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다산콜센터:
“우리는 전화 받는 ARS기계가 아니다”
〈노동자 연대〉 구독
서울시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이 임금 인상과 서울시 직고용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9월 노조(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를 만들고, 최근 87퍼센트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최초로 파업을 가결했다.
그동안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은 고된 노동과 저임금, 고용불안으로 고통받아 왔다. 1인당 하루에 1백 건이 넘는 전화를 받느라,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하고,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서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할 지경이었다. 이런 “숨 쉴 틈” 없는 상담 업무로 노동자들은 성대 결절, 귀 이상, 턱 관절 질병, 요통 등에 시달렸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받는 기본급은 겨우 법정 최저임금 수준이다. 야근과 주말 근무까지 해도 겨우 월 1백30만 원에서 1백60만 원을 벌 수 있다. 또 팀장 평가나 QA평가 같은 각종 근무 평가가 강화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불안도 증대됐다.
그런데도 파렴치한 민간업체들은 겨우 임금 1.7퍼센트 인상이라는 쥐꼬리만 한 안을 내놓고 깎지 않는 것을 고마워하라고 말한다. 희망연대노조 이종탁 공동위원장에 따르면, 심지어 이들은 퇴사 등으로 1백 명 가까이 줄어든 인원을 충원하지 않고, 남은 노동자들을 쥐어 짰다. 그래 놓고 임금 인상할 돈이 없다며 노동자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의 요구와 투쟁은, 박근혜 정부의 무늬뿐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서조차 철저히 소외돼 온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현실과 분노를 잘 보여 준다.
진짜 사장
물론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는 지난해 ‘이명박근혜’ 정부보다 높은 수준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그때에도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을 포함해 1만 3천여 명이 일하는 민간위탁 부문에 대한 대책은 빠져 있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서울시는 “2013년 실태 조사 등을 통해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바 있다. 서울시는 10월 ‘민간위탁 제도 개선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 서울시는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에 대해, ‘10월 용역 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다산콜센터 투쟁이 서울시와 상관없는 업체와 노조 사이의 문제라는듯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위탁 업체 3곳을 ‘콜 수 경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로 3년 단위로 계약하면서, 다산콜센터를 실제 관리하고 있는 서울시도 ‘진짜 사장’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
8월 21일 서울시의회 앞에서는, 서울시와 민간위탁 업체들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1백50여 명도 함께했다.
희망연대노조 윤진영 사무국장은 “직고용 요구는 단지 노동자들만의 요구가 아니라, 공공서비스를 지키기 위한 요구다” 하며 이 투쟁의 의의를 밝혔다.
다산콜센터지부 김영아 지부장은 “우리는 전화 받는 ARS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다. 우리는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던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우리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마지막 조정 회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그것은 업체와 서울시, 둘 모두의 책임이다. 우리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싸울 것이고 승리할 것이다”라며 투쟁의 결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