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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폐지를 요구한 이주노동자들:
“강제 노동, 노예 제도를 하루빨리 없애야 한다”

지난 8월 18일 고용허가제 시행 9년을 맞아 서울 보신각 앞에서 경기이주공대위, 민주노총,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공동행동, 인천이주운동연대 주최로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3권 쟁취! 2013 이주노동자 투쟁의 날’ 집회가 열렸다.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8월 18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이주노동자 투쟁의 날’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이미진

지난 몇년 사이 이주노동자 투쟁의 날 집회에 참가하는 노동자들의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날도 캄보디아, 베트남, 네팔, 태국,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몽골, 필리핀 등 다양한 지역 출신 이주노동자들과 중국동포, 한국 연대단체 등 3백5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집회 후 서울시청광장까지 매우 활기차게 거리 행진도 벌이며 연대를 확인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격려사를 통해 이주노동자와 한국 노동자의 단결을 강조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이 너무 낮아서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도 하향 평준화되는 현실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동지들이 연대하고 단결하는 모습이야말로 한국 정부와 자본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지점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신승철 위원장은 민주노총도 “가장 든든한 동지로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든든한 동지로 함께" 8월 18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이주노동자 투쟁의 날’ 집회에서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이주노동자에게 "노동비자 쟁취"라고 적힌 머리끈을 묶어주고 있다. ⓒ이미진

집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 9년 동안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에 나선 이주노동자들은 한결같이 고용허가제를 “노예제도”, “강제노동”이라고 표현했다.

고용허가제 시행으로 이주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고 처지가 개선됐다는 정부의 주장은 그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이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금지하고 있다. 작업장을 이탈해 미등록 신분이 되면 가혹한 단속·추방이 뒤따른다.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이후 강제 추방된 이주민 수는 20만 명이 넘는다. 단속·추방 과정에서 부상당하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잇따랐다.

‘노동3권 등 내국인과 동등한 노동관계법을 적용’한다더니 설립 8년째인 이주노조를 아직도 합법화하지 않고 있다.

노동허가제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가족동반도 금지하고 있다. 네팔 이주노동자는 “감옥 같은 데서도 가족들은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권리에서 배제돼 있다”고 비판했다.

무슬림인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는 “하루에 5번 기도를 한다던가 라마단 같은 종교의 자유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한국 정부의 ‘다문화’ 슬로건이 겉치레일 뿐임을 비판했다.

“고용허가제는 모든 권리가 사업주들에게만 있다. 아무리 열악한 환경이라도 사업주들이 동의 안 해주면 강제로 그 사업장에서 일해야 한다. 그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벗어나려는 최후의 수단으로 작업장 이탈을 한다. 고용허가제를 하루 빨리 폐지하고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하는 노동허가제를 실시해야 한다”(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비대위원장)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해서 사장들이 돈을 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없으면 한국[경제가] 떨어질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라도 10년 이상 한국에 살면 한국사람 만들어야 된다”고 발언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처럼 야만적이고 위선적인 고용허가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8월 18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이주노동자 투쟁의 날’ 집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한편, 중국동포인 이주노동자도 발언에 나서 그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설움을 이야기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 등지의 동포들은 재외동포법의 혜택과 권리를 누리고 있다. 개정된 재외동포법을 우리에게 적용하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재외동포들 중에서도 부유한 동포들과 가난한 동포들을 차별한 것이다.

또 박근혜의 광복절 경축사를 언급하며 “함께 독립을 위해 몸부림쳤던 이들의 후손인 우리를 이렇게 대하는 것이 선열들의 고귀한 뜻을 기리고 경의를 표하는 것인가?”라며 정부의 위선을 폭로했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이주노동자들을 속죄양 삼아 대중의 불만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고 한다. 이주노동자 차별에 반대하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노예제도와 같은 고용허가제를 폐지하자!

터지는 이주노동자의 분노 18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3권 쟁취! 2013 이주노동자 투쟁의 날’ 집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이 ‘나쁜 사장님, 고용허가제, 이주노조 불인정’ 등 이 적힌 표지판에 물풍선을 던지고 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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