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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미국의 몰락 《제국의 몰락》 엠마뉘엘 토드, 까치 / 《미국 패권의 몰락》 이매뉴얼 윌러스틴, 창비

1년 전쯤인 2003년 5월 1일, 조지 W 부시가 사실상의 이라크 전쟁 승리를 선언했을 때 미국의 막강함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다가올 6월 30일 이라크 ‘주권 이양’을 앞두고 이라크 사람들의 저항과 전 세계적인 반전 여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미국이 전능한 패권 국가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의문을 가질 것이다. 미국의 패배 가능성은 이제 현실적이 됐다.

《제국의 몰락》과 《미국 패권의 몰락》은 이라크 전쟁이 시작하기 전에 이미 미국의 패권이 몰락하고 있다고 주장한 책들이다.

엠마뉘엘 토드의 책 《제국의 몰락》은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2002년에 쓰여졌고,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적 승리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던 2003년 4월에 한국어 판이 나왔다.

당시 〈조선일보〉 서평은 “‘미국은 전능함을 과시하려다가 무능함만을 폭로하게 될 것’이라는 결론 부분의 주장은 구호에 가깝다.”며 깎아내렸지만, 미국이 최근 이라크에 대한 새로운 유엔 결의안을 얻으려고 노력한 것을 볼 때 토드의 주장이 타당했음을 알 수 있다.

토드는 미국이 아랍 지역의 석유에 집착하는 것이 단순히 미국의 석유 수요를 채우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지적한다. 미국의 수요를 위해서는 “특히 멕시코, 캐나다, 베네수엘라가 중요”한데,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미국 소비량의 18퍼센트만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유럽과 일본에 필요한 에너지 자원을 통제함으로써 미국이 이 나라들에 대해서 큰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쥐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 중국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급증하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미국 경제의 하락을 잘 보여 준다. 2000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4천5백억 달러나 됐다. 무역적자를 메우려면 날마다 10억 달러 이상의 해외자본이 미국으로 들어와야 하는 셈이다.

이런 체계가 작동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절대적 우위에 있는 미국의 군사력이다. 미국은 “하루하루 연명하는 초강대국”이지만,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막강한 군사력으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과 같은 소국들을 상대로 “연극적인 군사주의”를 펼친다.

《미국 패권의 몰락》은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적 분석의 연속이다. 20세기는 지난 5백 년 간의 근대 세계체제 속에서, 그리고 9·11 사태는 20세기 미국의 세계체제 내의 위치 변화로 설명한다. 이런 분석은 1995년 이후에야 비로소 미국이 ‘제국’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고 보는 토드보다 우월하다.

월러스틴에 따르면 세계체제의 중심부는 주기적으로 변동을 거듭해 왔는데, 미국은 1870년대에 열강으로 부상해서 그 힘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 최정점에 이르렀다가 베트남 전쟁과 1968년 혁명 이후 쇠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소련과 미국은 각자 통제하는 지역들을 침해하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한 얄타회담을 맺는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은 얄타회담에 대한 도전이었고 이 전쟁을 치르느라 미국의 금 보유고가 거의 바닥이 나면서 세계경제에서 두드러진 지위가 끝장이 나고 말았다.

때맞춰 미국 자본의 유효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미국이 부흥시킨 서유럽과 일본의 경제가 도약하면서 3자가 거의 경제적으로 동등해졌다.

그 후 동유럽과 소련의 붕괴를 거치면서 ―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할 근거를 잃어버리게 돼 ― 유일 강대국으로서의 지위가 더욱 흔들리더니 9·11 사태를 계기로 결정타를 맞게 됐다는 것이다.

월러스틴은 세계체제의 중대한 변화가 눈앞에 와 있으며, 세계사회포럼(WSF)으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흐름에 대해 저항하는 ‘반체제운동’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 책들은 몇몇 약점을 갖고 있지만 장점이 약점을 뛰어넘는다. 미국의 패배가 현실화한 지금, 이 책들은 이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강동훈

제국을 지키는 ‘어깨’들 《제국의 슬픔》 찰머스 존슨, 삼우반

《블로우백》의 지은이인 찰머스 존슨은 이라크 전쟁 이후(2004년) 출판된 《제국의 슬픔》에서 해외 군사기지와 ‘선제 공격’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가 어떻게 미국의 민주주의와 세계 각국의 주권을 짓밟으며 확대되고 있는지를 방대한 자료에 기초해 분석했다.

제2차세계대전 이래로 영구 군사기지의 증가와 더불어 미국의 군사 기구는 꾸준히(특히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 시대에 급속히) 성장해 왔다. 오늘날 189개 유엔회원국 중 무려 153개국에 해외 미군 기지가 있다. 명예 훈장을 두 번이나 받은 해병대 퇴역 장군 스메들리 버틀러는 1933년에 이러한 군사기지와 자신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나는 33년 4개월 간 현역으로 복무했다. 그리고 그 동안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대기업들과 월 스트리트 투자가들과 은행가들을 위해 봉사하는 ‘고급 어깨’로 지냈다.”

미국의 군사기지가 막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 맞서는 운동이 때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무엇보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이 패배함으로써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다. “미국의 패배에 용기를 얻은 정부나 국민이 미군의 주둔을 거부함에 따라 미국의 기지는 감소”했다. 이것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패배한다면 재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존슨은 부시 행정부의 대 이라크 전쟁에서 석유와 이스라엘과 미국의 국내 정치(특히 선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기존의 설명들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은 …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냉혹한 압력”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존슨의 제국주의 이해에는 약점이 있다. 존슨은 미 제국주의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군 고위 장교와 민간인 군국주의자들, 그리고 ‘군(軍)­산(産)­석유 복합체’ 사이의 결탁과 부패에 주목한다.

물론 군부 최고 관료들은 군국주의로부터 이득을 얻는 기업들과 흔히 결탁한다. 하지만 제국주의의 동력에 대한 이러한 협소한 이해는 미국의 지배계급 전체와 다른 강대국 지배계급들이 세계의 부와 지정학적 패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경쟁이라는 미국의 세계 전략을 진정으로 추동하는 외부적 압력이 가지는 근본적 역할을 간과하게 한다.

김용민

영화평

투모로우 - 지구온난화가 몰고올 재앙

부시를 조롱하는 영화를 만들면 대체로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듯하다.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에 이어 영화 〈투모로우〉도 이 시류에 동참했다.

이 스펙터클한 영화는 지구온난화가 가져올 가공의 현실을 뛰어난 특수효과를 동원해 실감나게 보여 준다.

지구온난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과도한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의 배출이다.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대부분의 온실가스는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나온다.

그래서 〈투모로우〉는 부시보다는 이라크 석유를 팔아 한몫 톡톡히 챙긴 미국 부통령 딕 체니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린다. 물론 현실에서는 부시가 딕 체니보다 특별히 나을 것도 없다. 부시는 취임하자마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기로 합의한 교토의정서를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영화 속 딕 체니는 오만한 멍청이다. 그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비현실적”이라며 무시한다. 심지어 막상 재앙이 닥치자 “그런 일은 100년이나 천 년 뒤에나 일어난다고 하지 않았소?”라며 화를 낸다.

〈투모로우〉에서는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 전체의 기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해류의 흐름이 급속히 바뀐다. 북반구 전체를 뒤덮을 만한 거대한 폭풍이 생겨나고 거대한 홍수에 뉴욕 같은 도시가 물에 잠긴다. 인도에 며칠 동안 함박눈이 내리고 도쿄에는 야구공만한 우박이 쏟아진다. 여러 개의 토네이도가 도시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는다. 순식간에 북반구 전체에 빙하기가 도래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이동하다가 얼어죽는다.

이런 일들이 과연 “비현실적”일까?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최무영 교수에 따르면, 이런 과정은 “현실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 심지어 우리 세대에서조차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

〈투모로우〉의 줄거리는 새로울 게 별로 없지만 ― 아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아버지와 그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친구의 이야기에는 특별한 감동이 없다 ― 환경 파괴가 가져 올 암울하고 비극적인 미래에 대한 공포는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런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기 전에 부시와 체니 같은 지구 파괴범들에 맞선 싸움에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

장호종

블러디 선데이 - 영국군 점령 아래 신음하는 북아일랜드

2002년에 제작된 이 영화가 2년 간 영화 수입사 창고에서 썩다가 지금 개봉하게 된 것은 이라크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는 제국주의 군대에 대한 분노로 가득하다.

〈블러디 선데이〉는 1972년 북아일랜드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당시 북아일랜드에는 영국군이 주둔하고 있었다. 영국군은 북아일랜드의 우익들을 비호하고 저항 세력(주로 가톨릭 노동계급 젊은이들)에게 잔인한 폭력과 고문을 행사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대중의 급진화를 막지 못하자 영국 지배자들은 1972년부터 저항자를 본보기로 살해하는 작전을 펴기 시작한다.

1972년 1월 30일 일요일에 일어난 사건은 그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학살 중 하나였다. 이 날 영국군은 평화로운 시위대에게 무차별 발포해 14명을 살해했다. 〈블러디 선데이〉는 무고한 피로 거리가 물든 그 날 하루를 다룬 영화이다. 상영 시간의 절반이 시위 장면에 할애됐다.

이 영화는 이 비극적인 사건의 여러 측면을 조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신에 시위에 참가한 다양한 사람들과 영국군 사이의 긴장을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묘사한다. 무엇보다, 잔인한 학살 장면을 다큐멘터리로 착각할만큼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잡아낸다.

〈블러디 선데이〉처럼 제국주의 군대의 만행을 실감나게 묘사한 경우도 드물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끝난 뒤 흘러나오는 록 그룹 U­2의 노래 〈블러디 선데이〉에도 관심을 가지시라. 이 노래에 영화의 메시지가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6월 18일 개봉)

김용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