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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군부는 피의 학살을 중단하라
군부의 반혁명에 맞서 혁명을 지키려는 투쟁을 지지한다

이 글은 노동자연대다함께가 8월 20일 발표한 성명서다.

8월 14일, 이집트 군부는 무르시 복귀를 요구하며 농성하던 민간인 수백 명을 살해한 군사작전을 감행했다. 이집트 정부의 공식발표로도 사망자는 6백 명에 달하고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상자 역시 수천 명에 달했다.

언론은 작전 개시 40분 만에 대부분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사전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 시위대를 일방적으로 학살한 것이다.

이집트 군부는 국내외의 비난에도 아랑곳 않고 16일에도 또다시 민간인 2백 명 가량을 학살했다. 이 성명을 작성하는 순간에도, 경찰이 체포한 시위대 30여 명을 감옥에서 살해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군부는 이 모든 것을 이슬람주의자들, 특히 무슬림형제단의 ‘테러’ 때문이라고 정당화한다. 그러나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학살 당한 시위대 대부분은 평범한 빈민들로 군부가 주장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또한 그들이 거리에서 자행한 ‘폭력’은, 이집트 군부가 수십 년 동안 자행한 체계적 폭력과 비할 바가 못 된다.

지금 이집트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학살의 진실은, 군부가 오랫동안 호시탐탐 노리던 반혁명을 본격적으로 개시했다는 데 있다.

1년 전에 반혁명 세력으로 여겨져 무슬림형제단에 자리를 내주며 권력의 무대 뒤로 물러섰던 군부는 그 이후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군부는 무르시 정부 시절에 정부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대중의 환심을 사려 했다. 혁명을 배신한 무르시 정부에 분노한 수천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6월 30일 직후에 군부는 그 압력에 떠밀려 무르시를 끌어내렸다. 그리고 이집트 혁명에 대한 온갖 아첨을 떠벌렸다.

이 과정에서 말로만 혁명을 떠드는 기회주의자들이 군부가 반혁명을 펼칠 길을 닦아 줬다. 구국전선으로 대표되는 기회주의자들은 무르시 퇴진 이전부터 군부의 개입을 촉구했고, 무르시 퇴진 이후에는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집단’이라 공격하며 군부에게 명분을 제공했다.

덕분에 군부는 1년 만에 정치 전면으로 복귀했다. 군부는 7월 한 달 동안 무슬림형제단 시위대 수십 명을 잇달아 살해하면서 반혁명을 본격적으로 개시할 시기를 가늠했다. 또한 기회주의자들을 정부로 끌어들여 민간 정부라는 외피를 쓸 수 있었다.

그 결과, 8월 들어 피의 학살을 감행하며 본격적인 반혁명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군부가 반혁명으로 노리는 것은 이집트 혁명 자체를 절멸시키는 것이다.

유혈사태를 촉발해 한달 간 계엄을 선포하고 야간통행금지를 내린 것은 혁명 전체를 위축시키고 군부와 그 꼭두각시 정부를 향한 일체의 도전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앞서 무바라크 시절의 보안 기구를 부활시킨 내무부 장관은 학살 직후 “이번 기회에 치안 상태를 무바라크 시절로 되돌려 놓겠다” 하고 천명했다.

특히 그 자신이 거대한 자본가 집단인 군부는 강력하게 성장한 이집트 노동자 운동을 뿌리째 뽑고자 한다. 8월 14일 학살 며칠 전에, 군부가 개입해 철강 노동자들의 파업을 탄압하고 그 주도자들을 체포한 것은 단적인 사례다.

이처럼 이집트 혁명은 본격적인 반혁명을 맞이하고 있지만 서방 지배자들은 말만 번지르한 위선을 떨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는 그 최선두에 있다.

오바마의 위선과 학살을 지지하는 아랍 왕정들

오바마는 이집트 군부의 살인 진압을 비난하면서도 해마다 13억 달러에 달하는 지원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집트 군부는 그 돈으로 미 군수업체한테서 시위대를 살해할 무기와 활동가들을 감시·도청할 장비를 구입한다.

한편, 중동에서 반동의 보루 노릇을 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이스라엘 등은 이집트 군부와 학살을 전폭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아랍 혁명이 중동 지역 억압·착취 질서와 자신들의 권력을 위협한다고 여겨왔고, 이번 기회에 그 싹을 자르려고 한다.

그러나 반혁명을 격퇴할 이집트의 혁명적 잠재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잠재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군부는 한 때 방패막이로 내세웠던 무르시를 자신들 손으로 끌어내려야 했다.

지금 군부가 언론을 통제하며 무슬림형제단이 테러리스트라고 끊임없이 선동하는 것 역시 그런 위기 의식을 조장해야만 자신을 향한 지지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6월 30일 거리로 쏟아져 나온 노동자·민중 수천만 명이 진정으로 원한 것은 “빵, 자유, 사회 정의”라는 혁명의 요구를 온전히 성취하는 것이다. 무르시는 이 혁명의 요구를 배신했기 때문에 쫓겨났던 것이다.

이집트 노동자·민중은 혁명을 배신한 무르시의 복귀에 반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군부의 학살에 섬뜩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오늘 이집트 군부가 무슬림형제단을 공격하지만, 내일은 혁명 세력 전체를 탄압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집트 군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격렬하게 성장하는 이집트 노동자 운동을 언제까지 나 억누를 수는 없을 것이다.

무르시 퇴진 직후, 군부는 노동자 운동의 명망가들을 정부로 끌어들여 노동자 운동을 자제시키려 했지만, 이집트 노동자 운동은 자제할 뜻이 없었다.

8월 1일 이집트에서 가장 잘 조직되고 전투적인 마할라 노동자들이 경제적 요구로 파업을 벌여 8시간 만에 승리했다. 동시에 독립노조 활동가와 혁명가 들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시위를 제약하는 법을 폐지하라고 요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또한 8월 12일 철강 노동자들의 파업을 탄압하며 지도부를 체포했다가 운동의 압력 때문에 이틀 만에 풀어줘야 했다.

주변 친미왕정들이 대주는 돈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이집트 경제 때문에 이런 노동자 운동은 앞으로도 계속 군부와 충돌할 것이다.

우리는 이집트 군부의 학살과 반혁명에 맞서는 이집트 노동자·민중에게 국제적 연대를 보낸다. 이집트에서 군부가 타도되고 이집트 혁명이 온전히 그 요구를 성취하는 날까지 우리의 지지와 연대는 계속될 것이다.

2013년 8월 20일

노동자연대다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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