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트21〉 박설 기자의 쌍용차 재판 최후 진술:
“박근혜 정부는 결코 우리를 꺾을 수 없습니다”
〈노동자 연대〉 구독
〈레프트21〉 박설 기자가 쌍용차 집회에 참가한 것 때문에 재판을 받고 있다. 2심 재판 방청기와 박설 기자의 최후진술문을 함께 싣는다.
7월 1일 오전 서울형사지방법원 서관 후문에는 기자들이 구름떼처럼 몰려 있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죄로 구속돼 있는 새누리당 이상득(이명박의 친형)과 정두언을 실은 서울구치소 버스가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다.
마치 법이 권력자의 불의를 심판하는 것처럼 보인 그 뒤편에선, 바로 그 자들이 활개친 그 정권의 만행에 저항한 활동가의 재판이 열리고 있었다.
〈레프트21〉 박설 기자는 지난해 5월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위한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벌금형 약식 판결을 받았다. 이에 불복해 청구한 정식재판이 이날 속개된 것이다.
판사는 박설 기자의 최후진술을 두 번이나 가로막았다. 박근혜와 국정원을 언급할 때였다. 재판과 관계 없는 사안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왜 그 문제가 관계없는가? ‘국정원 게이트’이야말로 바로 광란의 노동자 탄압극을 재연하며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하려고 새누리당이 정권을 연장하려고 벌인 일 아닌가?
“꽃을 심겠다며 사람을 철거하는 게 ‘국민 행복 시대’냐? 사측의 회계조작 의혹을 눈 감아주는 게 ‘창조 경제’냐? 민주주의 테러범 원세훈은 불구속하고, 김정우 지부장은 구속하는 게 ‘법과 질서’냐”고 묻는 박설 기자의 항변은 판사의 제지보다 더 강력했다.
그는 판사의 제지에도 꿋꿋이 최후진술을 했고 방청객들에게서 박수를 받았다.
우리가 저들의 권력에 굴하지 않고 뭉쳐서 싸운다면 박설 기자의 말처럼 “벌써부터 위기로 빠져 드는 ‘공공의 적’ 박근혜는 결코 우리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다음 선고 공판은 7월 15일 서울중앙형사지법 508호에서 열린다.
박설 기자의 최후진술문
모두 진술에서 밝힌 것처럼, 저는, 검찰이 덧씌운 혐의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검찰은 집시법 위반 혐의를 걸기 어려워지자, 치졸하게도 도로교통 방해로 처벌하려는 것일 뿐입니다.
검찰은 쌍용차 집회 참가자들에게 벌금 폭탄을 퍼부으며 저항을 위축시키려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런 치졸한 탄압으론 결코 우리를 꺾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집회 참가자들을 채증하고 기소한 경찰과, 이 자리에서 저의 죄를 묻고 있는 검찰이 ‘법 질서’를 따져 물을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지금 왜 성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고 있습니까?
우리는, 박근혜 당선을 위해 이 나라 국가기구가 어떤 파렴치한 범죄와 불법 만행을 저질렀는지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지난 대선은 더러운 악취와 오물로 가득 찬 불법의 도가니였습니다.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했습니다. 서울경찰청장 김용판이 진실을 덮었고, 법무부 장관 황교안이 원세훈을 감쌌습니다. 검찰은 못내 진실의 일부라도 밝히지 않을 수 없었지만, 구역질나는 범죄자 원세훈을 불구속 기소하며 본질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이 박근혜 대선 캠프의 지시와 협의에서 비롯했다는 진실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이번 사건의 몸통은 바로 박근혜입니다.
그런 이들이, 박근혜와 경찰과 검찰과 법원이 역겹게도 “법 질서” 운운하며 쌍용차 김정우 지부장을 구속했습니다.
도대체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이 없게 해 달라고, 4년 동안 거리에서 싸워 온 김정우 동지가 범죄자입니까?
농성과 시위를 가로막으려고 심어놓은 화단에 오른 게, 억울하게 죽어간 동료들을 가슴에 묻고 ‘정리해고 철회하라’고 목놓아 외친 게, 그게 범죄란 말입니까?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반대해, 쌍용차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에 함께한 이들이 정말 범죄자란 말입니까?
우리가 보고 있듯이, 진정한 범죄집단은 따로 있습니다. “국정원과 경찰을 이용한 권력 찬탈”을 벌이며 더러운 막장 드라마를 연출한 박근혜와 국가 기구들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박근혜의 범죄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박근혜는, ‘대화하자’며 노동부 장관을 민주노총에 보내고선, 바로 몇 시간 안 돼 쌍용차 분향소와 현대차 비정규직, 재능 농성장을 폭력적으로 철거해 버렸습니다.
도대체 ‘꽃을 심겠다’며 사람을 철거하는 게 “국민 행복 시대”입니까? 쌍용차 사측의 회계조작 의혹을 눈 감아주는 게 “창조 경제”입니까? 민주주의 테러범 원세훈은 불구속하고, 김정우 지부장은 구속하는 게 “법과 질서”입니까?
박근혜는 이미 “경제 민주화”라는 선거용 가면을 벗어던지고, 복지 공약을 폐기처분하고 있습니다.
박근혜는 홍준표의 진주의료원 폐쇄를 방조하고, 철도 민영화 재앙을 향해 질주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저질 일자리나 늘리겠다며 대중을 우롱하고, ‘최저임금 인상’ 공약조차 뒤집고 있습니다.
박근혜는 바로 민주주의 파괴, 경제 위기 고통전가, 친기업·반노동 정책으로 얼룩진 ‘공공의 적’입니다. 우리는 결코 이런 만행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에 그 죄를 묻고 심판할 이들은 바로 거리의 촛불과 노동자 투쟁입니다.
집권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아 벌써부터 위기로 빠져 드는 박근혜는 결코 우리를 이길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