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규약 개정 반대 운동 평가:
규약을 원상태로 되돌리고 전면적 투쟁을 전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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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끝내 공무원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공무원노조가 정부의 요구대로 해고자를 조합원에서 제외하는 규약 개정을 했는데도, 뒤통수를 친 것이다.
정부는 처음부터 공무원노조에게 설립신고를 내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공무원노조의 단결력과 투쟁력을 훼손하는 게 저들의 노림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공무원노조 지도부는 “노동부장관이 승인했”고 “청와대 실무라인까지 협의를 거쳤다”는 노동부 관료의 말만 앞세워 규약 개정을 추진했다.
나를 포함한 ‘노동자연대다함께’ 공무원 회원들과 규약 개정 반대파 활동가들은, 이런 실용주의적 태도가 낳을 폐해를 경고하며 반대 선동을 했다.
이 때문에 규약 개정을 위한 공식 회의 때마다 반대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제기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7월 20일 대의원대회에서 규약 개정은 83.3퍼센트의 높은 찬성률로 통과된 바 있다.
공무원노조 지도부가 노동부가 요구한 설립신고 일정에 맞추기 위해 대의원대회를 무리하게 앞당기면서 반대파 활동가들이 선전·선동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 공무원노조 지도부가 “특별법 거부, 노동3권 쟁취”를 내걸고 당선한 노조 내 ‘좌파’ 지도부라는 점 때문에, 좌파 활동가들 상당수가 규약 개정을 추수한 것도 문제였다.
한편 일부 활동가들은 각종 투쟁 사업장에 연대하는 게 중요하다며 규약 개정 문제를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자신의 집 앞마당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정치적 투쟁을 회피한 것이다.
뒤통수
반면, 공무원노조 지도부와 규약 개정 찬성파들은 규약 개정이 부결될까 봐 우려해 대의원대회에 총력 동원을 했다. 그래서 7월 20일 대의원대회는 최근 2년간 가장 높은 참가율(79퍼센트)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 탓에 꽤 높은 찬성율로 규약개정안이 통과됐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경고했던 대로 박근혜 정부는 규약 개정을 했음에도 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그뿐 아니라 내년 예산편성지침을 통해 공무원들의 실질임금 삭감을 발표했다. 규약 개정 강요를 통해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켜 놓고, 노동조건 악화를 시도하려는 수작이다.
따라서 공무원노조 지도부는 설립신고 반려 직후 발표한 성명서처럼 “박근혜 정부의 본질을 폭로”하고 “전면적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지난 한 달 동안 정부의 술책에 흔들렸던 것에 대한 자기비판적 평가도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해고자 조합원 자격을 원상태로 되돌려 놓고, 노조 내부의 단결을 회복해 전열을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효과적인 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
2011년에 규약을 원상태로 되돌렸고, 그것을 기반으로 지난해 5만 조합원 총회를 성사시켰듯이 말이다. 그래야 지금 추진하는 노동부 장관 퇴진 운동, 국정원 사태 시국선언 동참 등에 더 큰 힘이 실릴 수 있다.
한편, 지난 대의원대회 때 소신 있게 반대표를 던졌던 대의원들과 노조 활동가들은 개악된 규약을 되돌리는 데 앞장서야 하고 하반기 투쟁에 중심적인 구실을 해야 한다. 또, 이번 경험을 교훈 삼아 노조 안에서 일상적인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