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 트로이:
그리스 비극과 이라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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탠시 호스킨스는 영국 ‘전쟁저지연합’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대학을 다니면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현재 그녀는 영국의 좌파 선거 연합인 리스펙트(RESPECT)의 런던 시의원 후보 중 한 명이다.
나는 〈트로이〉가 전쟁을 미화하는 영화가 아니라서 마음이 놓인다. 화려한 의상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자신들이 원하지도 않고 통제할 수도 없는 전쟁에 말려든 사람들의 인간적 슬픔으로 가득하다. 또한 죽음과 파멸을 맞이하는 등장인물을 동정적으로 다루면서 전쟁 반대를 형상화하고 있다. 〈트로이〉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늘날 이라크의 놀라운 공통점을 보여 주는 영화다.
아가멤논은 미케네의 막강한 군주였다. 그는 뇌물과 친분 관계와 위협을 사용해서 의지의 동맹을 결성한다. 그리고 그는 트로이가 진정한 대량 애정(愛情) 무기인 스파르타의 헬렌을 납치함으로서 국제적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명분을 내세워 트로이로 향한다. 동쪽으로 진군한 대규모 군대는 트로이 바깥의 모래사장에 진을 친다.
아가멤논은 헬렌은 단지 명분일 뿐이었고 진정한 목적은 트로이를 지배하고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마치 이라크 내에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점령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듯이, 점령이 계속되는 가운데 헥토르는 헬렌에게 그녀 자신이 그리스에 투항하더라도 그리스를 저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트로이〉는 전쟁이 소수의 이득을 위해 다수가 피와 눈물을 바쳐 싸우는 것이라고 말해 준다.
아가멤논에게 화가 난 아킬레스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 전쟁에서 스스로 싸워야 하는 왕을 생각해 보십시오. 거참 볼 만하지 않겠소?” 트로이 함락은 오랫동안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트로이 사람들의 저항이 아주 강력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리스인들은 혼란에 빠진다. 네스토르가 아가멤논에게 후퇴는 미케네의 권위를 실추시킬 것이라고 말할 때, 오늘날 미국 대통령의 말과 너무 비슷하게 들린다.
마침내, 계속되는 소모전에 그리스의 손실이 너무 커지자, 유엔을 연상시키는 콜린 파월 형의 인물인 오뒤세우스는 유명한 목마 작전을 내놓는다.
트로이가 약탈되면서 야만적인 학살이 일어나는 장면은 놀라우리만큼 시기적절하다. 영화 내내 등장인물들은 오늘날의 토니 블레어처럼 역사가 자신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집착한다. 이라크 약탈에 가담한 블레어가 영광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확실히 토니 블레어는 브래드 피트가 아니지만, 둘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블레어도 이라크에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블레어를 파멸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