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 씨의 결혼을 축하하며:
동성결혼을 합법화해야 한다
〈노동자 연대〉 구독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가 그의 동성 파트너인 김승환 씨와 9월 7일 야외 공개 결혼식을 올린다. “많은 고민과 망설임 끝에 여러분 앞에 서기로 결심”한 그들의 ‘당연한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수많은 평범한 동성 연인들도 이 ‘당연한 결혼식’이 9월 7일 하루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동성 연인들은 결혼제도가 보장하는 여러 혜택과 권리에서 배제돼 있다. 병원에서 파트너가 입원이나 수술을 하더라도 법적 보호자가 될 수도, 직장 내에서 육아휴직이나 간병휴가 등을 신청할 수도 없다. 동성결혼이 합법화가 될 때, 연인과 평생 살아도 혼인 관계로 인정받지 못하는 동성애자들의 설움이 없어질 수 있을 것이다.
김조광수 씨의 결혼으로 동성결혼이 이슈가 되자, 우익들은 “전통적 결혼 붕괴”라며 날뛰고 있다. 심지어 우익 기독교 단체들은 이번 결혼식이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망하게 하는 악독하고 통탄할 반인륜적인 행사”라며 결혼식을 막아 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종로경찰서에 보내기도 했다. 경찰력으로 남의 결혼식을 “파괴”하려 하다니 정말 “악독하고 통탄할”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오히려 이번 결혼식은 수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고 있다.
동성결혼은 최근 많은 나라에서 법제화되고 있다. 우루과이, 뉴질랜드, 프랑스에 이어서 영국에서도 동성결혼 합법화의 문이 열리고, 미국에서도 동성 부부에 대한 차별을 규정한 법이 위헌 판결을 받았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대형 기업들에서도 동성결혼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런 분위기는 동성애자들이 침묵하지 않고 저항했기에 만들어진 결과다. 한국도 동성결혼이 하루 빨리 합법화되고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지지가 넓어지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개혁들이 동성애자들이 이제 체제 자체에 도전하는 일이 필요 없어졌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자본주의 체제는 이른바 ‘정상가족’의 출산과 양육에 의존해 노동자들을 거의 공짜로 재생산하고 있다. 이런 체제의 필요 때문에 ‘정상가족’ 밖의 동성애자들은 비정상으로 낙인찍힌다.
그렇기에 동성애자들이 차별을 자꾸 재생산하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도전하는 것은 여전히 필요하다.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하면 언제든 우리가 성취한 개혁도 되돌릴 수 있다. 동성애 차별이라는 ‘쥐’를 완전히 없애려면 그것이 자꾸 자라나는 자본주의라는 ‘시궁창’을 쓸어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