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정말 위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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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정말 위기 아닌가?
정성진
지난 6월 7일 노무현 대통령은 17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항간의 위기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노무현은 현재 한국 경제가 연 5퍼센트나 성장하고 있는데 무슨 위기냐면서, 위기론은 개혁을 발목 잡으려는 세력의 술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무현은 위기론이 유포될 경우 위기 심리가 만연돼, 1989~90년 위기와 같은 진짜 위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위기론의 확산에 정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의 말대로 현재 한국 경제는 정말 위기
내수
현재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과 취약성은 지난 4월 말 중국 총리 원자바오가 긴축 정책을 시사하자마자 주가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락한 데서 여실히 입증된 바 있다.
모든 데이터들이 위기를 분명하게 입증하고 있는데, 위기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노무현의 모습은 1997년 ꡐIMF 위기ꡑ가 터지기 직전까지 경제의 ꡐ펀더멘탈ꡑ
위기론 또는 위기 심리의 만연 때문에 진짜 위기가 온다는 노무현의 주장은 태양 흑점의 폭발 때문에 위기가 발생한다는
물론 위기 심리의 만연이 투자와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위기를 심화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이를 두고 위기 심리가 위기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본말전도이다.
1989~90년 위기가 위기론 때문에 발생했다는 노무현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1989~90년 위기는 1960년대 이후 약 30년 동안 지속된 장기 호황을 지탱해 온 사회적 축적구조가 1987~88년의 정치적 대격변 이후 붕괴하면서 구조적 위기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1989~90년 위기 때, 당시 대통령 노태우는 “총체적 위기” 운운했는데, 총자본의 입장에서 위기에 대처하고 이를 관리 조절해야 할 국가의 수장이 “가장 중요한 위기 관리는 과장된 위기론을 잠재우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현실은 오늘 위기의 심각성을 말해 준다.
이런 노무현의 주장에 대해 자본가들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 자본의 위기를 챙겨주지는 못할망정, 위기를 호소하는 것조차 봉쇄하는 노무현의 쓸모는 지배계급 전체의 입장에서 볼 때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
또한 지난 1년 노무현은 이라크 파병과, 노사관계 로드맵 등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집권 초기 그에게 약간의 기대를 가졌던 일부 진보진영조차 적으로 돌렸다.
노무현이 며칠 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장사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을 때, 그는 지난 1년 쓰고 있던 포퓰리즘의 가면까지 완전히 벗어던졌다.
경제 위기의 두 차원
자본주의 변호론인 주류 경제학
하지만 자본주의의 위기 경향을 체계적으로 이론화하고 있는 마르크스 경제학에 따르면, 자본주의에서 위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기본 모순, 즉 착취와 경쟁적 축적 과정의 모순이 현실적으로 표출되는 구조적 위기와 순환적 위기 등 두 가지 차원에서 정의된다.
현재 한국 경제는 순환적으로는 1997년 ꡐIMF 위기ꡑ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구조적으로는 ꡐ30년 고도성장ꡑ이 1980년대 말 이후 종식되면서 시작된 구조적 위기, 즉 장기 불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이다.
즉, 현재 한국 경제는 순환적 회복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이후 시작된 구조적 위기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따라서 현재 한국 경제가 위기가 아니라는 노무현의 주장은 순환적 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