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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새로운 불황으로 빠질 수 있는 미국 예산 위기

미국 공화당과 오바마가 충돌하며 연방정부 폐쇄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정치적 충돌 아래 깔린 정치적 경제적 배경을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살펴 본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와 공화당이 의회에서 충돌하면서, 미국 연방정부가 또다시 폐쇄됐다.

여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백악관과 공화당 주도의 하원이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한 탓에 상당수 공무원이 일시적 해고를 당했다는 점이다.

전에도 연방정부가 폐쇄된 적이 있다. 예를 들면, 1995~96년 민주당 소속 대통령 빌 클린턴과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 뉴트 깅리치가 대립했다. 그 대립이 경제에 미친 영향은 작았고 결국 공화당이 물러섰다.

[둘째는] 이번 경우는 사태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기존 채무를 상환하고 계속 대출을 받으려면 미국 정부는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화당 내 강경 우파인 티파티 광신도들은 오바마가 곧 시행될 의료보험 개혁안을 보류하지 않는 한 의회의 승인을 막을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미국이 채무불이행에 빠지면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다. 달러화는 주요한 세계 기축통화고, 미국 정부가 대출을 안정적으로 받아야 미국 경제와 국제 금융계 모두 순탄하게 작동할 수 있다.

북미에 사는 내 동료들은 미국이 채무불이행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결국 공화당이 먼저 꼬리를 내리고 오바마와 협상에 나서지 않겠냐는 예측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미국 정치가 단지 변덕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미국 정치는 지배계급의 이익과 갈수록 틀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하다.

티파티 철학의 주된 요소 하나는 균형예산이다. 티파티는 정부 차입을 부도덕한 것으로 보고, 그들 중 일부는 균형예산이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채무불이행을 강요할 태세까지 돼 있다.

혼란 속에 있지만, 그들도 상황을 알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공공 부채와 민간 부채 덕에 미국 경제가 부양되고 있는 상황 말이다. 중앙은행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최근 양적완화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연준은 달러를 찍어 내 이 부채의 일부를 사들이면서 금융계에 돈을 쏟아부었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연방정부의 인위적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공화당 우파의 지적은 옳다. 그러나 막대한 부채로 돌아가는 기계를 멈추면 또 다른 불황이 촉발될 수 있다. 티파티의 전략은 베트남 전쟁 중 한 미국 소령이 말한 전략과 비슷하다. “그 마을을 구하려면 먼저 그 마을을 파괴해야 한다.”

루스벨트

이 자유시장 신봉자들의 입김이 왜 이렇게 셀까? 이는 미국 남부의 정치와 큰 연관이 있다. 오바마는 처음 당선했을 때 자신을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비교하길 즐겼다. 루스벨트는 뉴딜 정책으로 1930년 대공황에서 미국 경제를 살려 냈다고들 한다.

그러나 루스벨트는 오바마보다 휠씬 더 저돌적인 정치인으로 민간 자본을 강하게 규제했다. 루스벨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민주당이 의회에서 확고하게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아이라 카츠넬슨이 최근작 《공포 자체》(Fear Itself)에서 보여 줬듯이, 당시 민주당이 의회 다수파를 차지하는 데 남부의 표가 중요한 구실을 했다.

당시 남부는 여전히 일당 지배 지역이었고, 흑인은 투표권이 없었고, 민주당이 정치를 지배했다. 민주당은 의회 다수파라는 힘을 이용해 루스벨트의 경제적·사회적 개혁을 추진했다.

남부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루스벨트는 흑인에 대한 폭력 사건에 전혀 손을 쓰지 않았고, 백인 우월주의를 담은 짐 크로법을 그냥 놔뒀다.

이런 상황은 1960년대에 와서야 바뀌었다. 존 F 케네디와 린든 존슨의 민주당 정부는 공민권 운동의 압력을 받아 짐 크로법을 폐지했다. 이 덕분에 1968년 리처드 닉슨의 당선을 시작으로 공화당은 민주당에 불만을 품은 백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 남부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제는 공화당이 남부를 지배한다. 남부의 선거구는 공화당에 유리하기 때문에, 공화당 현직 의원들은 민주당이 아니라 같은 공화당 경쟁자들의 도전을 더 신경 쓰게 됐고, 더욱 우경화한다. 그래서 티파티가 정치적 힘을 얻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슬픈 점은 오바마가 공화당과 정부의 추가 대출을 허용하는 합의를 이루려 하면서 이미 너절해질대로 너절해진 복지를 더 삭감할 태세가 돼 있다는 사실이다.

뉴딜 정책과는 한참 떨어진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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