 온 지 3주째 되는 날, 학교는 공개적으로 “이제부터 방과 후 학습은 하고 싶은 학생만 한다. 그러나 학력미달 학생(하위 50퍼센트)들은 무조건 방과 후 학습에 참가해야 한다” 하고 발표했다. 학생들의 조직된 행동이 학교가 한 발 물러서게 만든 것이다.
완전히 이긴 것은 아니다. 아직도 하위 50퍼센트 학생들은 아직까지도 강제적으로 방과 후 학습에 참가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경험을 밑거름 삼아 우리는 계속 싸워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