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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 알렉스 캘리니코스, 책갈피:
왜 미국은 세계 지배를 원하는가?

[편집자 주] 이 서평은 2003년 11월에 씌어졌다.

유럽 사람 중 75퍼센트가 이라크 전쟁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

심지어는 미국에서도 이라크 점령이 요구하는 대가에 대한 반발심이 증대하면서 과연 부시가 재선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보궐선거에서 노동당이 패배한 데서도 전쟁이 중요한 구실을 했다.

그러나 부시와 블레어는 이라크에서 계속 버티겠다는 계획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시리아와 이란을 향해 또 다른 모험을 할 수도 있다는 암시를 하고 있다.

왜 그들은 이렇게 행동할까?

전쟁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 문제에 혼란스러워했다.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새 책인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은 이 질문에 강력하면서도 읽기 쉬운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

캘리니코스는 책의 서문에서 전쟁을 옹호하기 위해 동원된 온갖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독자들은 부시와 블레어뿐 아니라 그들의 “자유주의적” 지지자들인 크리스토퍼 히친스, 데이비드 아로노비치가 전쟁을 옹호하는 주장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행동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반박이 매우 유용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장점은 전쟁의 진정한 원인에 대한 분석에 있다.

캘리니코스는 현재 백악관에서 정책을 짜고 있는 사람들이 떠오른 과정을 추적한다. 그들은 바로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 주위로 결집된 “신보수주의자들[네오콘]”이었다.

캘리니코스는 그들의 의도가 단지 석유 기업의 이윤을 증대시켜 주거나, 심지어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잡아먹고 있는 미국 자본주의라는 산업 문명 중심지에 계속해서 자원을 공급해 줄 필요 때문만이 아님을 보여 준다.

사실, 미국 정부가 한길로 고수해 온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미국 자본이 세계 나머지 지역에 자신의 이해관계를 강요하려는 의지이다.

그 동안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에서 벌어진 해방 운동을 미국이 분쇄한 것도, 다른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의 지배계급에 호령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캘리니코스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 그의 국무부 장관인 매들린 올브라이트의 정책과 부시 2세의 정책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점을 보여 준다.

클린턴은 다른 선진 국가들과의 “동맹 구축”에 부시 2세보다 더 큰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실제로 공화당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나 조지 부시 1세 정부 시절보다 더 자주 군대를 파병해 외국을 공격했다.

그러나 조지 부시 2세와 클린턴 사이에는 불연속성도 존재한다.

신보수주의자들은 1990년대 미국 지배계급의 정서를 반영했다. 레이건 시절에 미국은 구 소련과 무기 경쟁을 벌이면서 마침내 승리했지만, 별로 얻은 게 없다는 느낌을 그들은 지울 수 없었다.

그들은 새로운 세기를 “미국의 세기”로 만들려면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려면 이제 미국 정부는 유럽의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의 고분고분한 지도자들에게 신중하게 말하는 것을 중단하고 새롭게 대규모 무기 증강에 착수해야 했다. 그래서 과거보다 훨씬 공격적인 대외정책이 추진됐다. ‘선제공격’전략이 ‘봉쇄’전략을 대체했다.

그들은 다른 서구 선진국들이 의존하고 있는 석유 자원을 지배하기 위해 반드시 이라크를 정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캘리니코스는 프랑스의 우익정부가 이 점을 이해했기 때문에 블레어처럼 부시의 전쟁을 지지할 수 없었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아리엘 샤론을 무조건 지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것은 일부 언론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 내 “유대인 압력단체의 로비” 때문이 아니다. 또한, 전통적으로 유대인들을 혐오했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팔레스타인 땅으로부터 팔레스타인인들을 추방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의 근거를 성서에서 갑자기 발견했기 때문도 아니었다.

부시 일당이 샤론을 지지하는 이유는 클린턴 일당처럼 미국 자본주의의 이해관계에 따라 중동 지역 전체를 지배하는 데서 이스라엘이 맡고 있는 역할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미국의 지배계급과 주류 기독교인·기독교 근본주의자·불가지론자·유대인 전체가 모두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세계적 패권을 노리는 부시 일당은 중국을 잠재적인 위협 세력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스타워즈 계획의 후속 프로그램이 시작됐고, 다른 한편으로는 필리핀 군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걸쳐서 중국을 포위하는 군사 기지가 배치되고 있다.

캘리니코스는 전쟁 몰이와 민중의 삶 파괴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를 보여 준다.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이 세계에 대한 유력한 사실은 ‘테러와의 전쟁’이 아니라, 빈곤과 불평등의 끝없는 확산이다.”

“제국주의적 전쟁기구는 시장 자본주의가 자신 안에 감춰 왔던 거대한 파국을 드러내면서 우리와, 아마도 지구 자체를 파괴함으로써 붕괴할 것인가? 아니면, 베트남을 굴복시키려 했던 미 국방부의 시도처럼 집단적 정치 행동으로 저지될 것인가?”

그는 6개월 전 2003년 5월 1일 조지 부시가 의기양양하게 주요 작전 완료를 선언했던 바로 그 때 이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은 백악관의 악당들이 서로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기 시작하고, 또 다른 베트남의 환영이 출몰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훨씬 더 큰 관련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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