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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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나라 중·고등학교의 40퍼센트, 대학교의 86퍼센트가 사립학교다. 교육기관의 공적 기능을 생각한다면, 교육기관의 반이 넘는 사립학교는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3년에 한번씩 감사가 이루어지는 공립학교에 비해 사립학교는 '분쟁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결코 감사를 받지 않는다. 감사조차도 재단측의 로비 때문에 재대로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재단의 부패 때문에 분규가 발생한 덕성여대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작년 10월 국정 감사에서 덕성여대 문제가 거론됐지만, 감사 전후에 재단 이사장한테서 후원금을 받은 현승일 의원 등은 재단에 비판적인 교수 재임용 탈락을 교수들 간의 패싸움으로 취급해 버렸다.
그 동안 사립학교들은 저항하는 교원을 해고함으로써 분쟁의 원인을 제거해 감사를 요리조리 피해 왔다. 교직원의 임면권(임명권과 파면권)이 이사장에게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심지어 교육부의 징계 재심위원회에서 '파면 무효 결정'을 내려도 이사장은 복귀한 교직원을 '다시 해고할 수' 있다.
사립학교법은 재단이 위와 같은 일을 더 쉽게 저지르도록 길을 터 주는 노릇을 했다.
그 동안 자신들만의 왕국에서 군림해 왔던 재단 이사장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에 극렬하게 반대한다. 사학법인연합회의 명예회장 홍성대(수학 참고서 《정석》의 저자)는 TV 토론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은 사적재산(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몰수하겠다는 말과 같다. 이것은 자유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신들의 의도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 말이다. 이것은 사학재단의 학교 설립 목적이 올바른 교육 이념과 사회 봉사가 아님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자손에게 재산을 편법으로 상속하거나 돈벌이를 위해서 학교를 세웠기 때문에, '공정하게 운영하여 사회에 봉사하고, 건강한 사립학교 발전을 도모하자'는 주장이 '자유 민주주의 기본 정신을 위배'하는 말처럼 들리는 것이다.
재단 이사장의 독단적인 권력과 재단 이사장의 '재산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행의 사립학교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사립학교법은 사립학교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학교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첫째로 공익이사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외국의 사립학교들이 정부의 보조를 거의 받지 않고 운영되는 것과는 달리 국내의 사립학교는 거의 대부분의 운영비를 정부 지원금과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한다. 사립 재단의 학교 운영비 충당 비율은 중·고등학교가 평균 2퍼센트 수준이고, 대학교는 6퍼센트 정도이다. 정의여중고(송죽학원)의 이사장 김옥선은 전교조 소속 교사 31명을 파면하고 학교를 폐교하는 무한 권력을 휘둘렀으나, 정작 그녀가 학교 운영금으로 내놓은 돈은 고작 40만 원에 불과하다.
교육의 공적 기능에 비추어 볼 때 사립학교는 이사장들의 사유 재산이라기보다 사회에 내놓은 재산이다. 더군다나 운영비의 대부분을 학생 등록금과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으로 볼 때, 더더욱 사립학교는 공익 법인처럼 운영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사장의 친족으로 구성된 형식적인 사립학교 이사회를 없애고, 교육 당국과 공익 단체, 학부모 및 교직원 단체가 추천하는 공영 이사로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 또한 부패 유지 구조인 이사장 중심의 족벌 체제를 막기 위해 친인척 이사의 구성을 일반 공익 법인 수준인 5분의 1로 제한해야 한다.
둘째로 비리 당사자의 학교 복귀를 금지해야 한다. 현행 사립학교법으로는 죄를 지어 처벌을 받고도 2년이 경과하면 얼마든지 복귀할 수 있다. 그러나 비리 당사자는 그 2년 동안 직위와 상관없이 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상문고 사태도 과거에 비리의 주범이었던 교장(장방언)이 후임 교장으로 학교에 복귀하려다 파행이 빚어진 경우이다.
셋째로 사립학교의 학교 운영위원회를 강화해야한다. 이사장에게 모든 인사·예결산권이 집중되어 있고, 투명하고 민주적인 학교 운영을 위한 장치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부패와 비리가 쉽게 발생할 수 있다. 교사와 학부모가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심의 기구가 되어야 할 학교 운영위원회가 현재는 자문 기구로 되어 있어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 운영위원회는 심의와 의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로 교원의 임용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 대다수의 사립학교가 교직원을 공개 채용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학교 법인 관계자의 인맥과 기부금 채용 등 음성적 거래로 교직원을 뽑고 있다. 이로써 이사장은 재단 중심의 인적 구조를 만든다. 또한, 재단 비리를 폭로하지 못하도록 입막음하도록 만든다. 공정하고 투명한 임용 제도가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